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쯤 겪은 일입니다. 한 모임에 참석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주제가 한국의 저출생 문제로 옮겨갔습니다. 다들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출생에 관한 대책으로 여러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다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토종 한국인’의 출산만으로는 위기를 막을 수 없으니 한국도 다민족국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대체로 결론에 공감하는 듯했는데 누군가 딴지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민을 받는다고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많이 올까요?”, “한국이 그만큼 인기가 많은 나라인가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이 문을 열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한국으로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임금 수준만 상대적으로 높으면 다른 조건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습니다. 17명은 중국 국적(조선족)이고, 1명은 라오스인이었습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위험의 이주화’란 말이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험한 작업을 목소리를 내기 힘든 하청노동자 등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말입니다. 내국인이 싫어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를 외국인이 채우고 있다는 말입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874명) 중 외국인은 9.7%(85명)였습니다.
지난해에는 10.5%로 커졌고, 올해는 3월까지 11.2%라고 합니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대이니 이주노동자가 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한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표지 이야기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전합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화성 참사’는 언제라도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특히 이미 산업재해를 겪어본 이주노동자들에게 화성 참사는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다시 들여다봅니다. 이번 참사에서도 중소 제조업의 이주노동자 불법 파견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인력 파견이 법적으로 금지된 제조업에서 왜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되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대형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한국사회는 반성한다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을 떨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험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물어봐야 합니다. 지금 한국은 외국인들이 새 보금자리로 삼을 만큼 안전한 사회입니까.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