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버드대 ‘유학생 차단’ 초강수···유학생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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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버드대 캠퍼스. 로이터 연합뉴스

미 하버드대 캠퍼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 유대주의 근절 수용 등 정부의 교육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결정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들은 다음 주 졸업식을 앞두고 22일(현지시간) 갑작스레 전해진 소식에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대학 측의 대응과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에서 “외국인 학생을 등록시키는 것은 특권이며, 캠퍼스에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 또한 특권”이라며 하버드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 취소 사실을 알렸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16일 하버드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법·폭력 활동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4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미제출 시 SEVP 인증을 박탈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하버드대는 미국 대학 중 처음으로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후 미 정부와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해 미국 대학가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 등을 촉구하는 반전시위가 확산한 바 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주요 명문대들은 반전 시위의 진원지로 꼽혀왔고, 트럼프 행정부는 캠퍼스 시위에 대응을 느슨하게 했던 주요 대학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제도 개편을 요구해왔다.

제도 개편의 중심은 반유대주의 근절에 있었지만, 그 외에 대학의 입학·채용 관련 ‘DEI(다양성·포용성·형평성) 정책’이나 진보주의적 편향에 대한 교칙 수정을 주된 요구 사항에 포함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성향에 맞게 손보려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본인이 유대인이기도 한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정부 요구안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수용을 거부했고, 이후 갈등은 격화 양상을 보여왔다.

트럼프 정부는 수년간 나눠 지급하는 3조원대 규모의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고, 하버드대에 대한 면세 지위 박탈을 검토 중이다. 하버드대는 이에 반발해 지원금 중단을 멈춰달라는 소송을 낸 상태다.

놈 장관은 이날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에 대한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 불가···유학생들 ‘충격’

국토안보부의 SEVP 인증 취소는 외국인 유학생의 하버드대 등록을 전면 차단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극단적인 조치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SEVP 인증 상실에 따라 하버드대가 더는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버드대학에 합격했거나 유학이 결정돼 입학을 앞둔 외국인 학생들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 기존에 하버드대에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외국인 재학생은 다른 학교로 편입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지위(체류 자격)를 상실하게 된다고 국토안보부는 밝혔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의 프로그램이다. 대학들은 SEVP의 인증이 있어야 외국인 학생 등에 유학생 자격증명서(I-20) 등을 발급할 수 있으며, 이 자격이 없으면 학생(F·J 등) 비자를 받을 수 없다.

스웨덴 출신 유학생 레오 거든 씨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외국인 유학생 없는, 전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데려올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하버드는 더는 하버드가 아닐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협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하버드 한인학생회 황정호 회장(컴퓨터사이언스·4학년)은 연합뉴스에 “소식을 접한 유학생들 모두 굉장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아직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연락 받은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 한인 학생은 ‘지금 당장 비행기표를 구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이러다가 미국에서 쫓겨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는 이번 조치가 불법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가운데 하버드대에 가해지는 재정 압박은 한층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버드대 학생이 연간 내야 하는 비용은 2024∼2025학년도 기준 등록금과 주거비, 각종 서비스 요금 등을 포함해 약 8만3000달러(약 1억1500만원)에 달한다.

하버드대는 외국인 유학생도 미국 학생과 동일한 기준으로 등록금이나 주거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미국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은 연방 정부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 보니 일반적으로 미국 학생보다 더 많은 학비를 지불한다.

하버드대 언론 담당 제이슨 뉴턴 디렉터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하버드대와 미국을 풍요롭게 하는 14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 학생과 학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하버드의 능력을 유지하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라며 “이런 보복 조치는 하버드 공동체와 미국에 심각한 해를 끼칠 위험이 있고, 하버드의 학술 및 연구 사명을 훼손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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