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씨앗,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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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씨앗은 ‘과자(瓜子)’라는 약명을 갖고 있다. 씨앗에는 비타민 B군에 속하는 엽산 함유량이 높아 설사 성향이 아니라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

‘Korean Melon.’

참외는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분류학적으로는 멜론의 한 변종이다. 영어로는 ‘한국 멜론(Korean melon)’으로 불린다. /위키피디아

참외는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분류학적으로는 멜론의 한 변종이다. 영어로는 ‘한국 멜론(Korean melon)’으로 불린다. /위키피디아

처음 들었을 때 한국에도 멜론이 있나 싶었다. 알고보니 참외를 뜻했다. 홍콩에서 살 때 종종 흰 무늬가 없는 노란 참외를 사서 먹었다. 일본 참외다. 한국 것과 맛은 비슷하나 조금 덜 달고, 아삭한 느낌이 없었다. 백화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한국 참외. 반가워 달려가지만 가격을 보면 ‘한국에 가서 많이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린다. 한국 참외는 향과 맛이 탁월하고, 시원하게 베어먹기 좋다.

참외는 박과에 속하는 덩굴성 1년생 초본식물이다. ‘진짜 참’에 ‘오이’를 합쳤다. 한자로 ‘첨과(甛瓜)’라 하여 ‘달 감(甘)’에 ‘혀 설(舌)’을 합친 ‘달 첨(甛)’을 쓴다. 그만큼 맛은 달며 성질은 차갑다. <동의보감>은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제거해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삼초(三焦) 사이의 막힌 기운을 소통하게 한다”고 했다. 삼초의 초는 구역으로, 가슴부터 윗배까지가 상(上), 윗배부터 배꼽까지가 중(中), 배꼽부터 치골까지가 하(下), 이렇게 세 구역이다. 요즘처럼 무더위에는 이 세 구역의 답답함을 잘 느끼게 된다. 무덥고 습한 공기에 호흡이 갑갑해 한숨도 잘 나온다. 입맛은 없는데 뭐라도 먹어야 해 삼킨 음식들로 명치가 그득하다. 냉방기의 찬 바람에 살결이 많이 노출되고, 얼음이 든 음료를 자주 접해 아랫배에 가스가 차오른다. 이럴 때 참외가 상중하의 막힘을 뚫어준다.

참외를 먹는 방식이 집안마다 다른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한여름 의료봉사를 갔더니 마을분들이 고생많다며 참외를 한 소쿠리 담아다 주셨다. 몇 명이 모여서 깎는데 그 방식이 제각각이라 흥미로웠다. 씨앗과 함께 하얗고 달달한 속줄기, 태좌를 모두 제거하는가 하면 씨앗만 제거하는 집도 있다. 심지어 배변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모두 씹어먹으라는 이도 있었다. 놀라웠던 건 껍질만 깎고서는 한 통씩 들고 베어먹으라 했던 이였다. 씨앗을 먹어야 하느냐 마느냐로 논쟁까지 붙었다. 마치 집안의 귀한 음식문화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보였다. 모두 열정적인 한의학도 시절인지라 결국 밤중에 의서를 꺼내 참외를 시작으로 씨앗류 약재 스터디까지 이어간 적이 있다.

참외 씨앗은 ‘과자(瓜子)’라는 약명을 갖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주로 뱃속의 뭉친 것을 치료하고, 농혈을 없애 위장 용종(혹)에 치료효과가 있다. 여성 월경의 과함을 치료한다”라고 되어 있다. 결국 씨앗까지 잘 씹어 먹으라고 한 집안은 평상시 속에 열이 있는 식생활을 했던 것이다. 반면 씨앗은 설사를 하니 먹지 말라고 했던 집안은 모두 냉한 체질을 가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얀 태좌와 씨앗에는 비타민 B군에 속하는 엽산 함유량이 높아 설사 성향이 아니라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참외는 삼국시대부터 친근하게 먹었던 과일이다. 각 부위마다 쓰임새가 다양하다. <동의보감>에 그 내용이 상세히 나와 있다. 참외 꼭지는 부종을 치료하고, 체한 것들을 모두 토하고 설사하게 한다 하여 ‘과체’라는 약명도 있다. 잎은 탈모에 효과가 좋아 즙을 내 바른다고 되어 있다. 참외의 꽃은 심장의 통증을 치료한다고 했다.

다만 조심할 내용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오래 먹으면 냉병이 오게 하고, 복부의 기능을 파괴하며, 사람의 팔다리를 무력하게 한다. 특히 각기병이라 하여 진액이 메말라 다리가 아픈 이는 금하는 것이 좋다”고 돼 있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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