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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호

박근혜 이어 윤석열···반복되는 보수정당의 몰락

표지이야기

박근혜 이어 윤석열···반복되는 보수정당의 몰락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헌법개판소’라는 말이 들리는데 국민 여러분이 일어나셔야 한다.”(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입법부, 사법부, 군대, 경찰에 똬리 틀고 있는 지렁이들을 찾아낸 것이다. 이런 지렁이 기생 세력을 깨부숴야 한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우리 모두 단결된 힘으로 악의 창살에 갇혀 있는 윤 대통령을 구출하자.”(윤상현 국민의힘 의원)헌법기관을 모욕하는 발언, 폭력적 선동, 극단적 정치 수사. 이러한 메시지가 전광훈 목사나 원외 극우정당이 아닌 원내 108석을 가진 집권당의 중진 의원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제도 정치의 중심에 있는 정당이 극단주의적 수사에 매몰되는 것은 단순한 정치 공세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위협하는 현상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당한 지 8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 역시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한 정당 출신 대통령이 연이어 탄핵 위기를 겪는 것은 한국 정치...

  • [취재 후]다시, 국민의 손에 달렸다
    [취재 후]다시, 국민의 손에 달렸다

    예상치 못했던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00일.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한국사회에 남긴 깊은 상처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불과 두 달(지난해 11월~올해 1월) 만에 자영업자 20만명이 폐업했고, 성장률 전망치는 1%대로 추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위축됐던 자영업 시장은 갑작스러운 계엄령으로 더욱 흔들렸다.충격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지수는 32위까지 하락했다. 해외 언론과 학계에서도 ‘한국이 쌓아온 민주주의적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때 ‘소프트파워 1위’로 평가받던 국가가 단숨에 외교 무대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스웨덴 총리의 정상회담 취소, ‘포브스’의 경고성 칼럼 등은 국제사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보여준다.사회적 갈등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계엄 이후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분노보다 역겨움...

    2025.03.26 06:00

  • [우정 이야기] 봄날의 제주 오름, 우표로 만나볼까
    [우정 이야기] 봄날의 제주 오름, 우표로 만나볼까

    봄기운이 퍼지면서 풍경도 푸른빛을 되찾고 있다. 추위에 미뤄뒀던 바깥 활동에 눈을 돌리게 된다. 봄날을 만끽하려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그러지 못하는 이들에게 작은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우표가 나왔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3월 20일부터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 2곳을 담은 기념우표 52만8000장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오름은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는 단성화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기념우표에는 ‘다랑쉬오름’과 ‘두산봉(말미오름)’의 모습이 담겼다. 다랑쉬오름은 화산 지형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해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분화구 모양이 달을 닮았다고 해 ‘다랑쉬’, ‘월랑봉’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다랑쉬오름의 높이는 382.4m 정도로 꽤 높은 오름에 속한다. 정상에는 한라산 백록담 같은 원형 분화구가 있고, 그 깊이가 115m로 깊은 편이다.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과 제주 동부해안, 성산일출봉, 우도 등을 한눈에...

    2025.03.26 06:00

  • [시네프리뷰] 백설공주-백마 탄 왕자가 사라진 현대판 백설공주
    [시네프리뷰] 백설공주-백마 탄 왕자가 사라진 현대판 백설공주

    이 영화에는 독사과를 먹고 잠든 숲속의 공주를 구하는 ‘백마 탄 왕자’가 나오지 않는다. 백설공주와 백마 탄 왕자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되었답니다’로 마무리되는 상투적인 디즈니 세계관이 달라진 것이다.제목: 백설공주(SNOW WHITE)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09분장르: 판타지, 뮤지컬감독: 마크 웹출연: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루 버냅개봉: 2025년 3월 19일등급: 전체 관람가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얼마나 자신 없으면 개봉 전날 소리소문없이 시사회를 하겠어요?” 영화 시작 전 시사회장 밖에서 만난 한 평론가의 말이다. 무의식적인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그 주에 개봉하는 작품 중 흥미를 끌 만한 영화는 어김없이 오후 2시에 시사회를 한다. 반면 매니악(maniac)한 영화나, 대중성보다 예술성을 주목해 달라는 영화는 오후 4시 30분에 시사회를 한...

    2025.03.26 06:00

  • [문화캘린더]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인간의 욕망과 도덕적 딜레마
    [문화캘린더]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인간의 욕망과 도덕적 딜레마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일시 3월 30일~6월 8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관람료 VIP 12만원 R석 9만원 S석 6만원촉망받는 화가 배질은 영국 런던 사교계의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린다. 도리안에게 매혹된 배질은 자신의 영혼을 쏟아부어 걸작을 완성한다. 한편 뛰어난 언변과 지성을 지닌 헨리는 도리안을 통해 자신이 갈망하던 ‘도덕적 속박에서 벗어난 삶’을 실현하려 한다.헨리의 영향으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커진 도리안은 자신의 영혼과 초상화를 맞바꾸며 영원한 젊음을 얻는다. 그러나 극단 여배우 시빌 베인과의 짧은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자, 도리안은 극심한 정서적 불안과 광기에 휩싸인다. 도덕과 양심을 뒤로한 채 본능에 충실한 삶을 추구하면서 점차 타락의 길로 빠져든 그는 자신의 초상화가 점점 흉측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마주한다. 초상화는 마치 도리안의 늙음과 악행을 대신 짊어진 듯 일그러져 간다.배질은 변해...

    2025.03.26 06:00

  • [정태겸의 풍경](83) 인천 강화도 외포리 곶창굿-사라져가는 봄날의 마을잔치
    [정태겸의 풍경](83) 인천 강화도 외포리 곶창굿-사라져가는 봄날의 마을잔치

    석모도를 마주하고 있는 강화도 외포리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몇 년 만에 마을의 풍요를 비는 곶창굿이 열리던 날. 외포리는 주로 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정포마을과 농사를 짓는 대정마을 주민이 모여 예부터 마을굿을 함께 열어왔다고 전한다. 곶창굿은 임경업 장군에게 풍어를 기원하는 서해안의 풍어제다. 임경업 장군은 친명반청을 주장하며 우국충정을 표했지만 안타깝게 옥사한 인물. 그러나 민중은 그를 무속의 신을 되살려 풍어를 기원하는 대상으로 여겼다. 그 흔적이 서해안의 풍어제에서 드러난다.외포리의 곶창굿이 독특한 것은 다른 해안마을과 달리 풍어제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풍요를 기원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1997년에 인천광역시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마을굿은 오랫동안 그 자체로 잔치였을 테다. 온 동네 사람이 모여 굿을 지켜보고 떡이며 과일을 나눠먹는 풍경이 펼쳐졌겠지만, 이날의 곶창굿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했다. 그만큼 외포리에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몸이 불편해 집 밖을...

    2025.03.26 06:00

  • [독자의 소리]1620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1620호를 읽고

    경제 충격 넘어 복합 손실…국민, 길고 무거운 ‘희생’국가 부도 때보다 더 극심한 국격 하락과 물질적 피해, 정신적 고통이라는 후유증을 앓게 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_경향닷컴 tkadlft****정말 힘들다._경향닷컴 이****진정으로 국민을, 국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 않는다._네이버 sunm****‘대통령 불소추 특권’ 정치권 공방 재점화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뽑지 않으면 되죠. 국민의 몫입니다._네이버 palb****무죄 확신한다며, 모든 게 검찰 조작이라며. 그런데 왜 중지야. 무죄 나오면 더 좋은 거 아냐. 그러면 사법부도 못 믿는다는 거야._네이버 jsp7****지금 이재명 재판은 모두 억지로 회부한 것이라 생각한다. 합법을 가장해 사법적으로 정적을 죽이려는 검찰 정권의 작품이라고 봐야 한다._네이버 khi5****“맘 졸이고 긴장했지만…광장에서 희망을 봤다”당신은 ...

    2025.03.26 06:00

  • [편집실에서]이러면서 대권은 무슨
    [편집실에서]이러면서 대권은 무슨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사회를 집어삼킨 내란과 탄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몰아치는 글로벌 관세 전쟁 등 굵직한 이슈가 쏟아지는 사이 슬금슬금 오르는 듯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어느덧 전고점인 2020~2021년 수준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국민평형이라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가격이 서울 강남 3구 모두 20억원을 넘었고, 서울 25개 구 평균가격도 14억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기시감이 드는 뉴스입니다.지난해 여름까지만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은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시중은행들도 대출 한도를 조이면서 진정되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로 전반적인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죠. 그러다 올해 들어 대출 규제가 이완되고, 금리도 내려가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꿈틀하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여기...

    2025.03.26 06:00

  • [렌즈로 본 세상] 과거와 현재의 공존
    [렌즈로 본 세상] 과거와 현재의 공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지난 3월 16일 2025학년도 신입생 환영회 ‘2025 신방례’가 열렸다.신방례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합격한 유생들을 위한 환영식이자, 선배들이 신입 유생들을 대상으로 치렀던 일종의 통과의례를 뜻한다.이날 행사는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현들에게 유생들이 인사를 올리는 ‘알묘’, 선후배가 서로 인사하며 정식으로 대면하는 ‘상읍례’, 신입생이 선배 유생을 대접하는 ‘소신방례’ 등을 재해석해 진행됐다.행사에 참여한 소프트웨어학과 25학번 신입생 김재빈씨(19)는 “유생 복장을 갖춰 입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전통을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특색 있어서 좋다”며 “대학교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디자인학과 신입생 최서영씨(20)는 “더 넓게 생각하고 배우기 위해 대학에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과 톱’이 되고 싶다”며 “또 통기타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축제 때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2025.03.25 06:00

  • [주간 舌전]“최 대행 체포될 수 있다…몸조심하라”
    [주간 舌전]“최 대행 체포될 수 있다…몸조심하라”

    “몸조심하길 바란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헌재가 확인까지 했는데 최상목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지금까지 안 하고 있다.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며 내놓은 발언이다.여권에서는 “테러선동”, “시정잡배” 같은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대 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아니면 테러리스트의 말인지 잠시 착각했다”고 비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정치를 너무 천박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런 위협이 장난일까. 이재명 대표의 지난 선거 슬로건을 기억하라.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비꼬았다.민주당에서는 맞대응 대신 목소...

    2025.03.24 06:00

  • “사교육 카르텔 엄단” 학부모는 믿지 않았다
    “사교육 카르텔 엄단” 학부모는 믿지 않았다

    “딱 100만원씩 더 들었어요.”세종특별자치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최지연씨(45) 가족은 지난 겨울방학 때 평소보다 100만원 더 많은 월 200만원을 학원비로 지출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가 입시제도가 바뀌는 2028년 대학입시를 치르게 되는 데다, 둘째를 외국어고나 자율형사립고에 보내기로 하면서다. 최씨는 “어느 학원은 수능이 더 중요해질 거라 하고, 또 어디는 학교 활동이 더 중요해진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몰라 일단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특강 신청) 마감도 너무 빨라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다.사교육비 폭증세가 예사롭지 않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전체 사교육비가 늘었고, 사교육 참여율과 참여 시간도 증가했다. ‘킬러문항’ 배제와 사교육 카르텔 타파를 앞세워 사교육을 잡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학벌 중심 경쟁시스템이라는 본질적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책...

    2025.03.24 06:00

  • 쇠고기, 사과, 쌀···미국이 진정 원하는 건 뭘까
    쇠고기, 사과, 쌀···미국이 진정 원하는 건 뭘까

    통상 교섭을 담당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2월 20일~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내 개인, 업계, 협회 등으로부터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인한 피해’ 의견을 접수했다. 피해를 준 국가, 피해 추정액 등도 적시하도록 했다. 민간의 요구사항을 받아 교역국을 압박하고, 오는 4월 2일 발표하는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매기는 데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접수된 의견만 756건에 달한다. 중복으로 접수된 의견도 많고, “모든 나라가 미국의 산업을 죽이고 있다”며 엉성한 의견을 낸 이들도 있지만, 기업이나 협회가 별도의 문서를 첨부해 접수한 의견도 상당수다. 일부는 ‘킹앤드스팔딩(King & Spalding)’ 같은 대형 로펌을 통해 비공개(confidential) 의견을 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수장인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얼마 전까지 킹앤드스팔딩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미 농업계 “한국은 불공정 무역국”접수 마감 날, 한국에서는 전미쇠...

    2025.03.24 06:00

  • [오늘을 생각한다]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

    2025.03.21 15:00

  • [꼬다리]수선하는 마음
    [꼬다리]수선하는 마음

    이 글은 뉴스 ‘A/S’다.얼마 전 일본 최고재판소의 한 판결을 조명하는 기사를 썼다. 소설로 치면 주인공은 3월 21일 퇴직을 앞둔 구사노 고이치 재판관, 사건은 그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판결에 대해 작성한 ‘보충의견’이다. 보충의견이란 재판부 결정 내용과 이유에 동의하면서도 결이 다른 주장 등을 덧붙여 둔 것이다. 지난 3월 5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2011년 사고 당시 원전을 운영한 도쿄전력 옛 경영진들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구사노 재판관은 ‘유죄로 볼 수도 있었다’는 의견을 더했다.처음엔 스스로 나름 잘 쓴 기사라고 생각했다. 문장이나 구성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일단 국내 다른 언론사가 안 다뤘기 때문이다. 타사의 주된 헤드라인은 ‘무죄···14년 만’이었다. 현지 언론을 봐도 보충의견 얘기는 부수적으로 짧게 담겼다. 특파원이 아니고선 현지 정부 및 기관 발표와 외신 보도에 기대는 국제부 업무 특성상 한국과 연관성마저 없다면 기사화할 유인이 없기는 ...

    2025.03.21 15:00

  • [가깝고도 먼 아세안](48) 딸은 탄핵, 아버지는 체포…저무는 필리핀 두테르테 가문
    [가깝고도 먼 아세안](48) 딸은 탄핵, 아버지는 체포…저무는 필리핀 두테르테 가문

    ‘탄핵안 가결’, ‘군 쿠데타 종용’, ‘정적 살해 협박’, ‘종교단체의 대통령선거 개입’, ‘특수 활동비 불법 유용’, ‘검사 출신 전직 대통령 망명 시도 의혹’. 필리핀에서 벌어진 일이다. 2025년 3월 11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재임 중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압송됐다. 두테르테는 재임 기간인 2016~2022년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수천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을 62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2016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최소 866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사망자가 1만2000명 이상이라 판단하고 있으며, 필리핀 시민단체는 3만명 이상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테르테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세계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이자 현직 부통령의 아버지라는 막강한 영향...

    2025.03.21 15:0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6) 다양성과 관용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6) 다양성과 관용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꼭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북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항구도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는 골든게이트 다리를 건너며 나는 ‘샌프란시스코’를 흥얼거렸다. 1967년 발표된 이 노래는 샌프란시스코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특징인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운동과 히피문화를 대표한다. ‘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평화’를 상징한다.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반전운동과 히피문화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은 1970년 우드스톡축제다. 하지만 우드스톡 이전에 샌프란시스코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196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랑의 여름’이라는 축제다. 기존의 고루한 남녀관을 혁명적으로 파괴하는 ‘프리섹스’, ‘꽃의 힘(flower Power)’, ‘폭력과 징집 중단’을 내걸고 미국 전역에서 10만명의 ‘꽃아이들’(flower children)이라 불린 젊은이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었다.‘헤이트 애시베리.’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있는 헤이트 거...

    2025.03.21 15:00

  • [요즘 어른의 관계맺기](29) 관계의 힘으로 역전을 꿈꾼다
    [요즘 어른의 관계맺기](29) 관계의 힘으로 역전을 꿈꾼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반년이 갓 지난 시점에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개인 비리가 불거졌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국민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당시 연설비서관이었던 나는 대통령의 말씀이 과하다고 생각했다.대통령은 나와 두 가지 점에서 달랐다. 우선, 대통령은 총무비서관 문제를 자신의 실패로 받아들였다. 나는 실패의 원인이 총무비서관에게 있다고 본 데 반해, 대통령은 자신에게서 그것을 찾았다.후회보다는 반성 통해 반전 기회 엿봐야재신임을 묻는 발표문에서도 나와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대통령은 후회하지 않았다. 대신 반성했다. 총무비서관 임명을 잘못했다고 후회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했다. 그때 배웠다. 후회하기보다는 반성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반전의 기회를 엿봐야 한다.아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을 만나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라는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내는 반색한다. 아내는 내가 처음 만난 여자가 ...

    2025.03.21 15:00

  • [전성인의 난세직필] (36) 홈플러스와 MBK
    [전성인의 난세직필] (36) 홈플러스와 MBK

    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와 거래 관계에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홈플러스 채권자들은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홈플러스와 그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한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월 18일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홈플러스와 MBK를 성토하고 대주주인 MBK의 책임론을 부각했다.이하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나는 홈플러스, MBK, 또는 다른 채권자들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따라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한다. 다만 필자의 서술이 일부 관계자들에게는 ‘얄미운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게 빚잔치의 숙명임을 양해해주기 바란다).워크아웃 절차 안 거치고 회생절차로 직행첫째, 이번 사태가 소위 워크아웃 절...

    2025.03.21 15:00

  • 논란과 찬사 사이, 이토록 과감한 속죄와 구원의 서사
    논란과 찬사 사이, 이토록 과감한 속죄와 구원의 서사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처럼 열렬한 찬사와 냉담한 혹평 사이를 오간 영화가 또 있을까. 지난 3월 12일 개봉한 <에밀리아 페레즈>가 걸어온 그간의 경로는 장미꽃길과 가시밭길을 동시에 밟는 여정이다. 지난해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출연 배우 4명 공동 수상)을 시작으로 산뜻한 출항을 시작한 <에밀리아 페레즈>의 영광은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타이틀롤인 에밀리아 페레즈를 연기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트랜스젠더 배우로서는 최초로 칸의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수상 직후 그는 현재진행형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세상의 모든 트랜스젠더에게 수상의 영광을 바쳤다. 이후 온라인에서 쏟아질 논란과 증오를 담담히 예상하면서도 “우리 모두에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기회가 있다”고 마무리한 수상 소감은 아름다운 피날레였다.온라인 혐오성 발언으로 ‘변화의 동력’ 잃어문제는 온라인에 그가 남긴 혐오성 발언이 서서히...

    2025.03.21 15:00

  • [서중해의 경제망원경](43)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까
    [서중해의 경제망원경](43)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까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베이커, 블룸, 데이비스 등 세 명의 미국 경제학자가 제공하는 경제정책불확실성지수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의 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중국, 일본과 유럽의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경제 불확실성에 직면해 미국 경제 또한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식시장과 달러 가치를 짚어보자.미국의 주식시장 상황을 대변하는 S&P500 지수는 지난 2월 19일 6144를 기록했다. 지수 작성을 시작한 1957년 이래로 최고점이다. 정점 이후 S&P지수는 하락해 3월 14일에는 5639를 기록했다. 최고점 대비 약 8% 하락했다. 미국 언론은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조정에 들어갔다고 논평했다.트럼프 겁박 정책은 종래 미국 정책과 반대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후보는 달러의 고평...

    2025.03.21 15:00

  • [박성진의 국방 B컷](28) 합참 ‘결심실’의 정체와 전 특전사령관의 ‘헤어질 결심’
    [박성진의 국방 B컷](28) 합참 ‘결심실’의 정체와 전 특전사령관의 ‘헤어질 결심’

    군에서 지휘관은 ‘결심하는 자’다. 전투나 위기상황뿐만 아니라 평시 부대관리, 작전임무 등을 수행하면서도 끊임없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지휘관의 숙명이다. 군 지휘관의 결심은 내용뿐만 아니라 시기도 중요하다. 자칫 지휘관이 결심 시기를 놓치면 수천, 수만명의 목숨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신이 가장 미워하는 지휘관은 ‘주저하는 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통상 지휘관은 참모의 조언을 바탕으로 현재 전장 상황을 이해하고, 상황에 가장 부합하는 결심을 하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군이 개발 중인 인공지능을 이용한 ‘참모 시스템’의 가칭도 ‘AI 지휘결심지원체계’다.AI 지휘결심지원체계는 인공지능 컴퓨터에 북한군 전방부대의 병력과 장비 수량, 지형, 기상 등을 비롯한 강점과 약점 등의 정보를 최대한 입력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아군의 통합화력 정보와 지원능력 등도 입력된다. 빅데이터까지 활용하면 손자병법을 통달한 참모나 다름없는 인공지능 ...

    2025.03.21 15:00

  • [IT 칼럼] AI 슬롭과 알고리즘 로또
    [IT 칼럼] AI 슬롭과 알고리즘 로또

    AI 슬롭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슬롭(slop)은 흘러넘친 국물 찌꺼기를 뜻하는데, 영혼이 담기지 않은 저품질 콘텐츠를 말한다. 말 그대로 생성형 AI 등 각종 자동화 도구를 활용한 산출물이 여기저기 범람하고 있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컴퓨터 합성 콘텐츠는 컴퓨터와 함께 언제나 있었다. ‘짤방’의 역사만큼이나 B급 콘텐츠가 문화에 남긴 긍정적 발자취도 적지 않다.그래도 그 시절에는 적어도 인간의 손길이 들어 있었다. 최종 결과물은 허접스러워도 의도가 들어 있었고, 고생의 흔적이 들어 있었다. 즉 사람이 만든 수제품이었고, 여기엔 제어장치가 있었다. 그건 바로 산출물의 총량이 집단의 잉여에 연동된다는 점, 즉 한가한 사람의 수에 제한이 있듯 적정량에서 유통은 멈췄다.바야흐로 AI 슬롭의 시대, 자동화 도구로 얼마든지 찍어낸다. 구정물처럼 악취를 풍기며 저품질 AI 콘텐츠는 퍼져나가고, 양으로 수제 콘텐츠를 압도하며 정보 생태계를 교란한다. 이러다 말겠지 하기에는...

    2025.03.21 15:00

  • [구정은의 수상한 GPS](1) 트럼프의 ‘납치 특사’와 가자지구 ‘리비에라 플랜’
    [구정은의 수상한 GPS](1) 트럼프의 ‘납치 특사’와 가자지구 ‘리비에라 플랜’

    미국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중재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땅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내보내고 ‘리비에라(해안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과 이런 발상에 반대하는 아랍-이슬람권 공동구상이 맞부딪치고 있다.가자를 둘러싼 상황은 3월 들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 초 소셜미디어에 “내가 취임하기 전에 (하마스는) 가자지구 포로들을 석방해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말과 올 1월 초에도 그는 같은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더니 최근 하마스와 미국이 직접 접촉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애덤 볼러가 몇 주 동안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인사들과 만났다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고, 백악관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접촉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3월 5일 다시 하마스를 향해...

    2025.03.21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