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뭐! 파맛 시리얼 출시?

12월 6일 오전 농심 켈로그 직원들은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중인 온라인 투표결과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로 출시될 초콜릿맛 시리얼 '체키'와 가상의 제품인 파맛 시리얼 '차카' 중 하나를 네티즌이 '첵스초코 나라 대통령'으로 뽑으면 선출된 쪽을 신제품으로 내놓겠다는 이벤트성 행사 때문이었다. 12월 1일부터 시작된 이번 선거는 12월 3일까지만 해도 별 이변 없이 '체키'가 1,157표를 얻어 96표를 얻은 '차카'보다 무려 12배나 많은 표를 획득했다.

짓궂은 장난, 예상 못한 결과

12월 31일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파맛 시리얼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긋 웃고 있는 체키의 선거공약은 '더 진하고 부드러워진 밀크 초콜렛 맛을 첵스초코 안에 넣어 줄게'라는 것이고, 잔뜩 찡그린 차카는 '요즘 들어 내 심기가 매우 불편해. 체키가 대통령으로 출마했기 때문이지. 가만히 볼 수 없어 나도 출마했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첵스초코 안에 파를 넣어주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음식에서 일부러 파를 골라내는 어린이가 있는 상황에, 어린이들이 파맛 시리얼이 좋아서 투표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농심 켈로그측이 이유를 알아본 결과 인터넷 유머사이트에 글이 올라간 12월 4일 이후 몇몇 참가자가 투표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4명의 참가자가 약 4만7천3백39표를 행사한 것이다. 실제로 이 유머사이트에서는 차카에 대한 투표를 격려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여러분이 뽑는 후보의 약속에 따라 첵스초코를 새롭게 만들어 드릴게요'라는 업체의 약속에 빨간색 밑줄까지 그어가며 '이 말 기억하자'고 독려했고, 다른 네티즌은 "시리즈로 배추맛, 고추맛, 피클맛, 상추맛을 만들라'고 부르짖었다.

농심 켈로그측은 투표 결과를 끝까지 지켜볼 예정이다. 만약 왜곡된 투표를 제외하고도 '차카'가 '체키'를 앞선다면 농심 켈로그측은 초콜렛 시리얼 대신 파맛 시리얼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어린이들이 잘 안 먹는 음식 가운데 무심코 파를 선정해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네티즌의 짓궂은 장난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많다. 소비자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한편 잘만 이용하면 거대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출시한 일체형 컴퓨터 루온 홍보를 위해 한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개설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을 이용하는 네티즌이 많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삼보컴퓨터측은 이 블로그에서 모집한 체험단의 사용기도 올리고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싣는 한편 이벤트를 실시해 네티즌을 끌어모았다.

기업들은 또 인터넷 상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주력한다.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다양한 이벤트를 전개하는 것이다. 한 제품 리뷰사이트 관계자는 "공장견학이나 체험단 모집 등 이벤트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다"며 "이런 행사를 하면 참가자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와 이런 방법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지원하는 이들은 상품의 동향에 빠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면 입소문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제품의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 무턱대고 좋은 평가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까닭에 통제가능한 집단을 대상으로 먼저 평가를 한 뒤에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행사를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

인터넷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한 차량용 전자기기 생산업체의 경우 소비자가 기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보상을 요구했다가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인터넷에 나쁜 평가를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이 업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를 찾아가서 설득을 하거나 상품권을 보내는 등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하다가 인터넷 상에 나쁜 평가가 퍼지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인터넷을 검색해 자사 제품을 좋지 않게 평가한 글을 찾아낸다. 만약 네티즌의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이 글이 있으면 사이트 관리자에게 글의 위치 변경을 요구한다. 사이트 관리자가 들어주지 않으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좋지 않은 평가에 어느 정도 동의한 뒤 '그래도 이런 상황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나쁜 평가를 순화해가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인터넷 홍보는 '양날의 칼'

아이리버측은 이런 해프닝이 결코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아이리버'라는 이름이 네티즌들에게 회자되면서 일종의 홍보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이 고객이 홍보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네티즌 사이에서 '노이즈'를 만들어낸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리버측은 아이리버를 너무나도 사랑한 이 고객에게 '포상'을 내리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농심 켈로그측도 '파맛 시리얼 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농심 켈로그 관계자는 "간단하게 준비한 작은 이벤트에 불과했는데 많은 네티즌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제품 홍보에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다른 업체는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마케팅 관계자는 "돈 안 들이고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홍보했으니 큰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을 악용한 네티즌의 무리한 요구까지 홍보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