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지역경제 활력, 어디에서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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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국 7대 도시’로 손꼽혔던 경상남도 마산시 창동의 한 건물 전체가 거의 비어 있다. 연합뉴스

한때 ‘전국 7대 도시’로 손꼽혔던 경상남도 마산시 창동의 한 건물 전체가 거의 비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6일 주간경향 1596호(추석합본호)에 실린 ‘지방소멸 핵심은 청년 유출, 토호 배불린 대책 되레 독’을 관심 있게 읽었다. 기사는 지방이 당면한 절박한 문제를 인구 감소 측면에서 짚어 눈길을 끌었다. 지역의 활력은 인구와 함께 어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지역의 경제 활력을 조망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그중 하나는 지역의 지식재산 관련 활동을 분석하는 것이다.

경제활동으로서 지식재산 관련 활동은 지식 집약적인 특성이 있어 고소득의 원천이 된다. 이런 활동이 지역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지는가는 지역의 경제 활력 또는 발전 잠재력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특허청이 매년 발간하는 <지식재산통계연보>가 유용하다.

2024년판 <지식재산통계연보>는 기초지자체별로 지식재산 관련 통계를 수록하고 있다. 지식재산은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으로 구성된다. 책자에는 상위 20개 기초지자체만을 수록하고 있지만, 자료량이 많은 상세 데이터는 특허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특허출원 건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2023년 한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24만3000건에 달하며, 이는 인구 1000명당 4.7건에 해당한다.

기업 활동, 혁신도시 정책에 압도적 영향

2023년 특허출원 건수에서 기초지자체별로 분류한 순위를 보면, 1위가 경기도 수원시(1만6781건)다. 이어 2위 서울시 영등포구(1만2492건), 3위 대전시 유성구(9085건), 4위 경기도 용인시(8871건), 5위 경기도 성남시(8048건)가 뒤를 잇는다. 상위 20개 기초지자체 중 서울이 8곳, 경기도가 7곳이다. 비수도권 지역으로는 대전시 유성구 이외에 충남 천안시(3969건), 경북 포항시(2725건), 경남 창원시 (2643건), 충북 청주시(2317건) 등 5개 지자체가 20위 내에 있다.

전국 기초지자체 229개의 특허출원 건수를 1위부터 229위까지 줄 세워 보면, 대체로 순위가 하나씩 바뀔 때마다 앞 지역보다 특허출원이 25%가량 감소한다. 예컨대 1위 수원시와 2위 영등포구의 차는 수원시 특허출원 건수의 약 25%인 4300여개다. 2위 영등포구와 3위 유성구의 차 역시 영등포구 특허출원 건수의 약 25%인 3400여개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1위부터 229위까지의 분포를 근사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

인구 1000명당 특허 건수를 계산해 보면, 순위가 많이 바뀐다. 1위 서울시 영등포구(33.3건), 2위 대전시 유성구(24.8건), 3위 서울시 종로구(17.5건), 4위 전남 나주시(15.8건), 5위 서울시 서초구(15.1건) 순이다. 수원시는 14.0건으로 7위에 해당한다. 천안시는 6.1건으로 15위, 포항시는 5.5건으로 19위, 청주시는 2.7건으로 63위, 창원시는 2.6건으로 66위에 그쳤다. 인구 1000명당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출원 건수로 했을 때와는 크게 달라지지만, 상위에 포진되는 기초지자체는 여전히 수도권 지역이 대부분이다.

눈에 띄는 지역 중 하나가 전남 나주시다. 나주시는 2023년 1852건의 특허를 출원해 건수로는 전국 22위를 기록했는데 인구 1000명당 건수(15.8건)는 4위에 올랐다. 이는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으로 이전한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관련 기관과 기업 활동에 힘입은 것이다.

세종시와 다른 혁신도시들은 어떨까. 세종시의 경우 2023년 979건의 특허가 출원됐고, 인구 1000명당으로는 2.5건에 해당한다. 전국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나주시에 견줄 만한 혁신도시는 강원도 원주시가 있다. 하지만 원주시는 2023년 952건의 특허를 출원, 인구 1000명당 2.8건에 해당한다. 전국 평균에 크게 미달한다. 이외에 충북 진천과 경북 김천 등 대부분 혁신도시의 특허출원은 미미하고, 인구 1000명당으로 봐도 대부분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허 통계가 보여주는 지역경제의 활력 또는 잠재력은 어떤 모습일까. 첫째, 지식재산 관련 활동에는 규모의 경제와 집적의 경제가 작동한다. 이는 지식재산 관련 활동일수록 대도시 지역에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은 주변 지역과 경계를 없애거나 다른 지역 특히 중심과 연결을 강화해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기업의 역할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허출원 상위 20위 지역에는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대거 포진해 있는 대전시 유성구를 제외하고, 모두 대기업의 본사와 주력 사업장 또는 연구개발센터가 있다. 삼성전자(수원시), LG전자(영등포구), 삼성디스플레이(용인시), 판교 테크노밸리(성남시), 포스코(포항시), SK하이닉스(청주시) 등이 특허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식재산 통계 활용 시 구조적 전략 가능

셋째, 수도권의 대도시에 비하면 규모의 열세에 있지만, 비수도권 도시 지역에도 지식재산 활동의 거점이 등장하고 있다. 천안시, 포항시, 창원시, 청주시, 나주시, 전주시, 광주시 북구, 대구시 북구, 아산시, 구미시, 김해시, 춘천시 등은 2023년에 1000건 이상 특허출원을 한 비수도권 도시들이다. 이들은 지역산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나주시를 제외하면 혁신도시 정책은 지식재산 생산 활동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허뿐 아니라 다른 지식재산 활동을 봐도 이들 혁신도시의 성과는 미미하다. 혁신도시 정책은 지식재산 관련 활동에서는 전혀 혁신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역 정책 기획에서 특허출원 등 지식재산 통계를 활용하면 보다 구조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지역이 지식기반경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유용하다. 누가, 특히 어느 기업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지를 식별할 수 있어서 구체적인 지역발전 전략 수립에 기초자료가 된다.

현상으로 나타나는 지방소멸 문제는 그 절박성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문제를 극복할 대안 마련은 대단히 어렵다. 현상의 근저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번 칼럼은 지방소멸 문제를 경제 활력 측면에서 특허통계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대안을 모색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중해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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