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 치료에 쓰는 방풍·갯기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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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떨린다’, ‘눈 주변이 떨린다’, ‘입술이 한쪽으로 당긴다’, ‘볼 한쪽 감각이 이상하다’, ‘귀 아래쪽이 아프다’, ‘목이 뻣뻣하고 턱 주변이 뭉친다.’

방풍나물은 풍을 예방한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바닷가 모래에서 잘 자란다. 감기, 두통, 발한 등의 증상에 효과적이고, 뿌리에는 쿠마린, 퓨세다놀, 움벨리페론 등 정유 성분이 있어 소염 및 항균 작용이 뛰어나다./인디카

방풍나물은 풍을 예방한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바닷가 모래에서 잘 자란다. 감기, 두통, 발한 등의 증상에 효과적이고, 뿌리에는 쿠마린, 퓨세다놀, 움벨리페론 등 정유 성분이 있어 소염 및 항균 작용이 뛰어나다./인디카

이런 증상 가운데 3~4가지가 한꺼번에 나타난다면 조심해야 할 병이 있다. 바로 입과 눈 주변의 근육을 마비시키고 굳게 해 한쪽으로 비뚤어지게 하는 ‘구안와사’다. 흔히 “추운 곳에서 바람맞고 자면 입이 돌아간다”고 말할 때의 그 증상이다. 중풍의 한 종류로 전문적으로 나누자면 ‘풍중혈맥(風中血脈)’이다. 한마디로 풍이 혈맥에 맞은 것이다.

풍(風)이란 소통을 뜻한다. 풍병은 곧 정상적 소통이 되지 않는 병이다. 혈액순환장애가 지극히 오래되면 버티고 버티다 터지게 된다. 이것이 뇌에서 이뤄지면 출혈성 뇌혈관질환인 뇌졸중이 된다. 이렇게 생사를 오가는 위험한 중풍에 참 진(眞)자를 붙여 ‘진중풍(眞中風)’이라 한다. 돌연 나타난다고 하여 ‘졸중풍(猝中風)’이라고도 한다. 이는 반신불수라 하여 편측마비를 영구히 남기기도 하는 위중한 질환으로 응급처치와 수술이 필요하다. 진중풍은 노인층에서 많이 보인다. 그러나 10대 학생들을 비롯해 30~40대 청·장년층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중풍이 있으니, 바로 구안와사다.

이러한 중풍 치료에 많이 쓰는 약재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반찬으로도 많이 먹는다. 바로 방풍이다. 잎은 양념해서 나물로 무쳐먹지만, 뿌리는 약재로 사용한다. 미나릿과에 속한 다년생식물인 방풍은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과의 갯기름나물, 갯방풍의 뿌리를 사용한다. <동의보감>에는 “약성이 따뜻하고 맛이 달면서 맵고, 독은 없다. 36가지의 풍병을 치료하고, 오장육부의 막혀버린 경락을 소통시킨다. 정신이 혼미하고 어지러운 것, 온몸의 뼈마디가 아프고 저린 것, 눈이 붉고 눈물이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 자다가 땀이 나는 도한(盜汗)을 치료하며, 정신을 안정시킨다”고 되어 있다. 풍진이라 하여 두드러기와 피부 가려움에도 많이 쓴다.

방풍을 풍약 중의 윤제(潤劑)라고 한다. 중풍약 중에서도 부드러운 편으로 외부와 내부의 풍증에 두루 사용하기에 붙은 별명이다. 차가운 곳에서 자거나 바람을 너무 쐬면 어지럽고 몸이 경직되면서 저린 증상을 외풍이라고 한다. 내풍은 ‘안에서 부는 풍’이라는 뜻으로 정신적인 충격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로 ‘억’ 하고 쓰러지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죽마고우에게 사기를 당한 후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더니 다음날 입이 돌아가고 눈이 안 감긴다는 50대 중년 남성.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예비 신랑의 전과와 이혼 경력을 알아버려 파혼한 뒤 극심한 불면증을 앓고 입이 돌아갔던 30대 여성. 하나뿐인 아들이 교통사고로 큰 수술을 받은 뒤, 병간호를 하던 중 심한 오십견과 안면 마비가 온 40대 주부 모두 이러한 내풍으로 인한 구안와사다.

차라리 외풍은 흐트러뜨리면 치료가 편한데, 내풍까지 겸한 경우는 접근법이 달라진다. 불안감과 혼란스러운 정신으로 심하게 긴장된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처방에 방풍을 함께 넣는다. 약재로 사용하는 방풍 뿌리는 성질이 뜨거워 발열이 강한 분들은 도리어 열을 도울 수 있어 신중히 사용하길 바란다. 다만 방풍나물은 이 효능이 약해 상용해도 괜찮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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