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를 그린 작품이지만, 역설적으로 <검은 신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상적 풍경을 강조한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다채로운 도시 풍경은 확실히 의도적으로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영화사 집
제목: 검은 수녀들(The Priests 2: Dark Nuns)
제작연도: 2025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4분
장르: 공포, 드라마
감독: 권혁재
출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개봉: 2025년 1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홍보 요소다.
2015년 공개된 <검은 사제들>은 서양에서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엑소시즘(Exorcism·퇴마(退魔), 구마(驅魔), 축사(逐邪))을 전면에 등장시킨 모험적 영화로 평가받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인 단편 <12번째 보조사제>(2014)를 확장해 장편 데뷔식을 치른 장재현 감독은 이후 <사바하>(2019), <파묘>(2024) 등 꾸준히 오컬트 장르를 선보여 흥행시키며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한 축을 개척한 연출가로 우뚝 섰다.
<검은 수녀들>은 앞선 <검은 사제들>과 등장인물이나 감독이 다르지만, 판권을 가지고 있는 ㈜영화사 집이 기획·제작한 정식 속편이다. 엄밀히는 직접적 속편과 구분하는 스핀오프(Spin-Off·파생작, 번외작)로 보는 것이 옳겠다.
단순히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검은 사제들>의 인물들이 수시로 언급될 뿐 아니라 이야기 전개 면에서도 상당한 유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전편에 경의를 보냄과 동시에 전편을 기억하는 관객들을 향한 일종의 선물로 읽힌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참여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장재현 감독은 <검은 수녀들>에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이후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제 절정의 배우들을 만나는 반가움
고대로부터 언급돼 오던 최강의 악마인 12형상 중 하나가 소년 희준(문우진 분)의 몸을 빌려 다시 출현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신부들의 부재로 세상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보다 못한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가 악령 퇴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윗선에서는 도움은커녕 절차와 전통을 이유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분)에게 간신히 도움을 청한 유니아 수녀가 세운 원칙은 하나다. ‘이번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장르적으로는 보통 신부가 행하는 것이 당연한 구마 의식을 수녀들이 집행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자 흥미를 유발하는 포인트다. 그리고 이를 연기하는 배우 송혜교와 전여빈에 대한 관객들의 호감이 고조된 시점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한동안 활동이 주춤했다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혁신하고 연기파로 거듭난 송혜교가 모처럼 출연한 영화라는 점을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골초에 험한 말도 서슴지 않는 유니아 수녀의 모습을 그만의 차갑고 저돌적인 이미지를 통해 매력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전여빈의 지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경력 중 최고의 연기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인물의 설득력을 끌어내기는 충분해 보인다.
독특한 화면비와 다양한 특별관 상영
비현실적인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지만, 역설적으로 <검은 신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상적 풍경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다채로운 도시 풍경은 확실히 의도적으로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근래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화면비인 16 대 9(1.77 대 1) 비율이 아닌 초기 와이드 스크린 비율인 1.66 대 1로 제작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보통 극장에서 보는 화면보다 좌우가 짧아서 답답하게 느끼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는데 촬영감독은 시야를 좁게 만들어 관객들의 시선이 인물에 더욱 집중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이런 의도는 화면비뿐 아니라 빈번한 클로즈업과 극단적인 ‘오버 더 숄더 숏’(앞의 인물이나 사물에 일부가 가려진 피사체를 포착하는 법)을 통해서도 구현되는데, 대상만을 강조하는 만큼 답답한 느낌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민감한 관객들에게는 불만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 영화로는 모처럼 돌비 애트모스, 4DX, SCREENX, IMAX 등 다양한 특별관에서 상영한다. 특히 1.66 대 1의 좁은 화면 비율은 IMAX 스크린에서 최적의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성모독까지 감내하는 ‘넌스플로이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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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7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익스플로이테이션(Exploitation·착취)’ 장르로 구분되는 영화들이 있다. B급 영화 안에서도 특정 소재나 관객의 취향을 집중해 겨냥한 노골적 상업 영화를 일컫는다. 대부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취해야 할 완성도보다 오로지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지갑을 열게 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폭력과 섹스에 집착하는 작품이 많았다.
이 안에서도 관객의 취향만큼 다양한 전문 분야(?)가 갈라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일명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이다.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상업영화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무대로 나치의 잔악상과 고문, 학대를 다룬 작품들인 ‘나치스플로이테이션’, 이소룡 아류 영화들을 일컫는 ‘브루스플로이테이션’, 성적 묘사에 집착하는 ‘섹스플로이테이션’과 표현 수위의 극한까지 밀어붙인 ‘쇼크플로이테이션’, 저예산 호주 영화만을 묶어 명명하는 ‘오즈플로이테이션(Ozploitation)’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적인 갈래가 수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넌스플로이테이션’이다.
1990년대 말 국내에 무삭제 비디오로 출시됐다 회수됐던 사건이 전설처럼 회자하는 이탈리아 영화 <악령 속의 사춘기>(Malabimba·1979·사진)가 대표적 작품이다.
단순히 성스러운 처녀의 존재를 초월해 종교적 의미를 지닌 수녀란 이미지를 세속화해 신성모독의 위험까지 감내한 이런 작품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점잖은 방향으로 선회하며 대중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근저에 내재한 발칙한 호기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