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거리의 변호사’란 별명을 가진 그는 법정이나 사무실보다 시위 현장, 철야농성 현장이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쌍용차 정리해고 파업,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구의역 참사,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 SPC 노조 파괴 의혹,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등 수많은 노동 관련 사건이나 참사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고, 변론과 진상 규명에 앞장서 왔죠.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해 포항제철 취업이 보장된 포항제철공고로 진학 후 쇳물 다루는 공부를 하다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 풍산금속에 입사했지만,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고 회사 내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에 항의하다 해고됐죠. 뒤늦게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해 변호사가 됐습니다. 고수입이 보장되는 유명 로펌 취업 대신 그는 민주노총에서 초대 법률원장을 맡습니다. 이번 21대 대선에서 원외 진보정당과 진보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대선후보로 출마한 권영국 변호사(기호 5번 민주노동당) 이야기입니다. 종종 물구나무선 자세로 시위를 하는 그는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 있기에 (바로세우려면) 내가 뒤집혀야 한다”고 말하곤 했죠.
권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 가장 먼저 찾은 곳도 해고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입니다. 불법 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란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아이러니하게도 계엄 찬반, 탄핵 찬반이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납작한 구도에서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과가 너무 뻔해서 그런지 정작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현안들은 테이블 위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죠. 이런 와중에 그가 내놓은 출마의 변은 미래세대에게 주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상기시켜줍니다.
“진보는 사회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싸우는 노동자가 이를 악물고 고공에 오르는 세상을 바꾸어 모든 고공농성 노동자가 땅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진보입니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치고 죽어가는 세상을 바꾸어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진보입니다.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세상을 바꾸어 모든 사회적 소수자가 존재하는 그대로 존중받게 하는 것이 진보입니다. 말로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지만, 화석연료 중독을 끊어내지 못하는 세상을 바꾸어 지구 온도 상승을 기어코 멈추어내는 것이 진보입니다. 이 모든 것은 진보의 약속이고, 우리 헌법에 새겨진 민주주의의 약속입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다 갑작스러운 휴전 상태에 들어간 미·중 관세전쟁을 분석했습니다. 관세전쟁이 트럼프 정부 1기 때와는 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요, 배경과 의미를 짚어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주 4.5일제 공약을 내놓으면서 떠오른 노동시간 단축 이슈를 둘러싼 논쟁지점들을 살펴보고, 지난 2월부터 서울 명동역 앞 왕복 6차선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구조물에서 농성 중인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와 1박2일을 함께한 이야기도 전합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