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후 남편의 발기부전치료제 복용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는 여성들이 간혹 있다. 50대 주부 K씨는 동갑내기 남편이랑 부부관계가 많지는 않지만 지속적이고, 본인도 폐경기 이후 호르몬 치료와 건강식품 복용으로 성생활에 어려움이 없고, 남편도 조루나 발기부전을 보이지 않아 부부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남편이 자꾸 발기약을 먹고 부부관계를 가지려고 해서 당황스럽다고 한다. 알약에서 필름제까지 다양하게 들고 온단다. 자신이 남편의 발기기능이나 정력에 불만을 표시한 적도 없는데 왜 약에 연연하는지, 혹시 젊은 여자와 바람이라도 난 건지, 아니라면 ‘왜 저렇게 늙어갈까…’ 싶어 짜증도 나고, 약을 먹다가 부작용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등등 걱정을 한다.
K씨에게 “남편의 발기부전이나 조루를 감지 못했다 하더라도 남편 자신은 성기능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면서 심각한 상실감에 시달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귀띔했다. 정작 본인도 질건조감과 갱년기 증상으로 여성호르몬제를 먹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남편이 현재의 발기 상황을 부인에게 숨긴 채 몰래 약을 먹고 유지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변화를 보일 때일수록 타박하지 말고 “남편을 더욱 격려하고 남편과의 관계에 만족감을 표현해 주며 남편의 건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시라”고 조언했다.
실제 발기나 조루 등 아무런 문제가 없고 상대방이 불만을 표시하지도 않는데 굳이 발기부전치료제를 습관적으로 자꾸 복용하려 한다면, 젊은 애인이라도 생겼을지 모를 일이니 예의주시하여 살펴볼 일이라고 필자 역시 농담처럼 조언드렸다. 여성에게 더욱 당당해 보이고 싶고 더 강해 보이고 싶은 것이 남자들의 심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특정 발기부전치료제 복용 후 사망한 환자들은 연령분포가 48~80세로 다양하다. 모두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 심방세동 등의 심장병과 그 외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지병을 갖고 있었다. 평소 심근경색증 증상이 없어 자신이 심근경색증 환자인 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이들 또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남성이라면 건강진단이 필히 선행돼야 하고, 약물을 복용하는 중간에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전문의 진료를 통해 처방전에 따른 건강상태 확인과 약물복용 후의 경과 피드백이 중요하다.
<글·김경희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