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통상임금 변경, 내 월급도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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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지갑을 열어보고 있다.  언스플래시

한 사람이 지갑을 열어보고 있다. 언스플래시

2025년, 다시 통상임금이 화두입니다. 통상임금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수당 산정 ‘기준’입니다. 시간외근무수당(연장·야간·휴일), 연차수당, 휴업수당의 기준이자, 평균임금 최소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기본급 250만원, 상여금 80만원, 식대 20만원, 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하는 근로자가 있다고 해봅시다.

근로계약에 “월 15일 이상 출근자에게 지급한다”(또는 “월 15일 미만 근무 시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상여금에도 식대에도 각각 붙여놓은 경우, 조건을 제외한 임금만 산정한다면 이 근로자의 통상임금(250만원 기준)은 시간당 1만1961원(250만원/209시간)이었습니다. 연장근로수당은 1.5배인 시간당 1만7941원, 하루 연차수당은 9만5688원이 됩니다.

통상임금 소송은 통상임금을 높여서 수당을 다시 산정한 뒤 그 차액을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통상임금이 올라가면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위 통상임금 기준을 25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올리면 시간당 통상임금은 1만6746원(350만원/209시간)이 되고 연장근로 수당도 2만5119원(1만6746×1.5)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 차가 생각보다 커서 소송도 많았습니다.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의 3가지 요건 중 1개를 삭제해 통상임금을 높이는 중요한 판결을 했습니다(대법원 2020다247190,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통상임금은 정기적(제1요건)·일률적(제2요건)으로 지급되는,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입니다. 여기에 “고정성”도 제3의 요건이었습니다. 2013년 12월 18일부터 2024년 12월 19일 오후 2시까지는 그렇습니다.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은 고정성과 관련해 유형별로 ①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재직조건부 임금’)과 ②일정 근무 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하는 임금(‘근무 일수 조건부 임금’)은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이 깎였습니다.

그런데 2013년 이후 근로자 측은 “고정성” 개념은 법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고, “조건”을 무효로 만들어서 통상임금을 높이려고 시도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그에 화답해 2024년 12월 19일 오후 2시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습니다. 그 이유로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인데 고정성 개념은 법령상 근거가 없고, 회사가 의도를 가지고 근무 실태와 동떨어진 근무 일수 조건을 제시하는 점, 고정성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연장근로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례 표현상 “고정성 개념은 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이날 대법원은 지급 시점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장애인 접근권 방치의 국가 책임 여부, 친일재산귀속법 관련 사건 관련 선고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이날 대법원은 지급 시점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장애인 접근권 방치의 국가 책임 여부, 친일재산귀속법 관련 사건 관련 선고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월 15일 이상 출근하면 수당을 지급한다”, 또는 “만근 시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근로계약이 있습니다. 이게 ‘근무 일수 조건부 임금’인데, 소정근로일수를 충족하면 받을 수 있는 조건이므로 고정성과 무관하게 통상임금에 포함됩니다.

월 기준급여의 8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되 정기상여금(짝수 월), 설·추석상여금, 하계상여금으로 나눠 연간 총 9회 분할 지급하도록 정하면서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 한해 지급하며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한 경우: ‘재직자 조건부 임금’인데 재직 중 지급이라는 문구가 있더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됩니다. 정기상여금의 명칭을 변경하더라도 실질이 소정근로의 대가라면 통상임금입니다.

③재직자에게 지급되는 명절 휴가비: 마찬가지로 기존에는 ‘재직자 조건’이므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대법원판결 이후에는 재직 조건만으로는 통상 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다만 휴가비가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여부는 사안별로 봐야 합니다).

④성과급: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일정한 최소 지급액이 보장되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으로 보지만, 순수 성과 기반의 성과급은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되므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됩니다.

⑤포괄임금제: 포괄임금제는 일정 금액을 미리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받아야 할 시간외금무수당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연차를 다 써서 연차휴가수당을 받지 않는 근로자도 역시 실익이 낮습니다.

⑥재직 “조건”과 최소 근무 일수 “조건”, 조건 자체가 무효인가: 조건 자체는 무효는 아니라고 ‘보는 듯’합니다. 대법원은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다”, “조건의 효력 문제와 그 조건이 부가된 임금 항목의 통상 임금성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자율’의 영역에 속하고, 후자는 ‘후견’의 영역에 속한다”라고 보아 유효한 것처럼 해석했습니다.

정리하면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판결을 기점으로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연장근로수당/연차수당 산정 기준이 높아져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대법원이 비교적 빠르게 11년 만에 견해를 바꾸었는데, 통상임금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 분쟁이 양산되므로 법률로 조금 더 명확히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3) 통상임금 변경, 내 월급도 오르나

■ 과거는 묻지 마세요?

통상임금 판결 선고가 나자마자, 노동조합 사무실 전화기에 불이 났습니다. 민주노총은 “실질적으로 고정적 상여금을 재직 중의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많은 혼란이 있었는데 바람직한 판결”이라는 논평을 냈습니다. 많은 근로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은 “우리도 통상임금 소송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 경영계도 연간 추가 임금이 6조700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하면서 통상임금 2라운드 소송에 관심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노사가 모두 궁금한 이유는 대법원이 2024년 12월 19일을 기점으로 소송을 걸지 않은 근로자에게는 과거의 법리를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이례적으로 선언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법리를 전면적으로 소급 적용하면 종전 판례를 신뢰해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에 바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신뢰보호에 반하게 된다”는 이유입니다. 이미 소송 중인 사건들(당해사건+병행사건)은 고정성 폐기 법리를 적용받더라도, 나머지 소송을 하지 않은 다수의 근로자는 소송할 수 없다는 결론을 의도했습니다. 사용자의 경영 사정을 고려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례 법리는 대법원판결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이 있다”는 법이 없습니다. 법률이나 판례법리의 변경을 소급적으로 제한할지 장래적으로만 인정할지 여부는 사법부에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입법부가 법률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는 해석이 더 많습니다. 대법원과 달리 헌법재판소의 경우는 위헌 선언을 해도 그 혜택을 보는 사람은 해당 소송을 건 사람(당해사건)과 이미 걸려 있는 사람(병행사건)만이라는 법(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이 명확합니다.

대법원은 ‘과거는 묻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12월 18일까지 통상임금 소장을 제출했다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임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 마느냐 문제인데, 다시 최고법원에 확정될 때까지 안타깝게도 갈등을 지속할 수도 있습니다.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대표변호사 lawyer_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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