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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편집장

권재현 편집장

아직 총선이 5개월이나 남았는데 정치권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신당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선거제도를 둘러싼 셈법도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입니다. 정당끼리는 물론, 같은 당내에서도 공천과 관련한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막전술인지, 배수진인지 알기 어려운 발언이 쏟아집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설전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헷갈리기만 합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득실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내로남불’식 수사는 애교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AI 기술을 활용한 번역기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설치해야 할 곳은 바로 여의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친윤 핵심이나 다선 중진의원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출마를 밀어붙이라는 대통령실의 메시지를 받았답니다.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라는 민심의 요구에 ‘저보고 대통령 위로 올라가라는 건 월권’, ‘대통령을 사랑한다면 희생하라’ 등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으로 일관하더니 이 발표로 그의 등장 이후 내내 따라다니던 물음표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혁신의 주체는 대통령실이요, 혁신위는 ‘하명’을 집행하는 기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성격 규정. 명쾌해졌지만 그럼에도 이게 뭐지 싶은 찜찜함은 좀처럼 가시질 않습니다.

혁신위의 칼끝은 딱 김기현 당대표까지만 간다는 점도 분명해졌습니다. 용산의 지시에 그리도 고분고분하던 김 대표, 막상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발톱을 드러냅니다. 인요한 위원장의 계속된 압박에 ‘급발진’ 운운하며 버팁니다. 모든 일에는 체계와 순서가 있다는 원칙론도 강조합니다.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안 보입니다. 물론 드라마틱한 ‘용퇴’를 위한 명분 쌓기용일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결론은 결국 정해져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쳐도 사장 취임과 함께 전광석화처럼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진행자를 교체하는 등 급발진 페달을 밟는 KBS 사태를 두고 당 지도부가 일언반구 언급도 않는 점은 너무 속 보이는 처사 아닙니까.

김 대표와 함께 혁신 대상으로 지목된 대표적 인사가 또 있습니다. 바로 친윤 중의 친윤, 이른바 원조 친윤으로 불리던 장제원 의원입니다. 사이가 틀어진 건지, 읍참마속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식의 ‘짜고 치는 고스톱’ 전략인지 속 시원히 알 수는 없지만, 벼랑 끝에 선 듯 보이는 그가 내놓은 대답 또한 보는 이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구차하게 정치생명을 연장하겠다고 지역구(부산 사상)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니요. 고향에 눌러앉겠다는 모습이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는데, 알다가도 모를 화법 아닙니까.

‘신당’론에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입을 열면 열수록 그의 행보는 더 안갯속입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요. 과거 정치인들이 너무 말을 아껴서 헷갈렸다면, 그는 너무 말이 많아서 헷갈립니다. 과연 탈당해서 신당을 창당할지조차 현재로선 오리무중입니다. 주간경향이 이 전 대표를 만나 집중 인터뷰를 했습니다. 과연 그의 최종선택이 뭐가 될지 그가 쏟아낸 말, 말, 말에서 단서를 한번 찾아보시죠.

<권재현 기자 ja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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