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되면 에어컨 냉방이 일상화되고 입맛도 떨어져 빙수나 아이스 음료들이 더위를 식혀주는 일등공신이 된다. 하지만 여름철 소화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나친 냉방과 차가운 음료·음식의 과다한 섭취를 피할 것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다. 우리 몸의 생화학적인 반응들에 사용되는 각종 효소들은 중심 체온 37.5도(겨드랑이나 구강으로 재는 체온은 이보다 낮게 측정된다) 근처일 때 가장 활발히 작용한다. 과다한 냉방이나 차가운 음료 등으로 중심체온이 떨어지면 신체의 각종 기능과 면역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에너지 소모가 일어나게 되므로 신체의 부담이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위와 장의 기능저하로 소화불량, 설사, 오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도 두통, 몸살, 콧물, 기침 등의 감기 유사 증상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냉방병’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냉방병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감염성 질환이 존재한다. 바로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이다. 이 균은 습기가 있는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온천, 수도시설, 에어컨 등에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콧물,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설사, 오심 등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므로 감기 등으로 오인되기 쉽다. 면역이 취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에어컨 청소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여름철 단골 질환인 식중독에 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균으로는 살모넬라균과 대장균 등을 들 수 있다. 닭고기, 덜 익은 햄버거 패티, 계란, 마요네즈, 볶음밥, 해산물(특히 날것) 등의 음식을 통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간식인 치킨, 김밥, 샌드위치 등을 섭취할 때에는 유통기간을 잘 확인하고 남긴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한다.

만일 위와 장에 탈이 나서 구토나 설사 횟수가 잦고 어지러움이나 입이 마르는 등의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바로 찾아야 한다. 열이 나거나 혈변을 보거나 7일 이상 지속된 설사라면 더더욱 간과해서는 안된다.

설사나 구토가 있지만 자가로 관리를 해야 할 경우, 구토나 설사로 소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물 1ℓ에 소금 1티스푼, 설탕 8티스푼을 섞은 용액으로 수분 보충을 해볼 수 있다.

<글·사과나무치과병원 부설 내과·가정의학과(백세건강클리닉) 과장 강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