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24시간 동안 주간에는 평균 4~6회, 야간에는 0~1회 배뇨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처럼 더위로 인해 맥주,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수박을 많이 찾는다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말년에 눈, 귀, 치아가 건강한 것도 복이나 배뇨 관련 불편감이 없는 것 또한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배뇨·배변은 매일 겪는 생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질환은 체감 정도가 다른 질환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배뇨와 관련된 여러 질환 중 과민성 방광은, 쉽게 말해 소변이 자꾸 마려워 불편한 질환이다. 전문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70대 중 3분의 1의 남녀가 과민성 방광증후군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과민성 방광으로 인한 의료비가 연간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젊다고 안심은 금물 실제로 외래에서도 소변이 자주 마려워 불편하다는 환자를 종종 진료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우선 배뇨 관련 설문 작성과 함께 남성의 경우 전립선질환이 있는지, 여성의 경우는 골반이나 여성생식기의 질환 유무를 확인한다. 30대 이하 젊은층도 과민성 방광을 호소하는 사례가 드물게 있다. 이런 경우 방광염 같은 흔한 질환도 체크하고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요인도 함께 파악해야 한다. 젊은층의 과민대장증후군, 과민성 방광과 같은 질환은 스트레스, 긴장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이 발표, 면접,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질환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비뇨기계 질환을 진단할 때는 종종 설문지를 이용한다. 의학적인 진단 시 보통 혈액검사, 영상검사, 또는 조직검사를 통하는데 비뇨기계 질환은 그만큼 신체 증상에 초점이 맞춰진 질환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단 설문지의 경우 설문항목이 너무 많거나 질문이 이해하기 어려운 등의 변수도 있어 고령자들이 설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종종 있다. 또한 민감한 비뇨생식기라는 특수한 점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증상이 심해져 참기 어려울 때까지 병을 키우기도 한다. 전문의약품보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기능성 식품들을 구전(口傳)으로 듣고는 이에 의존하는 환자 또한 많다.
치료법은? 과민성 방광의 치료는 주로 약물치료로 구성돼 있다. 우선 방광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하는 항무스카린 약제와 방광의 이완을 도와주는 베타-3 작용제의 처방을 고려한다. 항무스카린 약제 특성상 입마름, 변비, 졸림 등의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심하면 부정맥, 녹내장 등도 발생할 수 있다. 베타-3 작용제는 방광의 이완에 관여해 입마름이나 변비 같은 부작용이 적다. 방광의 이완과 항콜린작용(부교감신경 억제)을 동시에 하는 프로피베린(propiverine) 성분의 약제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주로 요실금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 비대증과 과민성 방광을 동반할 수 있는데, 항콜린 약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배뇨하는 데 불편감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지나친 수분 섭취(특히 자기 전), 카페인과 같은 이뇨작용이 있는 기호식품의 섭취 등을 피한다. 방광 근육의 기능을 도와주는 케겔운동(항문괄약근 운동), 적절한 시간에 배뇨하는 습관 등도 권유한다. 그 밖에 금연, 체중조절, 변비의 치료 등도 과민성 방광의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방광 훈련은 다른 특별한 원인 없이 빈뇨, 절박뇨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시도해볼 수 있다. 배뇨 일기를 통해 배뇨 간격을 점차 늘리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신감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젊은 과민성 방광 환자들에게 시도해봄 직하다. 이러한 다양한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면 보톡스 주사, 전기자극치료, 신경조절술 등의 침습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보톡스 주사의 경우 효과는 있으나 6~9개월 간격으로 반복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과 시술 후 요로 폐색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숙련된 비뇨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기자극 치료는 약한 전류를 골반근육과 방광에 통해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심한 부작용은 없으나 효과의 불확실성, 표준화 치료가 없는 문제점이 있다. 신경조절술은 장비를 삽입하는 치료로, 효과는 5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쉽고도 어려운 예방법 질환을 설명하다 보면, 문득 수많은 치료법을 설명하기보다 안 생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저질환이 원인이 아니라면 술, 담배, 커피를 멀리하고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절한 체중 유지와 규칙적 운동, 소변을 너무 참지도 너무 자주 보려 신경 쓰지도 않는 생활습관 등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글로 쓰면 너무 쉬운 것 같은데 왜 이 쉬운 것을 지키지 못해 다들 힘든 노년기를 보내는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이용주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