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있듯 중국에도 ‘메이퇀(美團)’ ‘어러머(餓了?)’와 같은 대륙 전역에서 널리 쓰이는 배달 플랫폼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저명한 월간지 ‘인물’에 ‘테이크아웃 라이더들은 시스템 안에 갇혀 있다’는 제목으로 배달 플랫폼 라이더들의 노동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르포가 실려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명교의 눈]배달 라이더 죽음으로 내모는 알고리즘](https://img.khan.co.kr/newsmaker/1364/1364_82.jpg)
해당 르포는 지난 3월부터 반년간 수십명의 배달 체인 노동자들을 심층 조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배달앱 라이더들은 갈수록 더 심하게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 어러머의 한 라이더는 최저 32분에 처리하던 배송을 이제 30분 안에 완수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한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배달시간이 그만큼 짧아졌기 때문이다. 메이퇀에서 3년간 일한 다른 노동자 역시 2016년 1시간이었던 배송 간격이 이듬해 45분, 다음해 38분으로, 급기야 지난해에는 28분으로 줄었다. 라이더가 감수해야 할 위험과 노동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상하이에서 몇년째 배달노동을 하는 한 라이더는 건마다 한 번씩은 역주행한다. 그래야 배달시간을 단축해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속도와 신호를 엄수하는 등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킬 경우 배달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배송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매번 평점과 소득이 감소하고, 점수가 더 깎일 경우 잘리기도 한다. 중국사회과학원 쑨핑 연구원은 라이더들의 교통법규 위반은 알고리즘에 의해 오랜 기간 통제받으며 체득된 결과라 말한다. 알고리즘이 정한 시간 내에 배달하기 위해 더 빠르고 위험하게 달리게 되고, 이런 데이터를 수집한 알고리즘은 더 짧은 배송시간을 지시한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2017년 상반기 상하이 공안국 교통경찰총대 자료에 따르면 상하이에서는 2.5일에 1명꼴로 라이더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8년 청두시 교통경찰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가 1만건에 달하고 사고는 196건, 사망은 155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더들이 시스템에 의한 통제로 죽어갈 때, 플랫폼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메이퇀의 주문량은 25억건에 달했고, 1인당 수입은 전년 대비 0.04원 늘었으며, 원가는 0.12원이 절감됐다. 이는 해당 분기 한화 700억원의 이익을 늘리게 했다. 각각 ‘초뇌(超腦)’, ‘방주(方舟)’라 명명된 알고리즘들은 자본가들에겐 첨단 AI 기술을 과시하는 자랑거리지만, 1000만라이더에겐 죽음을 독촉하는 쳇바퀴일 뿐이다.
무엇이 죽음을 향한 경주를 멈추게 할 수 있나? 첫째, 초뇌와 방주의 원리가 라이더들 인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알고리즘의 구성원리를 노동자들에게도 알려야 하고 개입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둘째, 제도와 문화 등 사회의 복잡성과 집단 실천이 알고리즘 구성에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라이더들의 노동 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본의 이익과 죽음이 비례하는 이 끔찍한 초고속 발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홍명교 동아시아 연구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