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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호

“죽은 표 아닌 약자 살리는 표”···‘소수자들 입’이 된 권영국

표지이야기

“죽은 표 아닌 약자 살리는 표”···‘소수자들 입’이 된 권영국

2021년 2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탈퇴서 100여장이 접수됐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에게 한 조합원이 말했다. “우리 노조 없어지는 건가요? 관리자들이 민주노조에 남아 있으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며 탈퇴하래요. 다들 불안해해요.” 실제로 지회에 가입한 제빵기사들은 승진 인사에서 자주 누락됐다. 사측이 민주노조 없는 ‘청정지역’을 만들겠다며 회의를 열어 탈퇴 전략을 논의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한때 730명의 조합원이 있던 파리바게뜨 지회는 그해 6월이 되자 300여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파리바게뜨 매장에 냉동 반죽(생지)을 공급하는 계열사 SPL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20년 말 결성된 화섬식품노조 SPL지회는 관리자들의 회유와 압박으로 조합원이 228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어떻게 만든 노조인데···.” 임 지회장은 2022년 3월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물과 소금만으로 버틴 싸움이었다. 단식 투쟁...

  • [취재 후] ‘정치 판사’라는 오명
    [취재 후] ‘정치 판사’라는 오명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 1일 ‘이재명 판결’을 선고한 뒤 법원 내부통신망에 판사들의 글이 올라왔다. 대선을 앞둔 시점 대법원의 전례 없이 신속했던 절차 진행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글의 수도 많았지만, 비판의 수위도 높았다. 한 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라”고 했고, 다른 판사는 “이러고도 당신이 대법관이냐”고 했다. 글을 읽으며 ‘판사들이 이렇게 분노할 정도로 대법원 판결이 문제적이었구나’ 싶었다가, 새삼 ‘법원이란 무엇인가’ 곱씹고 있었다.황당함은 그다음에 왔다. 보수언론이 대법원을 비판하는 판사들을 ‘정치 판사’로 몰기 시작한 것이다. 판사들 글이 법관윤리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대선후보 직속으로 사법독립수호·독재저지 투쟁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특정 정치 성향 법관들이 법관회의를 악용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의 정치 판사 운운이 하루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

    2025.06.04 06:00

  • [우정 이야기] 취약 청소년이 꿈 펼치게···‘꿈보험’ 지원 30년
    [우정 이야기] 취약 청소년이 꿈 펼치게···‘꿈보험’ 지원 30년

    우체국이 올해로 출시 30년을 맞은 ‘우체국 청소년 꿈보험’에 무료로 가입할 학생을 모집한다. 그간 5000명이 넘는 취약계층 학생들이 보험에 가입해 꿈을 키워갔다. 우체국은 올해 510명의 꿈보험 무료가입 대상자를 선발할 계획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025년도 ‘청소년 꿈보험’ 무료가입 지원 대상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아동 양육시설, 그룹홈 등의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만 12~15세 청소년이다. 올해 모집인원은 지난해(361명)보다 크게 늘어난 510명이다.청소년 꿈보험의 가입 기간은 5년으로, 연 50만원씩 5년간 총 250만원 장학금이 지급된다. 질병이나 재해로 4일 이상 입원하면 입원비도 1일당 1만원씩 지원된다. 보험료는 우정사업본부가 전액 부담한다.한국아동복지협회·아동권리보장원 등 관련 기관을 통해 신청하거나 개인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6월 30일까지 신청서류를 우체국공익재단에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청소년...

    2025.06.04 06:00

  • [문화캘린더]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누군가
    [문화캘린더]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누군가

    [연극] 세기의 사나이일시 6월 25~29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관람료 R석 6만원 S석 4만원연극 <세기의 사나이>는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125년 동안 관통한 한 평범한 남자, 박덕배의 기상천외한 삶을 통해 풀어낸다. 덕배는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떠나는 친구와 작별한 뒤 태화관이라는 음식점에 들어섰다가 얼떨결에 민족대표들과 함께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3·1운동의 선봉에 선다. 그러나 그는 일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고, 이내 저승사자의 실수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덕배는 저승사자의 실수를 덮어주는 대가로 세계 최장수 기록을 세울 때까지 ‘절대 죽지 않는 몸’을 얻게 된다.되살아난 덕배는 그 후 125년을 살아가며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 순간마다 우연처럼, 그러나 결정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동생을 찾아 전국을 누비던 그의 모습은 시인 이상에게 영감을 주어 <오감도>를 탄생시켰고, 실의에 빠진 손기정에게 민족...

    2025.06.04 06:00

  • [시네프리뷰] 브링 허 백 - ‘톡 투 미’로 극찬받은 쌍둥이 형제의 복귀작
    [시네프리뷰] 브링 허 백 - ‘톡 투 미’로 극찬받은 쌍둥이 형제의 복귀작

    제목: 브링 허 백(Bring Her Back)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04분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감독: 대니 필리포, 마이클 필리포출연: 샐리 호킨스, 빌리 배럿, 소라 웡, 조나 렌 필립스, 샐리 앤 업튼, 스티븐 필립스, 미샤 헤이우드개봉: 2025년 6월 6일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수입/배급: 소니 픽처스 코리아원래 리뷰하려고 한 영화 개봉이 늦춰지는 바람에 별생각 없이 택한 영화다. 특별한 기대 없이 갔는데, 시사회장에서 만난 영화관계자와 평론가들은 꽤 주목하는 눈치였다. <톡 투 미>(2022)로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을 받은 필리포 형제의 신작이라나. 저 영화가 호평을 받은 건 알고 있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살짝 부담을 안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뭔가 이상한 집에 입양된 남매앤디와 파이퍼는 서로 의지하는 남매 사이다. 파이퍼는 시각장애인으로...

    2025.06.04 06:00

  • [신간]뒤흔들린 에너지정책…한국 살길은
    [신간]뒤흔들린 에너지정책…한국 살길은

    트럼프2.0과 에너지대전환유승훈, 이재호 지음·석탑출판·2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당선 이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말도 이때 나왔다. 실제로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골자로 한 ‘파리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했고, 전기차 보조금 지원, 탄소포집 기술 보조금 등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과 관련된 예산 수백억달러도 전액 삭감했다. 트럼프에게 기후위기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인위적인 요인 때문에 기후가 바뀌었다고 믿지 않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반면 중국과 유럽연합은 완전히 반대 방향을 걷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어떤 길로 가야 할까. 이 책은 트럼프 2기 시대, 에너지를 둘러싼 전 세계 향방을 가늠하고 한국이 처할 운명을 내다본 책이다.저자들은 에너지가 생존의 문제라고 말한다. 지켜야 할 원칙은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성장이라는 삼각편대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선 액화천연가스(LN...

    2025.06.04 06:00

  • [신간]시대의 어른이 전하는 ‘생존의 길’
    [신간]시대의 어른이 전하는 ‘생존의 길’

    촘스키와 무히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사울 알비드레스 지음·최사라 옮김·시대의창·2만원저명한 언어학자이자 비판적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 교수와 게릴라 출신으로 청빈한 삶을 살다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만났다. 2012년 멕시코에서 벌어진 대학생들의 사회운동 ‘요 소이 132’를 주도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이 책의 저자인 사울 알비드레스 루이스가 두 어른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책은 당시 진행된 대담 일부를 담았다.저자는 촘스키와 무히카에게 ‘21세기에도 혁명적인 사회 변화가 가능할 것인가’, ‘기술혁신과 자동화가 다음 세대를 위협하지는 않을까’, ‘일터에서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등 청년 세대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한 청년의 이야기이자, 촘스키와 무히카라는 우리 시대의 어른이 사랑을 담아 전하는 조언이다.촘스...

    2025.06.04 06:00

  • [정태겸의 풍경](88) 전북 고창 삼태마을숲-탄성 자아내는 ‘나무의 얼굴’
    [정태겸의 풍경](88) 전북 고창 삼태마을숲-탄성 자아내는 ‘나무의 얼굴’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히 내비게이션은 이 근처라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숲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여느 시골의 개울가 정도로만 보이는 풍경이 있을 뿐. 차에서 내려 물었다. “여기가 삼태마을이 맞나요?”, “여기가 삼태마을 맞습니다.” 경로당 앞에 앉아 있던 어르신 대답을 듣고 고개를 돌려 다시 둘러봤다. 그제야 개울가에 늘어선 왕버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도 오래된, 용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마냥 용틀임하는 듯한 몸체가 기가 막혔다.삼태마을숲은 지금까지 찾아다닌 여러 숲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중 하나였다. 이곳의 버드나무숲 역시 비보림이었다는 설이 있다. 홍수가 잦았고, 그래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 또 다른 이야기도 있는데, 19세기 말 정휴탁이라는 군수가 어려운 이에게 소를 빌려줬고, 백중날마다 소를 빌려 간 사람을 불러 잔치를 열었다는 것. 그때 소를 매놓았던 말뚝이 자라 지금의 숲이 됐다는 입소문이다. 또 다른 일화도 있지만, ...

    2025.06.04 06:00

  • [독자의 소리] 1630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630호를 읽고

    이재명에게만 왜 다른 잣대…“법은 평등할까” 허탈한 약자사법 카르텔 작동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일반 국민의 재판도 신속하게 처리했어야 한다._경향닷컴 youn****이재명 때문에 법원이 이렇게 재판을 빨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재명에게만 특혜(?) 주지 말고 일반 국민에게도 신속 재판받을 권리를 부여하라._경향닷컴 Plmq****대법원 판사 수를 200명 정도 늘리고, 분야별로 신속한 재판을 해야 한다._경향닷컴 오앤제****대법관 100명 증원···코웃음 칠 일이 아닌 이유대법관이 아닌 대법 판사로 명칭을 바꾸고, 100~150명으로 증원해 특권 의식을 싹 빼고, 비법조인도 진출하게 해야 한다._경향닷컴 SH****민주당아, 또 꼬리 내리지 말고 숫자 좀 늘려라. 이러니 민주당 욕먹지._네이버 happ****이재명 판결 하나로 촉발된 것. 그동안 아무것도,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없던 걸 뜬금없이 주장...

    2025.06.04 06:00

  • [렌즈로 본 세상] 천천히 먹어, 내일 보자
    [렌즈로 본 세상] 천천히 먹어, 내일 보자

    만 19세, 김군의 20세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강변역 방향 9-4번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안전장치 수리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인력 부족과 빠듯한 작업 시간 때문에 지켜지지 않았다. 외주 업체 직원이었던 김군은 혼자 작업하다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다.사고 9주기였던 지난 5월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앞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스크린도어 앞에 국화가 놓였다. “천천히 먹어, 내일 보자”라고 쓰인 포스트잇과 함께 컵라면과 도시락이 놓였다. 한 무리의 사람이 국화를 놓고 묵념하는 동안에도 열차는 시간에 맞춰 들어왔다 떠났다. 먹고살려고 일하는 걸 텐데 사람들이 자꾸 일하다 죽는다. 우리는 사람이 일하다 죽은 곳에서 다시 일한다. 이다음엔 또 누가 죽을지 두려워하면서, 추모해야 할 노동자들의 이름이 점점 셀 수 없이 늘어나...

    2025.06.03 06:00

  • [주간 舌전]“이준석 자살골…오랫동안 꼬리표 될 것”
    [주간 舌전]“이준석 자살골…오랫동안 꼬리표 될 것”

    “이준석, 너무 큰 자살골.”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우 선대위원장은 지난 5월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앞서 대선후보 3차 토론회에서 내놓은 여성 신체 관련 발언과 관련해 “이번 선거에서뿐만 아니라 이 발언이 상당히 오랫동안 이준석 후보에게 꼬리표가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이 후보는 지난 5월 27일 열린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아들의 의혹을 문제 삼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직 후보자에게 관점을 물어보는 것은 정당한 질문이다”라며 당초 입장을 굽히지는 않았다.민주당에서는 ‘의원 제명’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김민석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허위를 허위로 덮어온 개장사의 퇴장은 결국 대선 후 친정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

    2025.06.02 06:00

  • [편집실에서]선택의 시간이 왔다
    [편집실에서]선택의 시간이 왔다

    대통령선거일이 다가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셨나요. 이미 사전투표를 통해 한 표를 행사한 분도 계시겠죠. 12·3 불법 계엄이 벌어진 지 딱 6개월 만입니다. 늦은 밤 대통령이 느닷없이 방송 화면에 나타나 계엄을 선포하고, 무장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던 비현실적인 장면이 생생하네요. 한겨울 시민들의 응원봉 시위, 내란 세력의 법꾸라지 같은 행태, 대통령 파면 등 미증유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내란 종식과 정권 심판 여론이 압도적인 만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을 흔들 만한 변수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보수 결집으로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합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거대 양당 구도 타파를 강조하며 이재명 후보와의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고요. 누가 되느냐보다 각 후보가 얼마나 득표하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2025.06.02 06:00

  • 김문수 추격? 보수 결집인가 표본 왜곡인가
    김문수 추격? 보수 결집인가 표본 왜곡인가

    5월 28일 0시, 깜깜이 기간이 시작됐다. 선거법에 따라 대선 당일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8시까지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 금지다.골든크로스, 다시 말해 막판 대역전 드라마가 벌어졌다는 주장은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2위 주자 측이 흔히 내놓는 주장이다. 막판 추격전으로 깜깜이 기간에 1, 2위가 바뀌는 대역전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학적 여론조사가 처음 시작된 1987년 선거 이래 대선에서 ‘골든크로스’가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은 꾸준히 제기되지만, 과거 예측에서 실패했던 대부분의 선거는 총선이었다. 총선과 대선은 다르다. 총선의 경우 조사대상이 전국 254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하나씩 맞춰서 더하는 것이기에 예측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대선은 전국 단일이다. 전문가들은 6월 3일 오후 8시 투표를 마치는 것과 동시에 발표될 출구조사 결과가 소수점 한 자리까지 맞아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2025.06.02 06:00

  • “문재인 정부 선견지명이 유혈 쿠데타 막았다”
    “문재인 정부 선견지명이 유혈 쿠데타 막았다”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장(83)의 책 <6·3 학생 투쟁사> 발간을 기념하는 모임이 지난 5월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그는 12·3 불법 계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불과 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위수령이 있었다. 작년에 그대로 유효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위수령은 선포가 아니라 발동이다.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 만약 이 법이 살아 있었으면 윤뭐시기는 반드시 그걸 썼다. 위수령이 발동되면 국회에서 해제고 뭐고 할 것이 없다. 다행히도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11일 국무회의 의결로 없어졌다. 어떻게 보면 선견지명이다. 위수령이 살아 있었다면 여러분과 나는 이 자리에서 못 볼 뻔했다.”책에는 대한민국에서 선포된 비상계엄의 역사가 정리돼 있다. 12·3 불법 계엄까지 총 12차례다. 그중 박정희 정권이 선포한 것이 7·8·9·10차 계엄이다. 각각 5·16, 6·3, 10월 유신, 부마항쟁 때다. “...

    2025.06.02 06:00

  • ‘돈맥경화’ 걸린 서민의 발···서울시-마을버스 갈등 왜?
    ‘돈맥경화’ 걸린 서민의 발···서울시-마을버스 갈등 왜?

    지난 5월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5번 출구로 나와 370m를 걸었다. 주유소를 돌아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저 멀리 높은 고개 위로 아파트가 보였다. 서울 관악구 행운동 까치산 언덕에 있는 관악파크푸르지오 아파트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쭉 이어졌다. 25도의 더운 날씨에 급경사 길을 걸어오르자 땀이 흐르고 숨이 찼다.경사 길을 하나 지나니 또 다른 경사 길이 나왔다. 등산하는 것처럼 530m가량을 걸어오른 끝에 아파트단지에 도착했다. 이곳 아파트에선 가까운 지하철역인 낙성대역과 서울대입구역,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 대로변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없다. 주민들은 매번 이렇게 걸어서 왔다 갔다 해야 한다.지하철과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고지대나 골목을 다니며 시민들의 발이 돼주는 서울 마을버스가 최근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시 마을버스 운영사들의 모임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 지난 5월 22일 총회에서 서울시에 재정지원금 증액을 요구하며...

    2025.06.02 06:00

  • 피의자가 돼서야 보이는 것들
    피의자가 돼서야 보이는 것들

    필자를 포함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4명은 지난 5월 27일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벗었다.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며 피의자가 된 지 1년 7개월 만이다. 직접 당해보니 검찰 수사는 기사를 쓰면서 더듬더듬 가늠했던 수사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생각보다 예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뭉툭하고 막무가내라 한 편의 블랙코미디 영화에 초대된 것 같았다. 기사 작성자를 잘못 기재한 영장이 발부돼 압수수색의 근거가 됐고, 검사는 때론 거짓말을 하고 때론 “진실을 같이 밝혀보자”며 종잡을 수 없는 조사를 했다. 국가기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초현실적인 일들이 한동안 벌어졌다.이 수기 형태의 기사는 지난 1년 7개월 피의자로 머물던 때의 기록이다. 기자 개인의 불행이었다면 일기장에 쓰고 말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가 최고 권력자가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했던 숱한 시도 중 하나였다. 검찰이라는 ...

    2025.06.02 06:00

  • [꼬다리] 너의 결혼식
    [꼬다리] 너의 결혼식

    P가 연인과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했을 때, 씹던 타코를 뱉을 뻔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언제 결심했냐, 둘이 얘기한 거냐 물었고 P는 짧게 답했다. “그런데 언제쯤 하려고?” 이 질문에 다다랐을 땐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상황이 짐작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설마 식장 잡았어?”라고…. 그는 올겨울 결혼한다.P와 나는 10년이 넘은 친구다. 요즘은 결혼적령기랄 게 없다곤 하지만, 그래도 주변 친구들이 우르르 결혼하는 시기는 있다. 그 시기를 꾹 참고 지나가면 비혼도 별것 아니라는 ‘꿀팁’을 여러 언니에게 전해 들었다. P는 나보다 세 살이 많아 이미 그 시기를 지난 듯 보였다. P의 친구들은 ‘아기 낳고 잘살고 있’거나 ‘한 번 갔다 왔’거나 나처럼 ‘할 기미가 없’는 줄 알았다. P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면 되겠다고 생각하던 차다. 각종 비혼 관련 기사나 책에 등장하는 나이 지긋한 이들보다 더 많은 용기를 줬다.그와 평생을 느슨하게 돌보며 사는 인생을 꿈꾸기...

    2025.05.30 14:20

  • [오늘을 생각한다] 2025년 기후 대응, 대선에 달렸다
    [오늘을 생각한다] 2025년 기후 대응, 대선에 달렸다

    2025년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여러모로 매우 의미 있는 해다. 우리가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고, 기후정책을 가속할지를 정하고, 외부적으로 약속해야 하는 때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5년마다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올해 9월까지가 기한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그동안 기후 행동에 얼마나 실적을 냈는지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평가받는 원년이기도 하다. 2025년 1월에는 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75℃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2021)에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인류의 선택이 그 후 수천 년의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에 닿는다. 절체절명의 시기인 2025년, 우리는 21대 대통령을 맞게 됐다.기후위기의 원인은 사회 문명 시스...

    2025.05.30 14:19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32) 관계의 딜레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32) 관계의 딜레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인간관계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끝없이 이어진다.직장인의 대부분은 높은 사람 가까이에 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승진해야 하고, 승진하기 위해 부단히 높은 사람 눈에 띄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사람 눈에 띌수록 그 사람의 자리는 위태로워진다. 가까워진 만큼 높은 사람의 기대 수준이 올라가고, 그것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회장 눈에 들기 위해 가까이 갔지만, 그로 인해 회장의 눈 밖에 날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까이 가서 회장의 인정을 받으려고 해야 하나, 멀찌감치 떨어져 자신의 존재를 모르게 해야 하나. 참으로 난감하다.이런 관계의 딜레마는 일상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대표적인 게 ‘고슴도치 딜레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처음 언급했다고 전해지는 이 말의 내용은 단순하다. 추위에 떨고 있는 고슴도치들이 몸의 열기를 나누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2025.05.30 14:18

  • [거꾸로 읽는 한국여성 문학 100년](5) 익숙하면서도 낯선 낭만적 사랑의 모험
    [거꾸로 읽는 한국여성 문학 100년](5) 익숙하면서도 낯선 낭만적 사랑의 모험

    결혼식장은 도산하고 출산이 드물어졌다는 것은 결코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인구 절벽의 위기가 호소력을 가지면서, 청년 세대의 취약성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가 하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제적·제도적 정책이 논의됐다. 때로 싱글의 삶을 예찬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성긴 음모론도 제기됐다. 우렁찬 울음의 아이가 태어나려면 눈부터 맞아야 하는 게 순서라는 듯 중매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 모든 노력이 어쩐지 공허한 발길질인 것만 같다. 사랑과 결혼, 가족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은 비혼과 저출산이라는 흐름의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여성문학은 오늘의 사태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1999)은 영화 <밀애>(감독 변영주)로도 제작된 1990년대의 베스트셀러다. 이 소설은 통속성의 혐의에 시달렸다. 서른세 살의 주부 미흔은 불륜의 사랑...

    2025.05.30 14:16

  • [IT 칼럼] 링크 시대의 황혼과 합성 지성
    [IT 칼럼] 링크 시대의 황혼과 합성 지성

    링크는 월드와이드웹의 본질이다. 1960년대 테드 넬슨에 의해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이 창안될 때부터 링크는 중요한 상호작용의 매개였다.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서, 종이로는 편리하게 제시하거나 표현할 수 없는” 정보의 집합체인 하이퍼텍스트는 하이퍼링크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팀 버너스리에 의해 현실로 구현됐다. 문서를 챕터에 따라 순서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링크에 의해 생각의 흐름에 따라 읽어가는 새로운 정보 순환 구조, 월드와이드웹이 완성된 것이다.월드와이드웹에서 링크들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밝힌 이는 라즐로 바라바시였다. 그 유명한 저서 <링크>에서 그는 스케일 프리 네트워크로 명명된 ‘연결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냈다. 대부분의 노드는 연결이 적지만, 소수의 노드는 매우 많은 연결을 갖는 특질을 밝혀냄으로써 ‘인터뷰 링크 경제’의 속성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이후 월드와이드웹은 이러한 특성에 따라 성장했고, 페이지랭...

    2025.05.30 14:15

  • [김우재의 플라이룸](62) 초파리의 재발견…곤충 유전학의 잠들었던 거인을 깨우다
    [김우재의 플라이룸](62) 초파리의 재발견…곤충 유전학의 잠들었던 거인을 깨우다

    유리병 속에서 쉼 없이 날갯짓하는 초파리, 라틴어 학명으로 Drosophila melanogaster, 이슬을 사랑하는 노란 곤충이라는 이름의 이 작은 생명체는 단순한 실험 대상이 아니라 현대 유전학의 탄생을 증언한 살아 있는 역사이자 수많은 노벨상 연구의 산실이다. 20세기 초, 토머스 헌트 모건이 뉴욕의 ‘플라이룸’에서 초파리와 함께 시작한 여정은 인류 생명과학의 지도를 완전히 다시 그렸다. 유전자가 염색체에 실려 있다는 사실, 성염색체 연관 유전, 돌연변이 메커니즘 등 혁명적 발견은 모두 초파리의 눈 색깔과 날개 모양 등을 통해 밝혀졌다.인간중심주의의 당위와 모순 속에서우리는 인간의 인지 구조에서 비롯되는 체계적 오류, 즉 인지적 편향 및 휴리스틱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우주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한다는 거창한 꿈을 내세우는 과학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특히 현대 과학연구의 대부분은 어떻게든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2025.05.30 14:15

  • 유종의 미 거둔 손흥민의 ‘마지막 꿈’
    유종의 미 거둔 손흥민의 ‘마지막 꿈’

    손흥민(33·토트넘)은 엄청 울었다. 토트넘에 입단한 뒤 10년 만에 처음 만져본 우승 트로피. 앞서 독일에서 활동한 시간까지 합하면 프로축구 선수로서 무려 15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희열과 감격은 상상을 뛰어넘었다.손흥민은 지난 5월 22일 스페인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1 대 0으로 팀이 앞선 후반 22분 투입됐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마치 수비수처럼 뛰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세를 막아냈다. 우승이 확정되자 손흥민은 동료들과 부둥켜안고 웃으면서 울었고, 울면서 웃었다. 손흥민은 마지막 선수로 시상대에 올랐다. 트로피를 받고 높게 치켜들며 자축 세리머니를 시작하는 것은 주장의 권리며 기쁨이었다. 그의 허리에는 태극기가 걸쳐 있었다. 손흥민은 1992년 7월 8일생으로 생일 기준으로 따지면 만 32세다. 전성기를 보낸 뒤 내리막을 타기 시작하는 나이에 비로소 처음 만진 우승컵은 마르지 않은 눈물샘이 됐다.이번 여름 토트넘 떠날 ...

    2025.05.30 14:14

  • [구정은의 수상한 GPS](6) 아프리카 동부로 튄 트럼프 불똥
    [구정은의 수상한 GPS](6) 아프리카 동부로 튄 트럼프 불똥

    아프리카 동부, 그 복잡한 곳에까지 트럼프 불똥이 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번엔 남수단으로 이민자들을 보낸다고 한다. 8명을 미국 땅에서 일단 내보냈는데,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브라이언 머피 연방판사가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하고 이민자들에게 충분한 통지 없이 급하게 추방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쫓겨난 이들은 불과 15시간 전에야, 그것도 대부분 한밤중에 추방 사실을 통보받았고, 가족들과 의논하거나 법률적 도움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추방되는 이들이 그 나라에 가게 될 경우 고문이나 박해의 위험이 있는지,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설명하고 호소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 법원은 봤다.그러자 트럼프 정부는 “법원이 외교적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이민자들을 수용할 국가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항소했다. 추방된 남성 8명은 쿠바, 라오스, 멕시코, 미얀마, 베트남, 남수단 출신이다. 한 명은 ...

    2025.05.30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