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안고, 업고 허리 건강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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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대신 한동안 손주를 돌보게 된 최모씨(68·여). 수시로 칭얼거리고 안아달라고 보채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아이와 씨름하기도 바쁜 와중에 집안일까지 더해지니 하루 종일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급기야 허리에 무리가 생겼다.

변재철 정형외과 전문의

변재철 정형외과 전문의

가뜩이나 겨울이 되면서 허리 통증이 심해 매일 밤 파스를 붙이고 잠들곤 했다. 특히 아이를 안으면 허리 통증이 심해졌고, 허리를 숙이고 업으면 오히려 허리 통증이 완화되는 것 같았다. 손주가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버텼는데, 허리 통증에 다리 저림까지 더해졌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은 최씨는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보채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가장 흔하게 하는 방법이 아이를 안거나 업어주는 일이다. 그런데 손이 자유로워 업어주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은데, 노년층에게 아이를 안거나 업는 일은 허리에 여간 부담이 가는 게 아니다. 아이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척추에 과중한 하중이 실리게 되면서 허리 통증을 악화시키거나 미세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변화가 주요 원인이지만 척추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노화로 인한 척추관협착증은 전에 비해 두꺼워진 뼈나 인대가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인 척추관을 좁게 만들어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성인 10명 중 7명이 척추질환을 앓고 있고, 퇴행성 척추질환인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매년 평균 10만명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유사해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허리디스크의 경우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심해지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완화된다. 간혹 어르신들이 길을 걷다 주저 앉아 쉬거나 유모차나 보행기구에 몸을 기대 걷는 것은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척추관협착증은 초기 증상만 제대로 치료해도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어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자신의 뼈와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 침습적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아이를 업어주기보다는 보행기나 유모차를 이용하고, 아이를 업어야 하는 상황이라도 30분 이상 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글·변재철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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