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 기자의 생체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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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주간지 기자의 생체 시계

주간지 기자의 생활은 요일별로 정확한 시계침처럼 매주 돌아간다. 몸도 마음도 요일에 맞게 딱딱 맞춰간다. <주간경향> 기자들에게 최근 이런 생체시계를 바꿔야 할 이유가 생겼다.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이다.

최근 <주간경향>의 제작일이 하루 앞당겨졌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기사를 마감하고 금요일 밤까지 제작파일을 넘기던 것이 이제는 목요일 밤에 모든 일정을 마친다. 하루를 앞당긴 것이다. 금요일 마감이 기자들의 52시간 근무제에는 영향이 없지만, 토요일 새벽에 일하는 인쇄회사 노동자들의 근무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금요일 새벽에 인쇄가 된다. 토요일 오후 서울의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있던 <주간경향>이 이제는 금요일 오후에 등장하게 됐다.

이렇게 보면 <주간경향>도 우리 사회의 생체시계와 함께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기 전 <주간경향> 기자들은 주6일 근무했다. 1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 <뉴스메이커>라는 제호를 사용했는데, 이때 전체 마감은 월요일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 비교적 큰 사건이 터지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었다. 토요일 1차 마감, 월요일 2차 마감이라는 식으로 운용됐다. 토요일 1차 마감은 토요일 밤에 끝났고, 기자들은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이날 밤 술자리를 가졌다. 일요일 오후에 일어나 가족과 마트를 가는 것이 주간지 기자의 평균적인 일요일 모습이었다. 여가시간은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취재기간은 넉넉한 편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취재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간지 기자들의 삶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금요일 마감체제로 바뀐 것이다. 기자들에게도 천금 같은 주말이 생겼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의 시간이 한꺼번에 생겼다. 가족과 함께 한다든지, 여행을 한다든지, 새로운 여가생활도 즐겼다. 주5일 근무제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주간지 기자들에게는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 다만 취재일이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나흘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취재일정은 난데없이 빡빡해졌다. 지금은 매우 익숙해져 버렸지만 주5일제 초창기에는 나흘 취재 후 기사를 쓰는 것이 힘들었다. 그때에는 주말을 즐기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익숙해진 후 더없이 좋은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주간경향> 편집실은 요즘 목요일 마감체제에 적응 중이다. 마감을 하는 목요일이 마치 금요일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목요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몸은 금요일처럼 느낀다. 당장 7월 1일부터 대규모 사업장에서 주52시간 체제에 들어가면 우리 사회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렇게 보면 <주간경향>도, 기자들의 생체시계도 우리 사회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우리 사회에 닥쳐올 큰 삶의 변화를 그려보았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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