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눈]‘벙어리 민주주의’ 신년 기자회견](https://img.khan.co.kr/newsmaker/1111/20150121_82.jpg)
“오늘 기자회견의 주목적이 담뱃값 인상 이후 판매가 저조하자 ‘보는 사람들 열받아서 담배 한 대라도 더 피우게 하려는 것’이라는 사실도 새로 발견했다.” @presi*****님이 올린 트윗글이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이토록 희화화되는 경우가 또 있었을까. 이런 트윗도 있었다. “전례 없는 정부를 맞이하여 뉴스타파도 전례 없는 방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은 이렇게 분석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뉴스타파는 작년 기자회견과 올해 기자회견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으로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다. 기자회견을 언급한 트위터와 블로그 문서는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약 5만3000건 정도였다. 전체 연관어 1위는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이었고, 이어 국민, 청와대가 뒤를 이었으며, 4위가 바로 뉴스타파였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은 단지 야권이나 진보성향의 언론만이 아니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도 이번 기자회견이 국민의 기대와 전혀 달랐다고 비판했고, 새누리당 의원들 속에서도 탄식과 비판이 터져나왔다. 한마디로 불통과 고집이었다. 정윤회씨 문건 유출 파문으로 청와대 비서실이 송두리째 신뢰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인적 쇄신을 거부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국민의 바람에 등을 돌리고 이른바 청와대 가족만을 외롭게 감싸안았다. 경제 키워드를 42번 반복한다고 해서 경제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용서를 구하며 하나씩 동의를 구해가는 것이 신년 기자회견의 기본 태도이다. 국민의 동의 없이 어떻게 경제인들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예상했던 대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빠졌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면 웬만하면 지지율이 올라간다. 국민이 원하는 소리를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잘못했다’는 의견이 52.2%로 ‘잘했다’는 응답 39.5%를 훨씬 상회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1월 12일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8.9%로 1월 9일 지지도 43.1%에 비해 큰 폭으로 빠졌다. 1월 15일에도 30%대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도 40% 벽이 무너진 데 이어 37.5%까지 주저앉았다.
청와대 인사문제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의 진실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실제로 두 명의 논쟁과 관련한 전체 연관어에는 ‘점입가경’과 ‘막장’이라는 단어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당청 갈등도 첨예해지고 있다. 특히 정말 지독한 불통과 아집이 낳은 인사 참사와 인사 참사의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하나도 풀리지 않은 상황은 집권 3년차 국정수행 능력 자체를 의심케 한다는 여론을 낳고 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매우 상징적인 이벤트다. 그런데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불통의 상징적인 각본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대통령은 귀를 닫고 기자들은 입을 닫은 ‘벙어리 민주주의’의 표상이 되었다. 기자회견을 극도로 싫어했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도 2년간 7차례 단독 기자회견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단 두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국민과의 소통은 대통령의 주관적인 관념이 아니라 국민이 소통한다고 느낄 정도로 하는 것이 맞다. 빌 클린턴은 2년간 29회, 버락 오바마는 21회 기자회견을 가졌다. 집권 3년차 박근혜 대통령이 불통의 상징을 넘어 계속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매월 한 차례 기자회견을 갖는 파격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너무 장밋빛인가!
<소셜미디어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