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수많은 질환에서도 암이 가져다주는 두려움과 주변 영향은 비할 바가 없다. 환자 개인을 넘어 사회경제 측면에서도 암이 초래하는 막대한 유무형 비용 지출은 큰 부담이다.
한해 평균 25만여명이 새로이 암 진단을 받으며, 평균수명 83세를 기준으로 10명 중 3.5명꼴로 암 환자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국가 암 검진사업이 확대되고, 개인 건강의식도 향상돼 지난 2015년부터 국내 전체 암 발병 추세는 증가세에서 정체로 돌아섰다. 앞으로 암 예방과 조기검진의 활성화로 암 발병을 감소세로 돌리려는 노력이 계속 필요한 이유다.
암은 몸속 정상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무한증식으로 커지고 주변 장기로 전이돼 정상적인 신체기능에 악영향을 줘 생명을 위협한다. 돌연변이를 초래하는 원인으로는 다양한 유행물질의 장기간 노출도 있지만 제일 원인은 노화다. 모든 세포는 사멸의 과정을 따르지만, 오랜 시간의 흐름 중 몸속 1개의 세포가 이 규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암세포는 ‘불멸의 세포’로 불리기도 한다. 전 세계 암 연구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헬라(HeLA) 암세포’는 1951년 자궁경부암에 걸린 미국의 한 여성 환자에게서 채취한 암세포로 지금도 살아 있고 영양분만 공급하면 계속 분열하고 커진다.
암 치료의 어려움은 잘 죽지 않는 세포 특성과 더불어 기본적으로 몸속 세포가 흑화된 것으로 외부 병원체의 체내 침투에 의한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정상 세포와의 피아 구별이 쉽지 않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암 치료는 크게 세 방향을 기본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첫 번째로 암세포만을 조준한 정밀의료다. 최근의 많은 암 환자는 유전자분석 검사를 한다. 이유는 같은 암이라도 환자별로 다른 암 유전자형을 갖고 있어 각각의 유형에 맞는 표적 항암약물을 쓰는 것이다. 앞으로 환자별 개인 맞춤형 치료는 더욱 발전될 것이다.
두 번째는 첨단 치료기 개발이다. 국내에서도 보편화한 로봇을 이용한 암 수술은 암 부위만 절제하는 정확성도 뛰어나지만, 개복수술로 인한 긴 회복시간과 동반되는 감염 합병증 위험 및 흉터 등의 요소를 확연히 감소시키고 있다. 또 호흡과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환자의 몸속 암세포를 치료기가 정확히 추적하고 집중 조사하는 최신 방사선치료기는 치료 효과 증대와 함께 기존 부작용을 크게 낮추고 있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치료기들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더욱 진보해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면서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세 번째로 예방치료다. 자각증상이 대부분 없는 암은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최선이다. 현재 예방적 암 치료는 전체 암 환자의 20%를 차지하는 유전성 암 고위험군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들을 사전에 발굴해 추적·관리함으로써 암 발병을 최소화하거나 조기에 진단해 완치율을 높이는 것이다. 나아가 유전자 치료를 통해 결손된 유전자를 보완함으로써 암 발병 자체를 없애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더불어 독감 백신과 같은 예방적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암세포 면역치료법도 많은 의과학자에 의해 연구 중이다.
암은 분명 난치성 질병인 것은 사실이나 현대의학으로 하나의 만성질환처럼 잘 관리할 수도 있는 병이다. 천연두나 소아마비가 이제는 사라졌듯 암 정복의 꿈 또한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금기창 연세암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