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가 지난 11월 19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khan.co.kr/weekly/2024/12/06/rcv.YNA.20241127.PRU20241127025701009_P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가 지난 11월 19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장면 1. 일론 머스크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농촌지역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보조금 정책(Bead 프로그램)에 비판적이었다. 424억5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농촌 오지에 ‘유선’ 인터넷망을 깐다는 발상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며 이 프로그램을 재고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이 보조금 정책이 후퇴하게 되면 득 볼 기업이 한 곳 있다. 위성 기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가 운영 중인 ‘스타링크’는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저궤도 인공위성으로 인터넷을 연결해준다. 이미 5000기 이상의 위성군이 지구 위를 떠다니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굳이 비싼 유선 인터넷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소외된 지역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있다. 스페이스X는 2023년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 9억달러의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기준 속도를 만족시키지 못해 탈락했다.
장면 2. 머스크는 지난 11월 말 자신의 X 계정에 “CFPB 삭제. 중복 규제 기관이 너무 많다”라는 글을 올렸다. CFPB는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이다. 이 기관은 미국 금융 소비자들을 대형 은행, 대출업체,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주된 임무다. 하지만 CFPB는 예전부터 실리콘밸리 핀테크 스타트업들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2022년 사기성 마케팅 대출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핀테크 스타트업 ‘렌드업’을 문 닫게 해서다. 당연히 머스크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머스크가 소유한 X는 작년부터 디지털 금융 서비스 허브로 시장을 확장하겠다고 공표한 터라 CFPB는 그의 사업 행보에 대표적인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마침내 실리콘밸리의 머스크가 워싱턴의 정치권력을 손에 넣었다. 그는 곧 출범할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위원장에 지명돼 정부 예산을 초슬림화하는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의 X 계정은 벌써 미국 연방 공무원들의 관찰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미국 공무원의 목숨줄과도 직결돼서다. 트위터를 인수하며 직원의 50%를 해고한 사례처럼 정부에서도 실리콘밸리식 ‘칼질’이 보편화할까 벌벌 떠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칼날은 명분상 정부 규제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규제 해소의 과실이 본인 소유 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돌아간다. 누가 봐도 이해 상충 소지가 다분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는다. 여느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처럼 자신만이 세계 최고의 효율과 혁신을 주도할 인재라고 믿는다.
실리콘밸리 DNA가 정치권력의 그것과 교잡하게 되면 이러한 이해 상충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정부 계약을 통해 창출한 누적 매출액이 무려 154억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2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기술과 정치권력 간 ‘욕망의 짝짓기’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