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크리스 구속 뒤엔 ‘미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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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당한 최초의 아이돌이 나올까? 엑소(EXO) 전 멤버 우이판(크리스 우·31) 얘기다. 8월 16일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시 차오양구 인민검찰원은 우이판을 강간 혐의로 정식 구속했다. 우이판은 2012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엑소로 데뷔해 활동하다가 2년 후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낸 뒤 중국으로 돌아가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오늘을 생각한다]크리스 구속 뒤엔 ‘미투’가 있다

사건의 출발은 지난 5월 말이다. 우이판이 영화관 하나를 통째로 빌린 후 십대 여성 왕홍(파워 스트리머)과 데이트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두메이주라는 여성이 지난해 말 우이판이 자신에게 가한 성폭력을 폭로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무려 8명의 피해자가 등장했고, 그중에는 2명의 미성년자까지 있었다.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피해자가 나타났다.

대만의 연예지 오락성문(娛樂星聞)은 이를 ‘중국판 버닝썬 사건’이라 규정했다. 우이판이 피해여성들을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신인을 찾는다며 유인하고, 강제로 술을 권하거나 성폭행을 한 점, 심지어 일종의 브로커까지 존재했다는 점 등 악질적인 면모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1일 베이징시 공안국은 우이판을 강간죄로 형사 구류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8월 16일 베이징시 차오양구 인민검찰원은 우이판을 강간 혐의로 구속했다. 중국 언론은 우이판에게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성폭행 가해자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는데,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그가 이토록 빠르게 구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 페미니즘 운동 맏언니 격인 뤼핀조차 철저한 조사를 기대하지 않았다. 과거 성폭력 사건에 대한 당국의 태도는 지극히 수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2018년 저우샤오쉬안이 중국 CCTV의 간판 앵커 주쥔을 고소한 사건의 경우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 그러나 지난해 피해자를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이 법원 앞에 모였던 사건은 미투운동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

중국 미투운동은 2018년 초 선양 베이징대학 교수 성폭력 사건과 천샤오우 베이징항공항천대 교수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며 촉발했다. 이후 미투가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왔고, 오늘날 중국 청년 여성이 어떠한 처지인지 드러났다. 중국 미투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 없는 여성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언론은 좀처럼 보도하지 않고, 제도적으로도 여러 장벽이 있지만 지속되고 있다. 지속적인 탄압으로 공공성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조건에서 여성주의 운동은 공론장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느껴진다. 2019년경 중국에서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 대륙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연예인으로서 매년 300억원의 수입을 올리던 우이판이 결국 구속될 수 있었던 것도 끈질긴 대중 행동에 기인한다. 오늘날 중국사회를 변화시킬 힘은 바로 여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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