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의 눈]9명의 실종자여, 돌아오라](https://img.khan.co.kr/newsmaker/1102/20141112_82.jpg)
세월호 실종자 수색이 7개월 만에 종료되었다. 계절이 묻는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을 지나 겨울 문턱에 선 우리들에게, 무엇을 찾았는가. 피해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마음이 착잡하다. 점점 떨어지는 기온과 매서워지는 바람 앞에서 참담함과 절망감이 살을 뚫는다.
아이들은 겨울로 돌아왔다. 차갑고 절망스런 겨울을 같이 하자고, 우리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려달라고, 함께 봄을 맞이하자고 아이들은 칼날 같은 바람으로 우리 마음으로 돌아왔다. 계절은 바뀌었고 시간만 흘렀고 죄스런 마음만 늘었다. 아이들과 함께 겨울의 절망 앞에 서 있다. 따뜻했던, 뜨거웠던 바람은 멈추었고 이제 우리에겐 매섭고 냉정한 계절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여전히 잊지 않았다. 죽는 날까지 기억할 것이다. 아이들을 누가 죽였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잊지 않을 것이다. 거친 파도와 절망의 바다가 아이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들의 죽음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가장이다. 어린 자식들이 억울하게 죽었다.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아버지가 있는가. 비통함과 원통함에 가득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정부는 피해자 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대하라. 자식들이 왜 그렇게 비통하게 죽어야만 했는지 아버지의 심정으로 진상을 밝혀 달라.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힘든 마음의 고통 속에서 잠수사들의 안전과 배려를 우선했던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마음으로 정부는 돌아오시라.
가족들은 아이들을 차가운 마음 속 바다에 묻었다. 국민들은 형제들을, 조카들을 절망의 바다에 묻었다. 정부라는 아버지여, 자식들의 죽음을 슬픔과 비통함으로 맞으시라. 모든 것을 운명의 탓으로 돌리지 마시라. 운명은 진실과 진상 뒤에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수색 종료와 책임자 판결이 참사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겨진 진상규명의 시작이다. 7개월간 죽음을 묵도한 우리들의 몫이다. 사고 해역의 물살이 거칠어지고 수온도 급격히 떨어지자 잠수사들의 안전을 걱정한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을 종료토록 정부에 요청했다. 수색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가족은 진도 체육관에 남기로 했다. 끝까지 마지막 9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한 잠수사들은 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미안함에 눈물로 사죄했다. 잠수사들은 수색을 멈춘 게 아니다. 생이 끝나는 날까지 아마도 아이들과 선생님을 찾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과 절규를 지켜보고, 실종자 수색에 대한 사명을 잃지 않았던 그들, 진도를 잊지 않을 것이다. 매일 마음 속 진도 앞바다에 몸을 던질 것이다. 우리의 마음과 죄스러움을 대신해 바다에 들었던 그들에게 위안과 평화가 깃들길!
아홉 명의 실종자여 돌아오라. 바람을 타고 구름을 따라 차가운 바다에서 나오시라. 그대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리의 몫인 것을 잊지 않고 있으니 이제 돌아오시라. 깊고 깊은 바다에 그대들이 있는 이유를 우리는 알고 있으니 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시라. 그대들을 가족으로 안고 있는 우리에게 돌아오시라. 1반 은화야, 2반 다윤아, 6반 현철, 영인아,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그리고 권재근 님과 아들 혁규야, 눈물로, 죄스러움으로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어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