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한 권한대행을 향해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과 답변,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달라”고 당부했다.
우 의장은 이어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12·3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하다. 파면 당한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할 시점으로,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론이 나오는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대행은 우 의장을 발언 내내 입을 다문 채 무거운 표정으로 경청했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대행 연설 내내 침묵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발언 후 처음으로 박수를 쳤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우 의장 멋집니다”라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의 발언에 “뭐 하는 거예요” “그만하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민주당에서도 고성으로 맞받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우 의장은 “제가 말하는 것은 특정 정파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을 대표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정부가 약속한 것과 달리 본예산 조기집행 실적이 상당히 부진하다”며 “정부 설명을 종합해 봤을 때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는 조기 예산 집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날은 통상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사전 환담도 없었다. 한 대행 측에서 일정상 사전 환담이 어렵다는 의사를 국회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권한대행의 출마설과 맞물린 껄끄러운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