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28일 이틀간 계속된 폭설로 서울은 117년 만에 ‘11월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번 폭설로 서울과 수도권의 출퇴근길은 교통대란을 겪었다. 서울의 적설량은 1907년 시작된 기상관측 이래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점점이 흩날리던 싸라기눈은 이내 굵은 함박눈으로 변해 겨울 하늘을 빈틈없이 채웠다. 서해의 수증기를 머금은 축축한 눈이 쌓이면서 ‘첫눈’이라는 낭만보다 대란을 불러왔다. ‘비행기 150여 편 결항’, ‘주요 지역 대규모 정전’, ‘차량 53대 추돌’, ‘제설작업자 포함 서울·경기권 사망자 최소 8명’, ‘전통시장 및 아파트 시설물 붕괴’ 등. 평년 대비 6일 늦게 온 ‘첫눈’은 문명사회의 재난 대비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기후위기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쓰였을 법한 사진이 심각해지는 날씨 상황으로 쓰이지 못했다. 한국을 찾은 여행객들이 하얀 세상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동안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폭설 관련 피해 속보 알림이 연신 울려댔다. 같은 자연현상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 묘하게 다가왔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