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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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호

광장의 외침은 어디로···진보 어젠다가 사라졌다

표지이야기

광장의 외침은 어디로···진보 어젠다가 사라졌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에서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성장’이 주요 경제 어젠다로 부상해 전체 선거 국면을 이끌고 있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제조업의 인공지능(AI) 대전환, 에너지 공급망 혁신, 전략적 첨단산업 육성 등을 골자로 한 ‘3·4·5 성장비전’(잠재 성장률 3%, 4대 수출 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을 제시하며 성장 동력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전 국민에게 연 25만원을 지역화폐 형식으로 제공하는 기본소득, 불평등 완화, 복지 확대 등 분배 중심의 정책을 강조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당시 이 후보는 탄소세 및 국토보유세 같은 목적세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는데, 이는 고탄소 배출 기업이나 고자산층을 주요 과세 대상으로 삼는 ‘부자 증세’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4월 18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토론회에 나온 그는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손쉽게 증세를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증...

  • [취재 후] “폭력도 하나의 언어”
    [취재 후] “폭력도 하나의 언어”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를 찾았다.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투쟁하는 학생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본관 건물 1층 유리문은 대자보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틈새로 안쪽을 들여다보니 십수명의 학생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학생들의 말을 많이 들을 수는 없었다. 이들이 취재를 거절했다. 캠퍼스를 오가던 학생들도 인터뷰를 주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는 반여성주의 단체와 유튜버,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학생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비판·비난을 쏟아내던 상황이었다.지난 4월 1일 비로소 학생 두 명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투쟁의 기억을 되짚는 학생들 말에선 울분이 느껴졌다. 학생들은 그간 수차례 학교에 요구사항을 말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래커 시위는 최후의 수단이었고,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사회가 자신들을 지지, 보호하지 않고 도리어 잘못된 정보로 공격하는 것엔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계엄 후 광장...

    2025.04.30 06:00

  • [시네프리뷰]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나태하고 설익은 진부함의 향연
    [시네프리뷰]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나태하고 설익은 진부함의 향연

    <거룩한 밤> 연출은 카메라를 들고 시나리오대로 화면을 찍었다는 것 이상의 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미건조하다. 영화 전반의 기본 요소가 함량 미달이다 보니 다른 요소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제목: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제작연도: 2025제작국: 한국상영시간: 92분장르: 액션, 코미디감독: 임대희출연: 마동석, 서현, 이다윗, 경수진, 정지소개봉: 2025년 4월 30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이하 <거룩한 밤>)는 어느 정도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도 했다. 근래 한국 상업영화 사상 가장 큰 성과로 기록된 <범죄도시>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동석의 주먹 액션과 <파묘>의 성공으로 기세를 확장하고 있는 ‘오컬트’ 장르가 결합했다고 하니 표면적으로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악마를 숭배하는 집단의...

    2025.04.30 06:00

  • [우정 이야기] 골칫거리 커피캡슐, 우체국서 재활용하세요
    [우정 이야기] 골칫거리 커피캡슐, 우체국서 재활용하세요

    요즘 탕비실 ‘전통의 강자’인 믹스커피 대신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 바로 ‘캡슐커피’다. 캡슐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간편하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다만 소비되는 커피캡슐이 많을수록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커피캡슐이 재활용된다는 점을 모르거나 분리배출을 하지 않아 대다수가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우체국망을 이용하면 커피캡슐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부 및 식품업체 네스프레소와 공동으로 ‘우편서비스를 활용한 알루미늄 커피캡슐 우편 회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앞서 우정사업본부는 환경부와 지난해 7월 동서식품과 협약을 맺고 카누 바리스타 커피캡슐 수거를 진행한 바 있다.우체국망을 통해 네스프레소 커피캡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우편 회수 사업은 5월 9일부터 진행된다. 네스프...

    2025.04.30 06:00

  • [문화캘린더] 시저를 잃은 로마의 혼란
    [문화캘린더] 시저를 잃은 로마의 혼란

    [연극] 킬링시저일시 5월 10일~7월 20일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관람료 R석 7만7000원 S석 6만6000원셰익스피어의 고전 <줄리어스 시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 <킬링시저>가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 작품은 고대 로마 공화정의 절정에 선 줄리어스 시저의 암살과 그 이후 로마를 뒤흔든 권력의 순환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로마 공화정의 영웅이자 절대적 지도자인 시저는 전쟁에서 승리한 뒤 민중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점차 신격화된다. 황제의 자리에 한 발짝 다가간 그를 바라보는 원로원과 귀족들의 시선은 점점 더 경계로 가득 차오른다. 시저가 계속 권력을 쥐고 있을 경우 로마의 자유가 영영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지배한다.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원로원 의원 브루터스와 카시우스 그리고 그들과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은 결국 ‘공화국의 자유 수호’라는 명분으로 시저 암살을 결의한다. 암살의 순간, 로마는 마치 새로운 자유...

    2025.04.30 06:00

  • [신간]외교 잘하면 막을 수 있는, 전쟁
    [신간]외교 잘하면 막을 수 있는, 전쟁

    분쟁 지역을 읽으면 세계가 보인다김준형 지음·날·1만7500원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제 분쟁에 관한 책을 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내전 등 최근의 분쟁 열 가지를 선정해 이들 분쟁이 어떤 배경에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됐으며, 무엇을 남겼는지 살폈다.인류는 자주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전쟁도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예컨대 2011년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와 알아사드 정부의 강경 탄압에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종파 분쟁으로 번졌다. 여기에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동부를 점령하고 러시아, 튀르키예, 이스라엘, 미국, 서유럽 등이 얽히면서 장기전이 됐다. 지난해 12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다. 알아사드는 러시아로 달아났지만, H...

    2025.04.30 06:00

  • [신간]고용의 양이 아닌, 질을 말할 때다
    [신간]고용의 양이 아닌, 질을 말할 때다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이상헌 지음·생각의힘·1만9800원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저자가 ‘일’의 본질과 가치를 짚고, 왜 현실에서 좋은 일자리가 적은지를 써내려간 책이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됐다. 경제학이 ‘실업’을 다루는 한계와 역사적 논쟁을 짚는 1장, 일의 질에 주목하는 2장, 사회적 기여로 일자리의 가치를 정의하는 3장 등 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총체적으로 담겼다. 마지막 9장에서는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에서 시도된 일자리 보장 시범사업을 다루며 마치 아이를 키우듯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온 동네가 함께 힘을 모았던 사례도 소개한다.이 책에는 대한민국에서 일에 대한 논쟁과 정책이 부족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헌법 제32조에 ‘근로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근로 권리가 실현되지 않는다. 저자는 일자리를 바라보는 통상의 개념인 고용·실업·노동 개...

    2025.04.30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7) 경남 창원 용원항-봄소식 안고 돌아온 숭어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7) 경남 창원 용원항-봄소식 안고 돌아온 숭어

    벚꽃 필 무렵 부산 가덕도로 향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 용원항에서 낚싯배를 타는데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숭어의 몸짓에 봄의 활력이 더해갔다. 뱃전에 선 낚시꾼들이 숭어 떼를 향해 갈고리 모양의 홀치기 낚싯바늘을 던졌다. 숭어가 얼마나 많은지 낚시 추에 맞은 숭어들이 기절한 채 물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숭어 입장에선 날벼락인 셈이었다. 낚시꾼들을 뒤로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숭어 한 마리가 멋진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다가왔다.숭어는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대표적인 기수어다. 10월에서 다음 해 2월쯤 먼바다로 나가 산란을 하고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은 봄이 되면 무리를 이뤄 연안 기수역으로 몰려와 부유생물을 먹는다. 여름에는 성장이 빨라 초가을이 되면 몸길이가 20㎝가 넘어선다. 이렇게 성장한 숭어는 늦가을에 민물을 떠나 바다로 가는 생의 사이클을 이룬다.광범위한 해역에서 살아가는 숭어와 구별하기 위해 주로 서해안에 서식하는 것에 가숭어라는 이름을 붙...

    2025.04.30 06:00

  • [독자의 소리] 1625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625호를 읽고

    여성학 연구자들은 왜 ‘여성학과 지키기’ 나섰나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이지만, 여성운동이 활발한 지역이기도 하다. 여성학과가 단독으로 존재하면서 학문-운동-시민사회와 연결됐기 때문인 것 같다._경향닷컴 지역살****여기 댓글에 여성 혐오자들만 봐도 여성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_네이버 bjw0****여성학은 필요에 따라 삭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_경향닷컴 김****2400원 횡령에 ‘장발장 판결’…최고위 법관들이 놓친 것가진 자들, 기득권자들의 수십억~수백억원의 횡령에는 너무나도 관대한 X판들._주간경향닷컴 독립****이런 인간들이 대법관이 되고 헌법재판관이 되려고 하니 나라가 이 지경이지._경향닷컴 뫼****노동자가 얼마나 하찮게 보였으면 이런 판결을 할 수 있는지 씁쓸하다._경향닷컴 두봉****“산불 난리인데 경북지사가 시장에 왜 오나”왜긴 다시 나와도, 또다시 나와도 뽑아주니 시민들...

    2025.04.30 06:00

  • [렌즈로 본 세상] 청계천의 책멍, 물멍
    [렌즈로 본 세상] 청계천의 책멍, 물멍

    가을 못지않게 봄도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실내도 좋지만 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야외라면 더 운치가 있다. 졸졸 시냇물이 흐르는 개울가라면 금상첨화다. 때마침 서울시가 운영하는 야외도서관이 청계천에 개장했다. 이름하여 ‘책 읽는 맑은 냇가’다.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에 마련됐다. 냇가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다.세계 책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3일, 점심때가 되자 주변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야외도서관에 몰려들었다. 10여 분도 지나지 않아 준비된 의자가 모두 동이 났다. 물가에 앉은 시민들은 청계천 물소리와 함께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화창한 날씨에 책 속에 빠져든 시민들의 표정이 여유로웠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청계천에서 책을 읽는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지자 눈길을 떼지 못했다. 서울광장에 마련될 ‘책 읽는 서울광장’은 어린이날 연휴인 5월 4일부터 시민들을 맞이한다.

    2025.04.29 10:13

  • [편집실에서] 입만 터는 문과 놈들
    [편집실에서] 입만 터는 문과 놈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한 강연에서 국내 의료체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고질적인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의료계 갈등, 대형 병원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였죠. 그가 강연에서 언급한 고 윤한덕 교수(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는 만성적인 응급의료 인력 부족으로 주 129시간을 일하다 2019년 설 연휴 근무 중 자신의 사무실 책상 앞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외상외과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 병원장이 이날 쏟아낸 거친 발언은 수십 년간 바뀌지 않는 의료계에 대한 절망감이 가득 찬 처절한 외침으로 들립니다. 맥락을 보면 이 병원장이 언급한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은 아마도 의대 증원 확대만으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정책 결정자들을 지칭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나 타협 없이 의대 모집 증원만 강행하다 결국 이마저도...

    2025.04.28 10:00

  • ‘천도론’에 술렁이는 세종···또 선거철 립서비스?
    ‘천도론’에 술렁이는 세종···또 선거철 립서비스?

    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세종시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충청권에 대한 구애로 세종 시대를 열겠다는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잇따르면서다. 대통령 집무실 건설, 국회 완전 이전, 행정수도 완성 등 설익은 주장이 쏟아지는 가운데 세종 지역은 벌써부터 집값이 꿈틀대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행정수도’ 테마로 선거철마다 집값 급등락만 반복했던 세종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말잔치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만만찮다.■“인기단지 호가 1억원씩 올라”···아파트값 70주 만에 상승 전환지난 4월 21일 세종시 나성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올 초부터 매수세가 조금씩 올라왔다”면서 “인기단지 호가는 벌써 1억원씩 올랐다”고 했다. 다만 “매물 가격이 오르니까 요즘에는 또 (계약서) 도장을 막 찍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아파트가 밀집한 나성동의 집값은 올 초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임박할 때까지 슬금슬금 올랐다...

    2025.04.28 06:00

  • “선한 의지는 이어진다”…‘7년 취재’ 김주완 기자가 본 어른 김장하
    “선한 의지는 이어진다”…‘7년 취재’ 김주완 기자가 본 어른 김장하

    “평생을 팬심으로 생각해왔던 이분을 알리고 싶었다.”김주완 기자에게 김장하 선생 취재는 30년 기자생활 내내 간직한 과업처럼 보였다. 2년차 기자였던 1991년 처음으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바로 퇴짜 맞았다. 그해 김장하 선생은 사재를 털어 설립한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했다. 막연히 ‘부자가 좋은 일 하는구나’ 싶었는데, 인터뷰 거절이 오히려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후 김장하 선생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하나같이 놀라웠다. 학교 헌납 훨씬 전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더라, 1989년 전교조 해직 사태에도 전교조 교사를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더라, 차도 없고 일하는 한약방 3층에서 산다더라. 그런데 언론에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 이후에도 인터뷰를 요청하길 몇 차례, 돌아오는 것은 “그런 거 안 합니다”라는 퉁명스러운 답변이었다.그가 그때 포기했다면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는 경남 진주 안팎에서 아는 사람들에게만 구전되는 설화로 남았을지 모른다. 김 ...

    2025.04.28 06:00

  • ‘셀 USA’ 계속될까···미 국채에 무슨 일이?
    ‘셀 USA’ 계속될까···미 국채에 무슨 일이?

    “환생이란 것이 있다면 나는 대통령이나 교황이나 4할 타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채권시장으로 환생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겁을 줄 수 있으니까.”30여 년 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수석전략가로 활약한 제임스 카빌은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한 경제정책이 무산되는 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선거 슬로건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중산층 세금 완화’ 정책을 펴다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 상승’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1993년 말부터 1994년 말까지 미국 장기 국채의 수익률은 5.25%에서 8.1%까지 올랐다.국채는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정부가 써야 할 돈이 세수보다 많을 때 그 차액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떼일 염려가 없는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찾는 이가 많다....

    2025.04.28 06:00

  • 원내 소수정당들의 조기 대선 전략은
    원내 소수정당들의 조기 대선 전략은

    “한창민 대표도 웃으세요.” 사회를 맡은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주문하자 손을 맞잡은 각 당 대표들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참가자들이 서명한 ‘2차 선언문’을 앞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의 풍경이었다. 김 대변인은 “역사에 길이 남을 선언문”이라며 “선언문에 적힌 합의 내용은 모두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도 했다.4월 15일 국회 본청 316호 회의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대표자들이 모였다. 이들 ‘야 5당’ 모임의 이름은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이 어떤 내용이길래 ‘역사에 길이 남을’이라고 주장하는 걸까. 다음의 총 6개 항목이 담겼다. “1. 대한민국의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내란종식과 민주헌정수호라는 점에 대해 공동 인식하고, 내란세력 재집권 저지를 위해 제 정당이 연대한다. 1. 내란종식을 위해 내란 특검을 실시하고 ‘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를 ...

    2025.04.28 06:00

  • [주간 舌전] “국민의힘은 없어지는 게 맞다”
    [주간 舌전] “국민의힘은 없어지는 게 맞다”

    “국민의힘 없어지는 게 맞다.”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지난 4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자신과의 ‘빅텐트’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홍 후보가 (국민의힘 본선 후보가) 되든 누가 되든 단일화할 이유는 없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와서 악수할 때 얼굴에 ‘사기꾼’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그는 특히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를 두고 “누군가 윤석열 전 대통령 제명 징계를 얘기했으면 되게 멋있었을 것 같은데 윤 전 대통령에게는 아무 말이 없다. 이 정도면 윤 전 대통령 말을 차용해서 ‘이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면서 “윤석열 당원은 계엄을 일으키고도 평온하게 아크로비스타에서 변호사들과 식사를 즐기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이 후보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4월 24일 긴급 기자회견...

    2025.04.28 06:00

  • [꼬다리] 엄마들의 노동사
    [꼬다리] 엄마들의 노동사

    지난 4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홈플러스 피해당사자 증언대회’를 취재했다. 사모펀드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직영 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 입점업체 점주, 배송 노동자 등 홈플러스 종사자들이 불안해진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였다.그날 내게 인상 깊었던 건 의원회관 세미나실을 가득 메운 50대 여성들이었다. 노란 조끼를 입고 모인 이들은 피해당사자 증언대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하하 호호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중장년 여성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걸 본 게 언제였을까 싶다가도 이들이 계산, 진열 업무 등을 하며 마트 운영을 떠받치고도 하루아침에 자본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그들을 보니 엄마 얼굴이 겹쳐 보였다. 자식 다 키우고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 ‘○○ 엄마’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 홈플러스 여성 노동자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엄마처럼 경력단절 후 진...

    2025.04.25 14:37

  • [오늘을 생각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위대한 비즈니스
    [오늘을 생각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위대한 비즈니스

    아웃도어 의류 및 장비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기울일 뿐 아니라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활동에 기부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정부 정책에 직접적으로 맞서 소송을 하는 놀라운 회사다. 2022년 회사 지분 전액을 기후대응을 위한 비영리 재단에 기부함으로써 지구만이 유일한 주주라고 선언해 ‘넘사벽’이 됐다. 이러한 선택은 어떻게 가능할까. 파타고니아의 기업정신과 경영철학을 배우는 ‘파타고니아 비즈니스 스쿨’을 통해 크리스 톰킨스(Kris Tompkins) 초대 CEO와 라이언 겔러트(Ryan Gellert) 현 CEO를 비롯한 10여 명의 전·현직 기업 고관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됐다. 놀라운 것은 연령, 성별, 개성이 다른 그들과의 대화가 각각 특별한 한 편, 하나의 책을 읽듯이 자연스럽고 매끄럽다는 점이다. 지속가능경영이 기업 또는 조직의 핵심 경영 ...

    2025.04.25 14:36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46) ‘혐오’ 상쇄하는 ‘접촉’의 힘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46) ‘혐오’ 상쇄하는 ‘접촉’의 힘

    청년들이 거리에서 “빨갱이는 가라”고 외치는 모습은 실로 괴이하다. 그들이 들고 있는 조악한 플래카드들은 60여 년 전 군부독재 시대를 연상케 한다. 거짓 뉴스 등으로 촉발된 혐중 시위 또한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양상의 ‘혐오’들이 정치권과 야합하며 점점 괴기스러운 연대를 이루기 시작한다. 이제 진지하게 그들만의 논리를 들여다보고 불통의 장벽에 균열을 가해야 할 때다. 마침 혐오의 본질인 불안과 경계, 차별을 소재로 한 공연들이 다양하다. 마녀사냥을 다룬 <시련>과 <라파치니의 정원>, 경계에 있는 이들을 다룬 <베를리너>와 <랑데부> 등은 혐오를 상쇄하는 코어 근육인 교류(transaction)와 접촉(contact)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잘 알려진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희곡을 윤색한 연극 <시련>(신유청 연출·김진숙 번역·윤성호 윤색·이소영 안무·이태섭 무대·강지...

    2025.04.25 14:35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5) 영드 ‘소년의 시간’, 살인자의 이해를 이해하기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5) 영드 ‘소년의 시간’, 살인자의 이해를 이해하기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 드라마를 학교의 공식 커리큘럼으로 사용하자는 논의를 조직하고 있다. 온라인 여성혐오(misogyny)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는 그곳에서도 큰 논쟁거리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 역대 시청 순위 5위에 올랐을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만들어냈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논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히 한국에서 이 작품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다(스포일러가 무의미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혹시 걱정되는 독자가 있다면 아래 글을 읽기 전에 드라마를 먼저 보길 추천한다).<소년의 시간>은 원 테이크로 촬영된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1편은 열세 살 소년 제이미가 집에서 체포되는 장면에서 시작돼 그가 케이티를 살인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

    2025.04.25 14:35

  • [가깝고도 먼 아세안] (50) 한국, 신남방 2.0으로 아세안과 함께 나아가야
    [가깝고도 먼 아세안] (50) 한국, 신남방 2.0으로 아세안과 함께 나아가야

    한국은 아세안 지역 시민들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국가다.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고, 아세안 여러 국가로부터 원조를 받는 최빈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자 세계 곳곳에 방산 무기를 수출하는 군사 강국이다. 또 전 세계인이 음악, 드라마, 소설, 웹툰에 음식과 화장품까지 즐기게 만든 문화 강국이 됐다.한국의 창의적인 콘텐츠와 라이프 스타일에 매료됐던 아세안 인들은 불법적인 계엄령에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대처한 한국적인 민주주의에 또다시 감탄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불법 계엄을 단 3시간도 안 돼 막아낸 국회. 4개월간 질서정연하면서도 합법적인 방식으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낸 시민들. 대통령 탄핵 집회 현장에는 흥겨운 K팝이 흘러나오고 누군가 이미 결제해둔 따뜻한 음료와 음식을 누구나 먹을 수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낼 수 있게 난방버스가 대기하는 모습...

    2025.04.25 14:3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48) 징계를 두려워하는 마음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48) 징계를 두려워하는 마음

    A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이 있었습니다. 공무원 B와 크게 다투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손에 잡힌 문구류를 집어던진 일 때문에 ‘특수공무집행방해’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으로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특수’라는 단어는 A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A는 필자와 대면 상담했습니다. “변호사님, 저… 정말 감옥에 가게 되는 건 아닐까요?” A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사건 기록을 검토하던 변호사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사건의 이면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었습니다. 피해자인 공무원 B 역시 민원인 A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여러 차례 퍼부었던 것입니다. 변호사는 여기에 집중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무원 B와 함께 그 욕설을 당직실 바로 옆에서 들었던 동료 공무원 C를 나란히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드디어 공판일, 법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증인들은 오른손을 들고 진실만을 말할 것을 엄숙히 선서했습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

    2025.04.25 14:34

  • [박상영의 경제본색](1) 기재부 또 한 번 쪼개나요?
    [박상영의 경제본색](1) 기재부 또 한 번 쪼개나요?

    “정말 두 개로 쪼개질까요?” 최근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 만나면 조직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종종 물어본다. 타 부처 공무원들도 기재부의 조직 개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산과 세제는 물론 공공기관 평가에 경제정책 조정 기능까지 갖춘 기재부의 변화는 공직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기재부 쪼개기’ 논의에 불을 댕긴 건 최근 언론에 유출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의 조직 개편안이었다. 개편안에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고,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이 담겼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각각 운영됐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로 돌아가는 것이다.왜 민주당은 기재부를 쪼개는 방안을 추진할까? 그 전에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각각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봐야 한다.돈 쓰는 곳과 정책 만드는 곳의 만남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돈을 쓰는 곳이다. 예산 편성을 포함해 재정을 관리한다. 기획예산처는 매...

    2025.04.25 14:34

  • 미·중 무역전쟁의 ‘가혹한 선택’ 요구받는 아세안
    미·중 무역전쟁의 ‘가혹한 선택’ 요구받는 아세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기 행정부(2017~2021년) 때 벌어진 1차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동남아였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 규제를 피하면서 대미 의존도도 줄여야 했고, 미국은 여전히 저렴한 상품을 필요로 했다. 제조업 공급망은 동남아 국가에 자리를 잡으며 새로운 가치 사슬을 형성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 동남아 국가들에 ‘이중혜택’은 ‘이중압박’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캄보디아(49%), 베트남(46%),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24%) 등 동남아 국가들에 직격탄을 날렸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14~18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찾았다. 시 주석의 올해 들어 첫 해외 순방이자, 미국과 관세 펀치를 주고받으며 관세율을 100% 넘게 끌어올린 직후 이어진 일정이다.시진핑 방문에 동남아 난감한 처지 더 두드러져동남아의 난감한 처지는 ...

    2025.04.25 14:33

  • [IT 칼럼]인간 얼굴을 한 아바타, 디지털 휴먼
    [IT 칼럼]인간 얼굴을 한 아바타, 디지털 휴먼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s)은 인공지능과 고급 3D 그래픽 기술을 결합해 인간과 유사한 외모, 감정, 행동을 표현하는 가상의 존재를 말한다. 단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시작해 현재는 고급 AI 기반 아바타인 디지털 휴먼으로 발전했다.IT 기업 글로반트(Globant)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휴먼 시장은 2023년 55억9000만달러에서 2032년 675억4000만달러로 성장해 연평균 성장률이 31.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휴먼이 점차 정교해지고 실용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것임을 시사한다.현재 디지털 휴먼 기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 외형적 사실감 향상이다. 초고해상도 텍스처 매핑과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발달하면서 피부의 미세한 주름이나 모공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됐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과 의복의 주름까지 물리 엔진을 통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구현한다....

    2025.04.25 14:32

  • [기고] 통제받는 원전, 에너지 안보인가 종속인가
    [기고] 통제받는 원전, 에너지 안보인가 종속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원전을 에너지 안보의 핵심 카드로 인식해왔다. 1970년대 중동발 석유 위기로 국가 전력의 약 77%를 석유에 의존하던 당시, 국제정세에 따라 산업과 민생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원전은 대안으로 떠올랐다. 소량의 우라늄으로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하고, 수입선이 석유보다 다양하다는 점에서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렇게 우리는 원전을 에너지 자립의 열쇠로 여겨왔다.그러나 그 당시의 판단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의 원전 도입은 사실상 미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다. 원전 설계, 핵연료 가공, 운용, 안전규제 체계까지 모두 미국 주도의 국제 원자력 질서에 편입돼 있었다. 이후 우리는 기술 자립을 목표로 원전 노형을 자체 개발하고 수출에도 나섰지만, 핵심기술과 연료 사이클의 완전한 독립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핵에너지 기술·외교 주권 미국에 의존진정한 에너지 자립은 ‘형...

    2025.04.25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