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은 ‘편하게 웃고 즐기는 코미디’ 영화로 보기엔 너무 다층적이고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후반으로 접어들며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가족 코미디 장르에서 또 다른 선구적 경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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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대가족(About Family)
제작연도: 2024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06분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양우석
출연: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박수영, 강한나
개봉: 2024년 12월 1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자신의 ‘존재성’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욕망은 유한한 삶을 사는 유기체의 본능에 내재한 최우선의 목적이라고 한다.
인간의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은 ‘이름을 남기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물리적인 선택 방식 중 하나다. 더불어 생물학적으로는 자기 후손을 번성시켜 유전자를 대물림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필연적 욕망이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이런 본능적 목적은 전통적으로 친족집단이자 운명공동체로 이해되는 가족에 대한 개념과는 구별되는 좀더 근본적이며 사적인 문제다.
때는 2000년, 무대는 서울, 종로의 빌딩 숲 사이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낡은 한옥 한 채가 있으니, 이곳은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며 맛있는 만두 하나로 자존심을 지켜온 함무옥(김윤석 분)이 운영하는 식당 ‘평만옥’이다. 그의 옆에서 가게 운영은 물론 집안 대소사까지 돕는 방 여사(김성령 분)는 매사 고지식하고 일밖에 모르는 자린고비 무옥의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다.
겉으로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적잖은 부를 축적해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무옥에게도 일생일대의 문젯거리가 있다. 애지중지 키운 외아들 문석(이승기 분)이 장가도 가지 않은 채 스님이 돼 출가해버려 졸지에 집안의 대가 끊겨버렸다는 사실이다.
<변호인> 감독과 의외의 장르 영화
그러던 어느 날, 웬 생면부지 아이 둘이 눈앞에 나타나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무옥은 두 팔 벌려 아이들을 환영하지만, 정작 아들 문석은 자식이라며 나타난 어린 남매의 출현이 미덥지 않기만 하다.
솔직히 여러모로 혼란스러움을 안기는 작품이다.
일단 감독의 이력부터 그러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그린 데뷔작 <변호인>(2013)이나 북한의 쿠데타를 소재로 한 <강철비>(2017) 같은 전작들이 사회성 짙은 진지한 작품이었기에 가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결이 많이 달라 보인다.
이에 대해 감독은 ‘현시대를 살며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이야기를 소재로 선택하는 기준에는 변함이 없었노라’라고 인터뷰를 통해 답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안에는 ‘가족’이라는 흔하고 만만한 단어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심사숙고한 철학까지 엿보인다.
제목 <대가족>의 한자도 흔히 쓰이는 ‘大家族’이 아닌 ‘對家族’으로 ‘가족에 대하여’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영어 제목도 ‘About Family’란다.
아이러니는 바로 이런 부분들이 이 작품을 본격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점이라는 점이다. 장르적 폄하가 아니라 홍보물을 통해 기대할 만한 통상적인 ‘편하게 웃고 즐기는 코미디’ 영화로 보기엔 너무 다층적이고 외견 또한 필요 이상(?)으로 공을 들여 잘 만든 작품이다.
관습적 코미디 영화와의 차별성
‘어느 날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후손이 찾아왔다’라는 기본 설정 위에 예상 밖으로 다양한 층위의 사건과 감정이 겹겹이 압축돼 전개된다. 소위 때깔이라 표현되는 촬영과 미술을 포함한 시각적 프로덕션 또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성이 가득하다. 마치 미슐랭 3 스타 셰프가 만든 떡볶이를 접한 기분이랄까?
하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며 어쩔 수 없이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나 결말 부분은 익히 알고 있고 예상할 수 있는 성찰과 교훈을 벗어나지 못한 선택을 해 치열해서 흥미로웠던 전개 부분과 비교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가족 코미디 장르에 있어서 또 다른 선구적 경향을 제시했다는 점까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배우들의 감각과 협업의 조화가 더욱 중요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진중한 이미지를 벗고 코미디에 도전한 김윤석은 의외의 무난함으로 다시 한번 중견 배우로서의 입지를 입증해 보인다. 이를 위시해 이승기, 김성령, 박수영, 강한나 등 신구(新舊) 배우들과 아역배우 김시우, 윤채나의 당돌한 연기는 따뜻한 드라마에 큰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는 볼거리다.
네가 내 핏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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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Weekly
갑작스러운 핏줄의 등장이나 관계의 확인을 통해 빚어지는 갈등과 소동을 다룬 이야기는 아마 인류가 시작된 때부터 있었을 것이다. 근원이나 역사를 훑는다는 것 자체가 과욕이니 필자가 기억하는 인상적 작품 몇 편을 상기해 본다.
한국 영화의 흥행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미워도 다시 한번>(1968)은 뜻밖에 등장한 혼외자(婚外子)를 소재로 한 전통적 통속 멜로의 대표작이다. 1987년 한국에서 뒤늦게 개봉한 <7일간의 사랑>(1983) 역시 비슷한 내용으로 삽입곡인 나나 무스쿠리가 부른 ‘사랑의 기쁨(Plaisir d’amor)’의 인기로도 화제를 모았다.
2008년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극장가를 평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과속스캔들>도 빼놓을 수 없겠다.
<게임 플랜>(2007), <맘마미아!>(2008), <딜리버리 맨>(2013)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도 ‘출생의 비밀’로 인해 확장되는 가족의 의미를 희극적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이런 막장 가족사의 최고봉인 영화는 <스타워즈>일 것이다. 작품 자체가 누리고 있는 명성은 차치하고라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1980·사진)의 절정에 등장하는 악당 다스베이더의 대사(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차마 언급하지는 않겠다)는 당시로써는 충격 그 자체였다. 관객들은 경악했고,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패러디됐다.
등장(또는 고백)의 주체가 앞서 언급한 예시들에 반하는 위치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스타워즈> 자체가 초기 3부작이 나온 이후 과거의 이야기를 뒤늦게 만들고 순서를 재배열하면서 소위 ‘족보가 꼬여버린’ 시리즈라는 점도 공교롭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