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남극 빙산-얼음 밑 자연과의 대화, 남극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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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62) 남극 빙산-얼음 밑 자연과의 대화, 남극 다이빙

한국과학잠수연구소 주최로 지난 2월 7~8일 개최된 ‘동계 수중생물 연구 활동을 위한 얼음 밑 과학잠수 교육 캠프’에서 ‘남극에서의 다이빙’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틀째인 8일에는 영하 16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간 강원도 춘천 홍천강에서 실습을 진행했다. 얼음 밑 수중 세상을 체험하는 교육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육상으로 돌아오는 표정에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혹독한 추위에서 수중활동을 한다는 것은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남극이나 북극 등 극지에서의 수중활동은 완벽한 장비뿐 아니라 강한 체력과 멘탈이 요구된다.

필자는 남극 바다에서 30회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생태계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민물과 달리 바닷물은 영하 1.9도에서 얼기 시작한다. 육상 기온이 영하 30~40도까지 곤두박질치고 수면이 2m 두께 이상으로 얼어붙더라도 바닷속은 1년 내내 섭씨 0도 안팎을 유지한다. 남극 바다를 차갑게 만드는 것은 남극 순환 해류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이 해류는 남극 대륙을 둘러싼 채 시계 방향으로 흐르며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바닷물이 남극해로 섞여드는 것을 막아버린다.

남극에서 수중활동 중 잊지 못할 일도 더러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던 날 세종과학기지 앞바다 속 관찰을 마치고 상승하는데 머리 위가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필자가 수중활동을 하는 동안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밀려온 얼음덩어리들이 서로 엉겨 붙어 수면을 얼음 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탓이었다. 공기통을 벗어 얼음을 쳐올려 봤지만, 얼음 장판은 울렁거리기만 할 뿐 틈이 벌어지지 않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얼음 케이지에 갇힌 듯 몸이 오싹해졌다. 어떤 환경에서든 부정적인 생각과 고민은 정상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만든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아 외해 쪽으로 나가자 엉겨 붙은 얼음 틈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암흑천지 동굴 다이빙 중 출구 쪽에서 스며들어오는 생명의 빛줄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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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