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샛강. 새끼를 둔 청둥오리 어미는 예민했다. 사람들의 낮은 발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시원한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새끼 한 마리가 무리를 벗어나 물가로 나오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부화한 지 꽤 된 듯 여섯 마리의 새끼는 제법 컸다. 수풀에서 물가로 나온 새끼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미가 경계의 의미로 날갯짓을 하자 새끼들도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응답했다. 30여 분 모습을 드러낸 청둥오리 가족은 유유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청둥오리는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오리류 중 가장 흔한 겨울 철새다. 4월 하순에서 7월 상순까지 한배에 6∼12개의 알을 낳는다. 샛강에서 만난 청둥오리 새끼는 여덟 마리였는데, 보름 사이에 두 마리를 잃었다. 매일 샛강 모니터링을 하는 여의샛강센터 직원이 전해준 말이다. 또 한 번 생사를 가를 여름 장마철을 잘 버티고 가을이 되면 새끼 오리들은 꽤 성장할 것이다.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샛강을 날아오를 청둥오리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