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새로운 정부의 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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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한국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이 뽑힐 가능성이 크다. 새 대통령은 어떤 의미로든 새로운 정책을 모색할 것이다. 재정정책의 영역에서는 기존 정책들과 다른 정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은 성장과 분배, 경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한국 대통령 임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와 몇 달의 차를 두고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와 대부분 겹칠 테니 ‘트럼프 체제’라는 국제 경제 환경을 깊이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세계와 한국은 거친 시기를 겪게 될 것이다. 공급사슬이 깊고 복잡하게 연결된 국제 경제 환경에서 미국만을 위한, 미국 위주의 정책이 어떻게 귀결될지에 예측은 매우 어렵다.

한국, 트럼프 재임 기간 거친 시기 될 것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에도,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에도 경제 운영과 성과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미국 자신에게도 좋은 결과만 기대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서도 낮은 기준금리 같은, 그가 원하는 정책을 강요하려고 할 수 있다. 연준이 적절한 통화정책을 시행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은 인플레이션으로 세계와 미국 경제에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감세는 미국의 경제 상황에도 맞지 않는다. 그는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엄청난 혜택과 자유를 선사하고자 한다.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과 재정지출과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미국의 부채 위기는 미국과 세계가 기존에 경험한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경제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재무부 장기채권의 이자율 추이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 경제도 재정 상황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2024년 국세 수입 상황이 심각하다. 2025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좋지 않은 시기에 국세 수입이 부진한 것은 당연할 수 있으나 한국의 재정 상황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정책 실패의 결과다. 경제가 좋지 않은 것 자체도 수출시장의 어려운 상황만으로 돌리기 어려운, 정책 실패의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2024년 전체 통계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재정 동향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까지의 세수 통계를 보면 누적으로 총수입 542조원, 총지출 570조원이다. 그 결과 11월 말 기준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28조원, 관리재정수지는 8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 중앙정부 채무잔액은 116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말 국세 수입 누계액은 315조원으로 본예산 대비 진도율이 86%였다. 전년도인 2023년 11월 말 국세 수입 진도율이 2023년 국세 수입액(결산기준)을 기준으로 94.2%였으니, 이를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2024년 전체 국세 수입은 335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예산 대비 32조원 세수결손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2024년의 예상 국세 수입액은 엄청난 규모의 세수결손을 기록한 2023년의 국세 수입액(344조원)보다 9조원가량 부족하다.

2024년 한국 경제가 큰 폭은 아니어도 2% 내외의 경상적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일까.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이후 지속해서 추진한 감세정책을 빼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법인세율과 통합소득공제제도 확대를 통해 대기업의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를 큰 폭으로 줄여주었다. 이 때문에 2024년 11월 말까지의 법인세 수입은 2023년 같은 기간보다 17조원 줄었다. 자산가들의 자산 및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도 큰 폭으로 줄였다. 소득세에서는 고소득 급여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각종 소득공제를 늘려주었다. 상속세에서도 여러 명분으로 공제를 늘려주었다. 상속세를 부담하는 계층이 최상위 자산계층인데 그 혜택이 달리 누구에게 가겠는가.

윤석열 정부 감세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부정적인 것은 명백하다. 우선 감세로 재정정책의 여지를 사장한다는 것이다. 국민경제에서 정부 부문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가 지속하는 경우 재정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경기에 재정 승수가 높게 나온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공통으로 나온 결과다.

현재는 경기도 문제지만 대전환의 시기이기도 하다. 에너지전환과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불평등의 위기 극복 등 장기간 걸쳐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기를 놓치는 것은 한국 경제성장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를 이끄는 이들의 문제의식과 리더십, 문제 파악 능력, 과감한 실행능력에 따라 향후 국가와 국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윤석열 정부의 다른 큰 문제는 감세를 자산과 소득이 충분한 계층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들 계층에서 누적돼 저축과 투기적 투자에 사용될 여유자금을 세금으로 받아 경제적으로 더 유의미한 곳에 써야 한다. 2025년에는 경제 후퇴를 막기 위해 추경이 필요하고 향후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칠 큰 폭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새로운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리더십을 기대한다.

구조적 문제 해결 위해 국가부채 활용

매년 큰 폭으로 발생하고 있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급속한 증가를 막을 수 있는 내용의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 어떠한 내용의 세제 개편이 이에 부응할까.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자산과 소득이 충분한 계층’에 제공한 감세, 이들 계층에서 누적돼 저축과 투기적 투자에 사용될 여유자금에 대해 적절하게 과세하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간 걸쳐 누적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를 위해서는 국가부채를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부채비율이 너무 높으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가부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급하는 이자 부담이 크면 정부는 중요한 다른 분야의 지출에 제약을 받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후자에 해당하면서 전자들이 하는 걱정을 미리 당겨서 하고 있다. 이 경우 조심스러움은 미덕이 아니라 미숙함이다. 부채비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부채가 발행국 국내에서 얼마나 소화되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처럼 발행하는 국채 대부분이 국내에서 소화되는 경우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이 내국인의 소득이 된다. 이런 국가들의 부채비율을 국가부채를 위해 지급한 이자가 이전소득으로 외국에 나가는 나라의 국가부채비율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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