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국내에서 8번째로 자주 발병하는 암이다. 국제적인 발병 추세를 보면 오는 2030년까지 폐암 다음으로 유병률이 높은 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췌장암이 난치암인 이유는 진단 시 이미 주변 장기에 전이된 3~4기 환자가 80%에 이르기 때문이다. 췌장은 내부 장기 중에서도 가장 등 쪽에 가깝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앞에 있는 간이나 장이 가리는 바람에 기본 건강 검진 검사인 복부 초음파로 발견하기가 까다롭다. 다소 번거로운 복부 CT 촬영이 그나마 유용한 검사법이다.
황호경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교수(간담췌외과)는 “췌장암은 특별한 자각증상이 거의 없는데다 일반적인 건강 검진으로 발견하기 어려워 조기진단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다음 세가지 증상을 지속할 경우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첫 번째는 황달 증세다.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며 주변 담관의 흐름을 방해해 눈과 피부가 노래지는 황달이 생긴다. 초기 황달에서는 먼저 소변 색이 진해지는 변화를 보인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데도 소변이 계속 진한 노란색이라면 혈액검사를 통해 황달 수치를 점검하는 게 좋다.
두 번째는 복부 불편감이다. 흡사 체한 듯 소화불량 및 명치와 복부에 불편감이 계속 있어 내시경이나 초음파 검사를 받아도 원인이 뚜렷하지 않다면 복부 CT 촬영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등 쪽의 통증으로 디스크 등의 척추질환 감별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원인을 못 찾을 경우도 췌장 쪽 문제를 한 번 의심해봐야 한다.
세 번째로 당뇨다. 새롭게 당뇨가 생겼거나 기존 당뇨증세가 특별한 이유 없이 조절 안 되면 암으로 인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고려해 의사와 상의한 다음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외 만성 췌장염으로 치료 중이거나 췌장암 가족력, 오랜 흡연과 과음 경력이 있는 이들도 췌장암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정밀검사가 권장된다.
췌장암은 다른 암보다 전이가 빠르고 독특한 병리학적 특성을 보인다고 황 교수는 말한다. 췌장은 간문맥과 대동맥, 대정맥 등 우리 혈관 중 가장 중요하고 큰 혈관이 교차하는 곳에 있어 췌장암세포가 이들 혈관과 간 등으로 쉽게 전이된다. 그래서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비율은 20% 선에 그친다. 또 췌장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암 조직 내부의 섬유화가 심하다. 섬유화를 이룬 췌장암 조직은 딱딱한 성질이 있어 항암제 성분이 내부 암세포로 잘 침투할 수 없다 보니 효과적인 약물치료가 어렵다.
현재로선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수술이다. 암이 췌장 머리에 생긴 경우 주변 장기인 십이지장과 담낭, 담도 등도 같이 제거하고, 남은 췌장 뒷부위와 담도를 소장에 연결하면서 십이지장 제거로 위장과 끊어진 소장을 동시에 연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반면 암이 췌장 몸통과 꼬리 부분에 생긴 경우 비장과 주변 임파선 조직을 같이 제거한다. 큰 수술 범위와 여러 장기를 동시에 다루는 수술법으로 인해 췌장암 수술은 암 수술 중에서도 고난도로 꼽힌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항암약물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황 교수에 따르면, 최근 췌장암 치료는 각 환자에게 맞는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해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라도 숨어 있을 수 있는 미세한 암세포를 없애는 차원에서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 후 1년 내 재발률이 약 50%에 이르러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항암약물 치료가 필요하지만, 췌장암 수술환자의 경우 다른 암 수술환자와 달리 항암치료를 위한 체력 회복에 2~3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에 먼저 항암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