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경북 영천 만불사-이 시대에 전통이란 무엇인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정태겸의 풍경](84) 경북 영천 만불사-이 시대에 전통이란 무엇인가?
[정태겸의 풍경](84) 경북 영천 만불사-이 시대에 전통이란 무엇인가?

절 안으로 들어서서야 깨달았다. 한 달 뒤가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걸. 한 달이나 남았지만, 절집은 분주했다. 머리 위로 빼곡하게 색색의 연등이 줄을 맞춰 달려 있고, 겨우내 움츠렸던 경내를 정리하고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경북 영천의 만불사가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 방문은 처음이었다. 절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이곳이 다른 사찰과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전통의 방식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이곳만의 미감으로 지어 올렸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손뼉을 쳐주고 싶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이런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 사찰은 전통 사찰대로 오래 이어온 풍모를 가꿔야 하지만, 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는 어쩌면 ‘전통’이라는 단어에 갇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림도, 건축도, 조형물도 ‘옛’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꼼짝을 못 하는 것처럼. 굴레에 갇힌 듯 예전 것만 답습할 뿐.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만난 만불사는 신선하기까지 했다. 낯선 사찰의 모습을 한 이곳에서도 해 질 무렵이 되자 종각의 실루엣에서 전통적인 면모가 슬쩍 드러났다. 우리 시대에 전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저물녘 풍경에서 어쩌면, 그 답을 엿본 것은 아닐지.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정태겸의 풍경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