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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4호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손절할 수 있을까

표지이야기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손절할 수 있을까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 어떡하나, 청년세대 어떡하나….” 관저 퇴거 하루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을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이번 계엄·탄핵 과정에서 열렬한 윤석열 지지자이자 부정선거 주창자로 ‘커밍아웃’을 한 전씨는 4월 10일 면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윤 전 대통령이 위의 말을 되풀이했다고 공개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났듯 윤석열은 상습적 거짓말쟁이다. 거짓말쟁이의 말은 거꾸로 해석하면 된다. 구속 취소로 나와 있는 윤석열의 의중은 감옥으로 되돌아가기도 싫고, 죽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국민과 청년세대를 언급한 것은 국민과 2030 청년세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서 달라는 당부다. 굳이 퇴거 하루 전 그동안 전국을 돌며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의 주요 연사로 나선 전씨를 만난 이유다.전한길 만난 윤석열, “청년세대 걱정”의 속뜻 “내란죄에는 무기징역이나 사형밖에 없다. 윤석열은 모든 목표가 국민...

  • [취재 후] 미국발 불안, 한국의 불안
    [취재 후] 미국발 불안, 한국의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으로 시작하는 기사는 유통기한이 몹시 짧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트럼프는 지난 3월 4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한 달 유예를 발표했다. 정작 한 달 뒤가 되자 80여개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캐나다·멕시코는 대상에서 뺐다. 급기야 4월 9일에는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각국에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키로 했다. 세계 경제가 그의 입을 따라 춤을 춘다. 시장은 반등했는지 몰라도 신뢰는 무너졌고, 불확실성은 커졌다. 지구인 모두가 이 시기를 버텨야 한다.두려운 점은 ‘세계구급’ 영향력을 가진 이 엉터리 지도자의 집권이 미국 시민들의 실수나 착오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된 것은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의 노동자들이다.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지지를 선언했다.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미국의...

    2025.04.16 06:00

  • [우정 이야기] 가격 낮추고, 혜택 늘리고···우체국보험 ‘변신’
    [우정 이야기] 가격 낮추고, 혜택 늘리고···우체국보험 ‘변신’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고환율 시대가 끝날 줄을 모른다. 가뜩이나 침체한 내수는 산불피해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충격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활비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보험’이다.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약환급금 규모만 약 59조원에 달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경기불황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보험 해약으로 단기간 현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만약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거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보험이 없는 서민들은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이처럼 고물가·고환율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부담을 소폭이나마 경감하기 위해 우체국보험도 보험료를 낮추는 등 상품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보험의 보험료를 인하하고 보장 혜택은 늘리는 등 우체국보험이 판매 중인 전체 상품(총 48종)을 대폭 개선한다고 밝혔다.우체국보험은 먼저 최근 개정된 경험위험...

    2025.04.16 06:00

  • [문화캘린더] 주목받는 이영애의 ‘헤다’
    [문화캘린더] 주목받는 이영애의 ‘헤다’

    [연극] 헤다 가블러일시 5월 7일~6월 8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관람료 R석 11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세계적인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고전 명작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귀족 출신의 헤다는 학문 외에는 무관심한 조지 테스만과 결혼했지만, 예상과 달리 단조롭고 지루한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낀다. 그러던 중 불운한 천재 작가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에일레트가 나타나고, 그 곁에는 그가 질투심을 느끼게 되는 동문 테아가 함께한다. 헤다는 억눌렸던 감정과 욕망, 질투와 불안 속에서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한편 헤다 부부 주변에 머물던 브라크 판사는 헤다를 은밀히 통제하고 싶어한다.현시대까지도 강렬한 비극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헤다는 복잡하고 아름답고 파괴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입체적 인물로 세계 어디서든 공연 소식이 전...

    2025.04.16 06:00

  • [시네프리뷰] 사유리-‘괴랄’함을 욕심낸 상투성의 한계
    [시네프리뷰] 사유리-‘괴랄’함을 욕심낸 상투성의 한계

    이 영화의 ‘괴랄’함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이 최선이다. 보통의 심령 공포영화처럼 전개되다가 절반 이후 코미디 활극으로 선회하는데, 이 부분이 ‘괴랄’함의 발생 지점이자 사실상 전부라 할 수 있다.제목: 사유리(サユリ)제작연도: 2024제작국: 일본상영시간: 108분장르: 공포, 코미디감독: 시라이시 코지출연: 미나미데 료카, 네기시 토시에, 콘도 하나, 카지와라 젠개봉: 2025년 4월 16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최근 일본 영화의 동향을 바라보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양질의 다양한 상업영화가 쏟아져 나왔던 때를 반추하는 목소리를 종종 접하곤 한다.때마침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한국에 소개됐던 당시 일본의 상업영화는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효율적인 제작 시도를 통해 장르를 넘나...

    2025.04.16 06:00

  • [신간] 혼란한 미래 속에서 모색하는 ‘길’
    [신간] 혼란한 미래 속에서 모색하는 ‘길’

    10년 후 세계사 : 미래의 역습구정은, 이지선 지음·추수밭·2만2000원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유전자편집···. 이미 우리 삶을 바꾸기 시작한 혁신 기술은 10년 후 미래에는 일상이 될지 모른다. 기술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기술이 만들어낼 변화와 충격파에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들은 “(낙관론과 비관론 중에서) 정답을 골라야 하는 건 아니다. 가야 할 길은 ‘갈지(之)’ 자가 될 수밖에 없고 혼란 속에서 모색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예컨대 챗GPT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지브리 스튜디오’ 화풍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된 시대지만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창작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도 받는다. AI로 제작한 딥페이크 성착취물과 허위 정보가 담긴 선동물이 유포돼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냉각수를 사용하는데, 기후변...

    2025.04.16 06:00

  • [신간] ‘허기와 비슷한’ 외로움에 대하여
    [신간] ‘허기와 비슷한’ 외로움에 대하여

    ▲외로움의 책다이앤 엔스 지음·박아람 옮김·책사람집·1만9800원우리 주변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곳곳에 널려 있다. 클릭 몇 번만으로 순식간에 주의를 빼앗아버리는 짤방, 매혹적인 쇼핑 아이템, 요리·운동과 같은 온갖 취미 활동이 그렇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외롭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책은 외로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외로움과 관계의 의미를 오랜 기간 탐구해온 캐나다 철학자다. 책은 외로움이 무엇인지, 왜 외로울 수밖에 없는지, 외로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외로움은 모순적’이라고 정의한 대목에서 “(외로움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완전히 노출돼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 외로움은 “감정이 아닌 욕구에서 비롯되는 갈망”이자 “허기와 비슷”하다고도...

    2025.04.16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6) 태국 시밀란 해역-깊은 잠에 빠진 앵무고기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6) 태국 시밀란 해역-깊은 잠에 빠진 앵무고기

    앵무고기(Parrotfish)는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걸쳐 80여 종이 살고 있다. 50~70㎝ 정도인 앵무고기는 바위와 산호초 등 얕은 바다에 살아 현지인들은 간단한 줄낚시로 잡아 구이나 찜으로 식용한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어촌마을을 다니다 보면 어민들이 대나무 채반에 담아 팔고 있는 앵무고기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앵무고기라는 이름은 머리와 돌출된 이빨 구조가 앵무새의 부리를 닮아서이다. 여기에 더해 몸의 색까지 앵무새처럼 화려하다. 돌출된 이빨 구조는 입술로 모두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툭 튀어나온 ‘통니’ 때문이다. 앵무고기는 날카롭고 폭이 넓은 판 모양으로 돼 있는 통니로 산호를 긁어먹은 후 입속에서 잘게 부수어 위장으로 넘긴다. 산호 분쇄물 속에 들어 있는 주산텔라 등의 산호 공생조류는 소화되고 석회질 분말은 그대로 배설된다. 대개의 앵무고기는 이빨에 녹색 물질이 잔뜩 끼어 있다. 산호를 긁을 때 옮겨붙은 공생조류 때문...

    2025.04.16 06:00

  • [독자의 소리] 1623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623호를 읽고

    한국의 세계화 희생자들에 트럼프가 보낸 통지서무역이 국가 총생산의 60%를 차지하는 게 한국이야.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빗장 걸면 현대차 근로자들만 힘들어질 것 같냐? 나라에 돈이 돌지 않아 자영업은 더 힘들어질 거야._네이버 hope****결론 미국 바라기, 미국 몰방은 죽음이다. 다각화·다양화·세계화만이 살길이었다._경향닷컴 atdt****나와 내 자식들의 살날이 두렵다._네이버 artc****“70만달러짜리 계약 끊겼다”···관세 폭풍에 휘청이는 중소업체들한국과 미국의 공통점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것._경향닷컴 kji****조심스럽지만… 경제적 실익을 따져 니어쇼어링 기업들은 이 기회에 국내로 들어오는 건 어떤가._네이버 jsji****자국민 일자리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각국이 보호주의 내수 경제로 가는 게 맞겠지. 인플레로 빈곤해져 소비를 줄일 수 있어 지구가 살겠네._네이버 siml****‘미장’ 투...

    2025.04.16 06:00

  • [편집실에서] 제2의 윤석열을 막으려면
    [편집실에서] 제2의 윤석열을 막으려면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이후 독자 여러분은 일상 회복이 좀 되셨나요? 광장의 혼돈,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기괴한 탄핵 반대 논리, 혹시라도 그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해방된 것만으로도 봄이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하지만 이게 끝은 아닙니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무너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복원하고, ‘제2의 윤석열’이 또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지지자들만 쳐다보는 양극단의 정치, 상대편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기는커녕 악마화하는 문화, ‘잘하는 놈’보다 ‘덜 나쁜 놈’ 뽑기를 유도하는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고는 이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극우 포퓰리스트를 4년 만에 다시 백악관으로 들여보내 전 세계를 초토화하고 있는 미국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대 대선 투표율은 77.1%에 달합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최고 권력자가 집권 후 독재와 파시즘적 본색을 ...

    2025.04.16 06:00

  • [렌즈로 본 세상] 눈물로 일구는 추모의 숲
    [렌즈로 본 세상] 눈물로 일구는 추모의 숲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환경단체 활동가들과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이 나무를 심으며 환경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지난 4월 8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가 서울 마포구 노을공원에서 추모 행사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 석면 등으로 숨진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나무를 심었다. 올해 추모 행사에는 지난 2020년 인도에서 발생한 LG화학 가스 누출 참사로 숨진 인도 주민들을 추모하는 나무도 함께 심었다.나무 심기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은 행사 참가자들은 공원 산책로 옆 비탈길에 쉬나무, 산딸나무, 굴참나무 등 30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6개월 된 아이를 잃은 김홍석씨는 나무 아래에 영정을 놓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이자 유가족인 민수연씨는 나무를 심은 뒤 기도하듯 하늘을 응시했다. 환경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묵념하며 행사는 마무리됐다.

    2025.04.15 06:00

  • [주간 舌전]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 더 멍청
    [주간 舌전]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 더 멍청

    “벽돌 자루보다 더 멍청하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를 통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 글에서 “(나바로는) 진짜 바보 천치(moron)”라고 조롱했다.머스크의 이 같은 행동은 나바로 고문이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겨냥해 “우리는 머스크가 자동차 제조업자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자동차 조립업자다.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며 “테슬라 전기차 부품의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 등에서 온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머스크와 나바로는 최근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글로벌 상호관세 전략을 두고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5일에는 X에서 한 사용자가 나바로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가 있다고 칭찬한 게시글에 “하버드 경제학 박사는 나쁜 것”이라며 “두뇌보다 자아가 더 커지기 때문(more ego than brains)”이라고 ...

    2025.04.14 06:00

  • “이번엔 광장 민주주의가 일터 민주주의로 연결돼야”
    “이번엔 광장 민주주의가 일터 민주주의로 연결돼야”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노동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어떤 단체인지 모른 채 그저 좋아하는 선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2004년 8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서 자원활동을 했다. 노조 밖 불안정·소외 노동자 일을 이때 시작한 것이다. 사법시험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그해 말 합격(47회)했다. 노동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다. 2005년 3월부턴 비정기 활동을 이어갔다.대형로펌에서 먼저 일했다. 애초 있으려 한 곳은 아니다. 빚 갚을 돈을 번 뒤 나왔다. 2010년 법무법인 공감에 들어가 노동 사건만 담당했다. 초기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수임료를 받지 않고 일을 하는 변호사 윤지영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다녔다. 3월 출간한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에 나온 일화다.대표 취임 1주년(2월 28일)과 책 이야기를 들으려 인터뷰를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인 4월 5일 인터뷰했다....

    2025.04.14 06:00

  • 지브리 ‘스타일’에 취한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지브리 ‘스타일’에 취한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이 사진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전 세계에서 명절 인사 등을 제외하고, 모두가 똑같은 말을 이토록 많은 사람이 동시에 사용한 때가 있었을까. 챗GPT를 이용해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 스튜디오 필터를 자신의 사진에 씌우는 일명 ‘지브리’ 사태 말이다. 특유의 선한 얼굴선, 복고적인 수채화 색감으로 표현된 자신의 모습에 모두 취했고, 전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 이미지들로 순식간에 도배됐다.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1일(현지시간) 이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26개월 전 챗GPT 출시는 제가 본 것 중 가장 폭발적인 바이럴 마케팅 중 하나였고, 5일 만에 사용자 100만명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지브리로) 지난 한 시간 동안 사용자가 100만명이 증가했습니다.”지브리 현상은 인공지능(AI)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고, 얼마나 빠른 시간에 확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커다란 ...

    2025.04.14 06:00

  • “호미 하나 안 남았는데 사과 농사는 무슨···”
    “호미 하나 안 남았는데 사과 농사는 무슨···”

    “저기 있는 거(나무) 한 개도 못씁니다. 멀쩡한 거 같아도 싹 다 죽었어요.”배방천을 거슬러 내배방마을로 가던 길에서 만난 한 주민이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집 앞 타다 남은 잔해들을 그러모으던 그는 ‘피해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호미 한 개 안 남았는데 사과 농사는 무슨…”이라며 혀를 찼다.경북 안동. 계명산 자락 배방저수지를 출발해 배방천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배방마을은 4개 부락 50여 가구로 이뤄진 작은 마을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담배 농사를 주로 지었지만, 부락 전체가 벌이가 더 나은 사과 농사로 갈아타면서 안동에서도 사과가 많이 나기로 소문난 마을이다.지난 4월 8일 배방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경대씨(69)는 “좀 있으면 꽃이 펴야 하는데 아직 이파리 한 개가 안 난다. 이게 착과가 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들이 전부 누렇게 변했는데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불이 넘어온 날, 배방 골짜기를 가운데 두고...

    2025.04.14 06:00

  • 링거 맞고 코피 쏟고, 광장의 최전선에 그들이 있었다
    링거 맞고 코피 쏟고, 광장의 최전선에 그들이 있었다

    지난 4개월간 도심 광장에서는 탄핵 집회가 수십 차례 열렸다.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민들은 휴일에, 퇴근 후에 시간을 쪼개 집회 현장을 찾았고, 혹한의 추위에도 광장에서 밤을 새웠다.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바라보는 무대 뒤편에서, 시민들이 돌아올 자리를 광장에 만들기 위해 애쓴 이들도 있다. 각각의 시민단체에서 모인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응원봉의 불빛이 꺼질세라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했다. 임민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기획국장(활동명 ‘밍갱)’은 “(지난 1월) 윤석열 구속 이후 집회 현장을 찾는 시민들이 크게 줄었다. 다시 광장을 찾을 시기까지 광장을 지키는 게 시민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잠을 쪼개고 때로는 코피를 쏟는 과정이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중심을 잡고 회복하기까지 이들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다.이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은 일단락이되 끝이 아니다. 다시 각자가 속한 시민...

    2025.04.14 06:00

  • 윤석열 파면으로 본 ‘대통령의 자격’
    윤석열 파면으로 본 ‘대통령의 자격’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확인하고 대통령직을 박탈해 헌법질서를 회복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이 결정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할 때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어떤 것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이는 계엄 이후 선출될 대통령의 자격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뜻하기도 한다.헌재가 이번 결정에서 가장 강조한 점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다.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제1조 제2항)고 규정한다.헌재는 “국가권력의 근원과 주체는 국민”이라며 “국민만이 국가의 정치적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고, 국가권력은 특정 계급이나 집단에 의해 독점적으로 지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와의 대립에서 벗어날 의도만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은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

    2025.04.14 06:00

  • [꼬다리] TV 같이 보실래요?
    [꼬다리] TV 같이 보실래요?

    4월 4일 금요일은 아주 바쁜 날이었다. 그다음 주 월요일 이사를 앞두고 맞은 마지막 평일이었다. 인터넷 장비나 정수기를 해체하는 등 집안 곳곳 물건의 이동을 준비하는 약속이 줄줄이 잡혀 있었다. 거실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다 초인종을 누르는 노동자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인사하고, 다시 일하고, 서명하고, 배웅하기를 반복했다.오전 9시 30분에 도착한 이의 역할은 매트리스 청소였다. 큰 체격의 남성이 그날 만난 이중 가장 많은 짐을 들고 등장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반소매 차림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는 짧은 설명을 마친 뒤, 크고 화려한 청소기를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청소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그가 세제를 묻힌 솔로 매트리스 위 얼룩을 꼼꼼히 지우고 있을 때 오전 11시가 됐다. 헤드폰을 꼈다.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음성이 흘러...

    2025.04.11 14:30

  • [김우재의 플라이룸](60) 엘리트 카르텔과 한국 과학의 미래
    [김우재의 플라이룸](60) 엘리트 카르텔과 한국 과학의 미래

    과학의 본질은 자유로운 탐구와 실패를 통한 혁신이다. 그러나 한국의 관료주의는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엘리트 카르텔―학벌과 고시 합격자로 구성된 폐쇄적 네트워크―은 연구 자율성을 억압하고, 권력 유지를 위한 규제와 형식주의를 고수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정부 부처부터 대학 연구실까지 침투해 있으며, 과학계의 역동성을 말살하고 있다.윤석열 탄핵 사태는 이러한 문제가 얼마나 구조적이며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과 한덕수 등 엘리트 관료들은 국정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고통을 외면했고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최고의 엘리트 관료라 불리는 이들은 국가적 위기보다 집단의 기득권 유지에 집중해왔다. 한국 엘리트 카르텔의 표본이 된 서울대 출신 공직자들이 주도하는 ‘모피아’ 집단은 재정 지원을 특정 분야에 편중시키고, 학연·지연을 통해 신진 연구자들을 배제하는 ...

    2025.04.11 14:30

  • [서중해의 경제망원경] (44)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를 대비해야
    [서중해의 경제망원경] (44)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를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전쟁이 일단은 파국을 면했다. 그는 미국에 무역흑자를 내는 60여 개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발효한 지 13시간여 만에 90일의 유예기간을 둔다고 했다. 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10%의 기본관세를 적용받는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렸다. 관세 폭탄을 맞게 된 중국은 끝까지 싸운다는 태도다. 연합뉴스는 이번 관세전쟁이 미·중 간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더라도, 과거와 같은 우호 관계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양국 사이의 힘의 균형이 이미 많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환율을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따라 그림이 약간씩 바뀌지만, 2000년 미국의 12%(명목환율 기준) 또는 20%(불변환율 기준) 수준이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에는 64%(명목환율 기준) 또는 78%(불변환율 기준) 수준으로 커졌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은 2030년대 초에 GDP 규모에서 미국을 추...

    2025.04.11 14:30

  • [기고]세월호의 진실을 덮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기고]세월호의 진실을 덮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지난 4월 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이하 ‘제로썸’)에 나오는 주장들을 하나하나 반박하기란 고된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더욱 곤란한 일이다.영화 속 어떤 주장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비틀고 있다.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실 내부의 손상이 잠수함 충돌과 관련 있는 듯 말하는 변호사는 자신이 고위직으로 몸담았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2017~2018) 조사관들이 그와 상반되는 조사 결과를 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2018~2022)에서 침몰 원인 조사를 책임졌던 사람은 잠수함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나, 이를 심의하는 위원들의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종합보고서에 제대로 담기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그 조사의 전제, 방법, 결과 모두 대한조선학회 등 외부 전문가 그룹의 압도적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어떤 내용은 그...

    2025.04.11 14:30

  • 트럼프 이념·문화 전쟁, 미국 내 갈등
    트럼프 이념·문화 전쟁, 미국 내 갈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래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전 세계 대상 10% 기본관세,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57개국에 대한 20~40%대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었다.그런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는 이념·문화 전쟁에 앞장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표적으로 삼은 싱크탱크는 사실상 조직이 폐쇄됐다. 진보성향을 보여온 대학들은 연방자금 지원 중단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명분으로 내세운 건 연방정부 효율화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다. 결국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무리한 조치로 미국의 소프트파워나 연구·개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숙청 대상 된 싱크탱크미국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1856~1924)의 이름을 딴 윌슨센터는 최근 예정됐던 강연과 콘퍼런스 등 각종 행사를 취소했다. 대다수 직원은 휴직 처리됐다. 각종 연구 프로...

    2025.04.11 14:30

  • [오늘을 생각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오늘을 생각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2018년의 스쿨미투, 2025년 4월의 승소 판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는 뒤늦은 승소의 비애. 2018년 중·고등학생이었던 스쿨미투의 당사자들은 이제 만 20~25세의 성인이 됐으나 무려 8년이 지나는 동안 스쿨미투의 성과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도 그들에게 스쿨미투로 공론화된 학교 성폭력 사안의 처리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그들이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려 온 것처럼, 그들의 기억에서 스쿨미투가 잊히길 바란 것처럼, 학교와 교육청은 8년 동안 모두의 알권리를 빼앗았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부터 스쿨미투 사안의 처리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했고, 교육청의 비공개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해왔다. 지난 4월 2일 전 국민의 이목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집중됐을 때, 충북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다. 그러나 2018년 스쿨미투를 외쳤던 충북 지역 학생들에게, 지금은 어른이 된 그들에게 이 사실을 ...

    2025.04.11 14:3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5) “모든 善은 여유에서 나온다”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5) “모든 善은 여유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가. 나는 이걸로 추락할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죠. 연극 <파우스트> 대사처럼 내가 너무 방황하고 있는 거예요. 노력하는 자는 방황을 한다. 내가 노력하고 있구나. 이 작품이 너무나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정원(55)은 21년 만에 하는 1인극 <지킬앤하이드>가 연기 인생 36년을 통틀어 손꼽는 작품이 되기까지의 ‘방황 행군’을 넌지시 풀어 놓았다.큰 글씨로 뽑아 68페이지에 달하는 대본부터 압박이었다. 연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대사다. 주요 캐릭터만 8명, 스치는 캐릭터들까지 합하면 열댓 명은 되는 등장인물을 모두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관객과 무릎을 맞댈 정도로 가까운 소극장에서 지루하지 않게, 90여 분 러닝타임을 혼자 책임진다는 압박이 가슴을 내리눌렀다. 악몽도 많이 꾸었다. 다음...

    2025.04.11 14:30

  • [IT 칼럼] ‘퇴물’ 컴퓨터는 얼마나 늙은 걸까
    [IT 칼럼] ‘퇴물’ 컴퓨터는 얼마나 늙은 걸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10 사용자에게 지원 종료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면 광고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10월 14일, 반년 후면 윈도 10의 공식 지원은 끝난다. 해커가 구멍을 발견해도 그날부터는 자기 책임이다.윈도 11로 그냥 무료 업그레이드하면 되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그 광고를 보는 이들은 대개 사정이 있어 윈도 11로 가지 못한 이들이다. 그 사정이란 대부분은 늙은 PC를 쓰고 있어서다.그럼 그 커트라인은 얼마나 늙은 걸 말하는 걸까? 윈도 11의 최신 버전을 기준으로 보면 인텔 8세대부터 지원한다고 보면 되는데, 이는 대략 2018년 이후에 산 PC에 해당하니 10년도 안 돼서 퇴물 취급이다. 합격선 관련해서 TPM이니 UEFI니 어려운 용어도 나오지만, 이미 오랫동안 윈도 11로의 무료 업그레이드 안내가 있었을 터 이를 보지 못했다면 탈락자 신세다.그런데 문제는 탈락자들이 쓰고 있는 기계도 실은 상당히 쓸 만하다는 데 있다. 사실 7세대...

    2025.04.11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