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 황하 상류의 흙먼지가 수천m 상공으로 올라간 뒤, 편서풍에 실려 한반도로 날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는 고비사막과 내몽골, 중국 북동부 지역이다.

한 시민이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뿌연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황사는 나름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신라 아달라왕(서기 174) 때 흙비가 내렸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황사에 대한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태종 11년에는 14일 동안이나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고, 성종 9년 4월에는 흙비가 내린 것에 대해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거나 자격 없는 사람이 벼슬자리에 앉은 것에 대한 응보라고 기록하고 있다. 숙종 7년 4월 7일에는 강원도와 평안도에 흙비가 내려 옷에 황토물 자국이 남았다는 기록도 있다.
황사는 이제 더 이상 단순히 옷을 더럽히는 흙먼지 수준이 아니다. 중국에서 막 발생한 황사 자체도 철, 망간 등의 중금속 농도가 높은데, 공업지대를 건너면서 아황산가스, 카드뮴, 납 등 각종 중금속과 다이옥신까지 함유하게 된다. 이러한 오염물질은 각종 호흡기질환과 피부질환, 안질환을 유발한다.
황사는 건조한 발원지에서 발생한다.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 주변에서 몇해 이어진 가뭄 탓 정도가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본질적인 환경 변화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변화가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데 문제의 더 큰 심각성이 있다.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에 우리는 평상시보다 3배나 더 많은 양의 먼지를 흡입한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후손만을 위한 게 아니라 지금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황사의 계절, 기후위기에 대해 좀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당장 눈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황사로 인한 안질환에는 안구건조증, 각막염, 결막염 등이 있다. 외출 후 눈이 가렵거나 충혈되고 눈이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거나 눈곱이 많이 끼고 눈 주위가 부어오르는 경우다. 드물지만 눈에 심한 통증이 있다면 각막염 악화로 각막 상피세포가 벗겨졌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가까운 안과를 찾는 게 좋다.

박영순 안과전문의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은 ‘차단’과 ‘세척’이다. 기상청에서는 황사 특보를 발령하고 있다. 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 400㎍/㎥ 이상이 2시간 넘게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황사주의보와 경보를 내린다. 이런 날에는 최대한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임산부, 만성질환 환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황사가 심할 때 외출이 필요하다면 선글라스, 보안경, 마스크를 착용해 눈과 호흡기를 보호하는 게 좋다. 집에 돌아오면 손과 얼굴을 깨끗이 닦고, 인공눈물로 눈에 들어간 먼지를 씻어낸다.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을 착용하는 편이 좋다. 눈이 건조해졌다면 눈꺼풀을 자주 깜박여주거나 방부제가 없는 인공눈물을 점안해 해결하자. 눈이 가려울 때는 깨끗한 수건으로 눈에 냉찜질을 하면 가려움증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안질환이 발생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간단한 처방으로 1~2주 이내에 해결되지만, 방치할 경우 2차 감염이나 시력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눈에 심한 가려움, 충혈, 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바로 가까운 안과를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기를 권한다.
<박영순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