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경북 울릉도 해역···푸른 바다 아래 하얀 재앙, 갯녹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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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9) 경북 울릉도 해역···푸른 바다 아래 하얀 재앙, 갯녹음 확산

청정해역이라 생각하는 울릉도 해역이 갯녹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4년 8월 방문한 울릉도 해역 수중에는 바위 곳곳이 흰색 석회질로 덮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지자, 단단하게 붙어 굳은 하얀 층이 거칠게 느껴졌다.

갯녹음은 바닷물 속에 과포화 상태로 녹아 있던 탄산칼슘이 석출되면서 해저의 바닥이나 암석, 해양 생물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탄산칼슘이 해저에 석출되기 시작하면 pH9.5 정도의 강알칼리성 환경이 된다. 이렇게 바뀐 수질은 본래 중성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해조류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그 결과, 무절석회조류 같은 쓸모없는 홍조류만 번성하고,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던 1차 생산자인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바다 생태계는 급속도로 황폐해진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바다의 사막화’라고 불리는 갯녹음이다.

갯녹음의 주요 원인은 인간 활동으로 바다로 유입되는 탄산칼슘의 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탄산칼슘은 자연 상태에서 석회암이 물에 녹아들어 생긴 중탄산칼슘과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생석회에서 유래한 수산화칼슘으로 나뉜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시멘트를 사용하는 각종 콘크리트 구조물의 설치, 해양에 투하되는 인공어초 등에서 많은 양의 석회석이 바닷물에 유입되면서 수산화칼슘 양이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갯녹음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70년대 말이다. 1990년대 말부터는 제주도 해역을 중심으로 남해안, 동해안으로 확산해갔다. 특히 제주도와 울릉도는 화산암 지형의 바위가 거칠고 표면이 발달해 탄산칼슘의 부착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갯녹음 현상이 두드러지게 관찰된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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