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의 눈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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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의 눈]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4대강 사업

1월 2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들 중에서 23개 사업(예산 24조1000억 원)은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면제받는다. 발표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는 예타 면제 발표가 토건사업을 통해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정부의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언론에서도 선심성 나눠먹기 사업이 될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예타 면제 사업에 포함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포함되지 않은 수도권 지역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토건 중심이 아니라고 정부가 강조했지만, 시민단체나 언론의 비판은 충분히 일리가 있고, 비판한 대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한 선정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들 간에 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남아있다. 예타 면제가 되었다고 해서 사업이 승인된 것은 아니다. 예타 이후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 등 공공사업의 타당성과 적합성을 검증할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

그러나 부총리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짧게 4대강 사업과 차이가 있다고만 언급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대목은 문제가 있다. 4대강 사업은 예타가 면제되기는 했지만, 이후에 이어진 환경영향평가도 졸속으로 추진되었고, 문화재 지표조사도 부적절하고 부실하게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동안 진행된 네 차례의 감사원 감사에서도 진행 절차와 결과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결국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이 부처의 의견을 묵살하면서 진행됐으며 불필요하게 강바닥을 5~6m로 굴착하고, 준설 및 보 설치로 수자원을 확보하도록 한 변형된 운하 건설사업이었음이 밝혀졌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사회·경제성, 수리·수문, 수질·생태계, 유역협력 측면에서 향후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무엇이 객관적으로 최선의 방안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연구, 토론하고 있다. 이 칼럼이 나간 시점에는 영산강과 금강의 보 처리방안이 발표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지역균형발전 사업이고, 4대강 사업 추진 과정과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4대강 조사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즉 객관적이고도 전문적인 평가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한 치의 의혹도 없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4대강의 자연성 회복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와 다름없는 토건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이다. 평가 과정의 객관성과 과학성, 그리고 민주성의 확보는 향후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4대강의 자연성 회복 과정이야말로 지역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상헌 한신대 교수·녹색전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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