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62) 남극 빙산-얼음 밑 자연과의 대화, 남극 다이빙](https://img.khan.co.kr/weekly/2025/02/19/news-p.v1.20250211.83c4762f4c9e414eba63f7d7d90dbae4_P1.jpg)
한국과학잠수연구소 주최로 지난 2월 7~8일 개최된 ‘동계 수중생물 연구 활동을 위한 얼음 밑 과학잠수 교육 캠프’에서 ‘남극에서의 다이빙’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틀째인 8일에는 영하 16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간 강원도 춘천 홍천강에서 실습을 진행했다. 얼음 밑 수중 세상을 체험하는 교육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육상으로 돌아오는 표정에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혹독한 추위에서 수중활동을 한다는 것은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남극이나 북극 등 극지에서의 수중활동은 완벽한 장비뿐 아니라 강한 체력과 멘탈이 요구된다.
필자는 남극 바다에서 30회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생태계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민물과 달리 바닷물은 영하 1.9도에서 얼기 시작한다. 육상 기온이 영하 30~40도까지 곤두박질치고 수면이 2m 두께 이상으로 얼어붙더라도 바닷속은 1년 내내 섭씨 0도 안팎을 유지한다. 남극 바다를 차갑게 만드는 것은 남극 순환 해류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이 해류는 남극 대륙을 둘러싼 채 시계 방향으로 흐르며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바닷물이 남극해로 섞여드는 것을 막아버린다.
남극에서 수중활동 중 잊지 못할 일도 더러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던 날 세종과학기지 앞바다 속 관찰을 마치고 상승하는데 머리 위가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필자가 수중활동을 하는 동안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밀려온 얼음덩어리들이 서로 엉겨 붙어 수면을 얼음 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탓이었다. 공기통을 벗어 얼음을 쳐올려 봤지만, 얼음 장판은 울렁거리기만 할 뿐 틈이 벌어지지 않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얼음 케이지에 갇힌 듯 몸이 오싹해졌다. 어떤 환경에서든 부정적인 생각과 고민은 정상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만든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아 외해 쪽으로 나가자 엉겨 붙은 얼음 틈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암흑천지 동굴 다이빙 중 출구 쪽에서 스며들어오는 생명의 빛줄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