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신호’와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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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의 눈]‘잘못된 신호’와 ‘소음’

우리는 정보의 폭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굳이 찾지 않아도 너무 많은 정보들이 비연속적으로 달려든다. 몇 년 전 뉴욕타임스가 신문의 미래를 묻는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한 여성(26세)은 이렇게 대답했다.

“뉴스가 중요하면 이제 그 뉴스가 나를 찾아올 것이다.”

질 에이브람슨 전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은 “한숨 돌리기 위해 잠시 멈춰서기만 해도 뒤처진다”고 초고속 변화를 한탄했다. IBM에 따르면 인류는 매일 2.5퀸틸리언(250경·1조의 250만배) 바이트의 정보를 생산한다고 한다. 정말 무시무시하다.

네이트 실버의 책 <신호와 소음>은 이런 거대하고 빠르고 다양한 데이터의 소음 속에서 예측 가능한 신호를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네이트 실버는 데이터의 양이 무제한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유용한 데이터의 양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빅 데이터는 하나의 ‘쓰레기’일 수도 있다. 여기서 의미 있는 ‘신호’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이트 실버는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내 안에 숨어 있는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판단을 자료에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정말 필요한 곳이 한국의 정치권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이 중요한 시기를 편견과 아집, 불통으로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16일 오랜 침묵을 깨고 특별법에 대해 언급했다. 수사권, 기소권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2차 협상안을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신호는 신호이되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삼권분립을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이 특별법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비문’을 구사한다.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대신 국회를 향해 호통을 친 셈이다.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앞에 꼼짝없이 멈춰 서 있다.

야당은 어떤가.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뜨고 이른바 계파 수장을 망라한 비대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입장은 오리무중이다. 아예 신호가 없다. 말은 무성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명쾌하게 알아들을 수 없다. 그저 소음뿐이다.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신호와 야당의 소음이 만나 정치는 거의 완벽하게 표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경환 부총리는 담뱃값 인상,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 서민증세를 노골화하며 내년도 초강력 확대예산(376조)을 밀어붙이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디지털 혁명의 정점에서 국가 생존전략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권은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역할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네이트 실버의 말대로 “과거를 지침으로 활용하려는 욕구와 미래는 다를 것이라는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하면 하나로 엮을 수 있을까?”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걱정하고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대학연의>에 나오고 25일 안병진 교수가 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을 줄 아는’ 새로운 리더는 어디에 있을까.

국민들은 이 거대한 소음 속에서 미래로 가는 신호를 찾아낼 진짜 혁신의 아이콘을 기다리고 있다.

<소셜미디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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