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우리 몸에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있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마차에서 증기기관차 출현을 목도했던 인류는 2022년 1월 현재, 자율주행차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율주행이 실현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도 아침 출근길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차린다든가, 심지어 정차된 순간을 이용해 립스틱을 바르거나 마스카라로 눈썹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이러한 행동은 일상이 될 수 있다. 운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막간을 이용해 영화도 편하게 볼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주거,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우리 몸에도 자율주행을 하는 멋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바로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둘은 마치 음과 양처럼 길항작용 및 상호보완적인 작용을 한다. 심장, 폐, 위, 소장, 대장을 포함한 내부장기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혈관, 내·외분비 전반에 걸쳐 인간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관제시스템으로 기능한다.

신경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경세포 내에서는 전기신호로 정보가 전달되고, 신경세포 밖 말단부위에서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최종적으로 근육세포나 인접 신경세포에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이 화학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데,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은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도파민, 아세틸콜린, 가바, 세로토닌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매개로 우리 신경시스템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만성질환은 약물치료로 안돼

의학계는 이런 신경전달시스템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고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많은 약물을 개발했다. 피를 많이 흘려 갑자기 혈압이 떨어질 때 일시적으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에피네프린을 투여한다. 혹은 혈압 감압이나 부정맥 치료 목적으로도 이 약을 처방한다.

신경계를 조절하기 위해 많은 약물을 처방하고 있다. 소화불량을 조절하기 위해 소화기운동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처방하거나 복통을 조절하기 위해 소화기운동을 억제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식이다. 일시적 증상조절일 경우에는 정말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좋다. 그러나 문제는 재발성 또는 만성 질환일 경우다. 동양의학이 전체적이고 통합적이라면, 현대의학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다. ‘A질환의 원인은 B’다. 그래서 B를 억제하거나 항진시키는 약물을 투여한다. 대표적인 자율신경 증상으로 국소 다한증이 있다. 궁극적인 치료를 위해 흉부 교감신경절을 절제 또는 클립으로 묶는 수술을 많이 한다. 문제는 이러한 수술 후에도 40%에서 보상성 다한증이 생길 수 있다. ‘A의 원인은 B’라는 선형적인 접근에서 비롯된 한계다.

우리 몸은 심장, 폐, 소화기 등의 개별적인 기관만의 힘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먹고 마시고 숨을 쉰다. 소화기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소화·흡수해 세포에 포도당, 지방산, 아미노산을 공급한다. 폐는 산소를 빨아들여 연소할 때 공기가 필요한 것처럼 에너지대사에 관여한다. 심장은 산소, 영양분이 각 세포에 공급되도록 순환시킨다. 이러한 대사작용을 관제하는 것이 자율신경계다. 자율신경계는 각 기관과 서로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위층 아래층이 연결돼 있다. 해당 신경절 차단으로 다한증 치료가 안 될 수도 있는, 심각한 통증이 있을 때 식은땀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목디스크 질환 불러

자율신경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스스로 알아서 우리 몸 상태를 조율한다. 우리 몸에 가해지는 다양한 자극을 조정하고 반응하는 시스템이다. 최종적으로는 몸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항상성을 유지해준다. 알아서 조절하다 보니 현대의학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최근 통증의학 발전에 힘입어 자율신경이 재조명되고 있다. 자율신경은 척추 바로 앞, 옆에 31쌍으로 위치하고 있다. 운동과 감각을 지배하는 체성신경뿐 아니라 결국에는 척추 안 척수신경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의 상태가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증이 척추 이상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신호다. 뿐만 아니라 어지러움, 이명, 만성 소화장애·변비 등도 자율신경 기능 이상, 즉 자율신경실조증의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신경 이상 신호를 해당 기관의 이상 증상으로만 생각해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해 뇌신경 신호전달 억제를 통해 어지러움을 덜 느끼게 하거나, 장점막을 자극해 장운동을 증가시켜 변비를 완화하는 식이다.

자율신경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경세포 자체는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자극에 예민하다. 직접 조작하거나 건드리게 되면 오히려 염증이나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자율신경 기능을 회복하려면 자율신경계가 있는 곳, 즉 척추 균형에 그 답이 있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리디스크 관련 질환을 앓게 됐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는 목디스크 질환이 급증하게 됐다. 이렇게 근골격계질환이 증가함과 동시에 어지러움, 이명, 만성 소화불량 환자도 증가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깨통증이나 만성두통을 치료하다 보면 일자목, 거북목을 가진 환자를 흔하게 접하게 된다. 자세히 진찰하다 보면 이런 환자는 어지러움, 이명, 목 이물감, 소화불량, 수면장애 등 통증 외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추는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뇌간의 신경핵이 뻗어나와 있는 경추부 척수를 보호한다. 뇌간에서는 2개 내 12뇌신경이 뻗어나오고, 뇌간은 감정, 욕구, 체온조절 등 항상성 조절중추 역할을 하는 시상하부와도 소통한다. 척추의 자율신경 신호가 소통하는 뇌간의 신경핵이 뻗어 있는 경추가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거북목, 일자목, 역C자 형태의 목은 자율신경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구조적 이상이다.

대부분의 진료실에서는 구조적 이상의 신호인 통증을 없애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통소염제나 신경차단술, 물리치료 등을 통해 당장의 통증 완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증은 구조적 이상이라는 상태를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전달하는 위험신호에 불과하다. 위험신호를 끈다고 위험한 상황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통증의 재발을 막고, 우리 몸의 항상성을 스스로 조율해주는 자율신경의 건강을 위해서는 바른 자세유지와 코어운동을 통해 척추구조 균형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류호성 연세이너힐의원 원장>

메디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