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A는 선배, B는 수습이었습니다. 점심시간, B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는 우연히 그의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카카오톡 창을 보게 됐습니다. 화면 속 대화 내용도 보였습니다. 거기엔 남자친구와 나눈 사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A는 손을 뻗었습니다. ‘대화 내용 내보내기’를 눌러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했습니다.
며칠 뒤, B는 우연히 자신의 대화 기록이 파일로 전송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기록은 개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곧 내부 조사를 통해 A가 파일을 전송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는 조사 단계에서 별다른 변명 없이 사건을 인정한 뒤 자신의 행동이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
법정에서 A는 자신의 행동을 변호했습니다. “나는 B가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확인한 것뿐입니다.”, “업무와 관련된 사안을 파악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결코 사적인 목적으로 대화를 본 것이 아닙니다.”
그는 경찰이나 검찰에서는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도 그런 주장을 했더라면 모르겠는데 기소가 되고 나서야 법정에서 새롭게 꺼냈습니다. B가 증인으로 나와 A의 말을 반박했습니다. “그 대화에는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저의 사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집 비밀번호 같은 개인정보까지 포함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A는 피해자 반대신문 과정에서 재판장의 여러 차례 제지에도 불구하고 B에게 인신공격적이고 명예훼손 또는 모욕적인 질문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판결 이유 중에서).
재판부 역시 상당히 화가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의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9조를 위반한 타인의 PC에 저장된 비밀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극심한 고통을 입혔고,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피해자의 용서를 구하려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준법의식이 미약한 자로서, 형사사법 절차의 준엄함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그날, A는 징역 6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A는 항소심에서야 합의하자는 의미로 공탁했지만, B는 명시적으로 합의와 공탁금 수령을 거부했고, A의 6개월 징역형은 그대로 마무리됐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8. 선고 2023노2544 판결).
사내 메신저는 사생활이다?
앞의 사례는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 자체로 범죄행위입니다. 회사 내 직장 선후배 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노동 사건이 아닌 형사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동 실무상 판단이 모호한 사연도 있습니다. 사내 메신저로 성희롱, 음담패설, 명예훼손, 모욕하는 경우가 그렇고, 특히 동료에 대해 이런 행위를 하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3명의 남성 정규직 동료들의 사내 메신저 단체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3인은 여성인 계약직 피해자 1에 대해 ‘나이가 딱 좋네, 키가 크다’고 외모를 평가하고, 피해자 2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공유하며 ‘상큼하다, 예쁘다’고 외모를 평가하고 성적 대상화하면서 음담패설을 약 4개월간 3차례했습니다. 사내 메신저 내용이 회사에 보고되면서 3인은 해고됐습니다.
메신저 내용이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규직 직원이 아닌 경우에는 사내 메신저의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직인 여성 피해자들은 해고된 남성 근로자 중 한 명의 사내 메신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업무 목적으로 공유받아 사내 포털에 로그인했고, 단체방 대화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사내 메신저가 사생활의 영역이냐 아니냐였습니다. 사내 메신저 내용이 공공적(public) 성격이라면 중징계가, 사적(private) 영역으로 본다면 징계수위가 그보다 낮아질 것입니다.
법원은 “① 사내 메신저는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제공한 것이고, 업무시간에 참가인의 사무실 내에서 동료 직원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던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사내 메신저를 통해 한 대화가 온전히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공적 측면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사내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접속할 수 있고 ㉡사내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진 대화 내용은 원칙적으로 제3자가 알 수 없으며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은 60일까지만 보관되고, 그 이후에는 삭제되는 점 등을 보면, 사내 메신저를 통한 대화는 사생활 영역의 성격 또한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업무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이 혼재된 영역에서 이루어진 행위”라고 하여 사내 메신저 내용의 사적 성격도 강조했습니다. 법원은 중노위 판단을 뒤집고 부당해고로 판결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4. 5. 3. 선고 2023구합83295 판결: 항소 중). ‘일부 사생활 영역에서 한 진술치고는 징계양정이 너무 세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직장 질서 vs 사적 대화
최근에는 유명 반려견 훈련사 부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갑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퇴사한 직원 등이 구직 플랫폼에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을 후기 형식으로 올렸습니다. 해당 문제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측은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로 주고받은 6개월치 대화 내용을 모두 읽고, 일부 내용을 다른 직원이 있는 그룹채팅방에 공유했습니다.
그러자 직원들은 사내 메신저를 동의 없이 열람했다고 주장하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사장 부부를 고소했습니다. 부부는 사내 메신저를 열람한 사실을 인정하며, 유료 서비스 전환 후 감사 기능을 통해 직원들의 대화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메신저를 유료로 전환한 뒤 감사 기능이 생겼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아 안 보려 했는데 남자 직원, 대표, 아들에 대해서까지 혐오 표현을 써가며 욕하는 걸 보고 눈이 뒤집혔다’고 했습니다.
사용자 처지에서 보면, 생후 7개월 된 사장의 아들을 조롱하고 동료 직원에 혐오적 표현을 사용한 대목에서 ‘직장 질서가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반면 근로자 처지에서는 아무리 사내 메신저라고 해도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서 나눈 사적 대화와 업무적인 대화인데 이걸 사용자가 함부로 봐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이 오기 전에 예방하는 방법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회사 주간회의 때마다 다음 두 문장을 다 같이 큰소리로 읽는 것입니다.
①“회사의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서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맞는다.”(정보통신망법 제49조, 제71조 제1항 제14호)
②“동료 또는 회사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 또는 사실을 드러내어 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맞는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대표변호사 lawyer_h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