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슈

②궐련형 전자담배-식약처 말이 맞나, 담배업계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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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식약처 발표 이후에도 여전하다. 많은 흡연자들이 엇갈리는 주장과 정보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시중 편의점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위)와 일반 담배(아래)./경향자료 사진

시중 편의점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위)와 일반 담배(아래)./경향자료 사진

추상 같은 권위와 공정성을 내세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분석 결과’를 두고 관련 업계가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웬만하면 업계가 ‘냉가슴 앓듯이’ 넘어가곤 한다. 그런데 궐련형 전자담배(일명 증기담배)의 ‘유해성 논란’을 둘러싸고는 업계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금년 상반기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9.3%로 나타났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싸고 ‘더 안전한 담배는 없다’는 주장과 ‘독성 및 유해성이 대폭 감소한 제품’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란을 빚은 와중에도 1년 만에 거둔 급성장세다. 이 과정에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식약처의 발표는 업계의 반발과 더불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지난 6월 7일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자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시판 중인 3개의 궐련형 전자담배, 즉 필립모리스사의 ‘아이코스(전용스틱 모델·앰버)’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의 ‘글로(브라이트 토바코)’, KT&G의 ‘릴(체인지)’을 시험 대상으로 삼아 니코틴, 타르 등 11개 성분을 분석한 결과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3종 모두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되었으며,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이나 2개 제품(아이코스, 릴) 타르 함유량은 일반 담배보다 많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타르 수치 측정, 수분량 제대로 보정했나

이 같은 식약처의 발표에 대해 업계는 “식약처의 이번 분석 결과는 그동안 해외에서 나온 분석 결과와 큰 차이가 난다”면서 “식약처가 제품의 특성을 시험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수분 증발을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담배의 타르(TAR)는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연기(증기) 입자의 총무게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무게를 말한다. 일반 담배의 연기는 수분량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는 수분량이 80%가 넘어 정확한 수분량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타르의 수치를 재는 공식은 ‘포집한 입자의 총무게(A)-니코틴 무게(B)-수분 무게(C)’이다. 예를 들어 A가 30이고 B가 1이고 C가 25일 경우 타르의 최종 무게는 4이다. 그러나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 과정에서 수분 증발량이 생기게 되고, 증발한 수분량이 타르 수치로 둔갑할 우려가 있다. 즉 10만큼 수분이 증발됐다면 증발하고 남은 수분 무게는 15여서 타르의 최종 무게는 14가 나온다. 다시 말해 10만큼이 더 ‘타르 최종 무게’로 환산되는 오류가 발생하다.

[건강 이슈]②궐련형 전자담배-식약처 말이 맞나, 담배업계 말이 맞나

일본 국립보건과학원이 발표한 관련 논문을 보면, 실제 흡연자의 습관을 고려한 HC(헬스 캐나다) 방식으로 측정시, 아이코스 증기의 총입자 무게는 44.0㎎, 표준담배는 36.9㎎이며, 타르 수치는 아이코스 9.8㎎, 일반 담배는 25.2㎎으로 나와 있다. 반면 이번 식약처의 타르 발표 결과는 HC 기준 궐련형 전자담배 17.1~20.2㎎, 일반 담배는 11.1~18.1㎎이다. 이런 차이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일본 국립보건과학원은 아이코스의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별도의 카트리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또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 담배와의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 담배의 연기는 구성 성분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배출총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타르 무게 자체보다 ‘발암물질’ 경계해야

실제로 이번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에는 주요 발암물질이 크게 줄어든 결과도 포함되어 있다(표 참조). 타르 수치도 중요하지만 여러 발암물질의 함유 및 함유량이 담배의 품질을 가르는 잣대의 하나이다. 발암물질이 타르 무게보다 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높게 검출된 것은 일반 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유독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타르는 규제의 올바른 기준이 아니어서 측정할 필요가 없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수치를 형식적으로 계산할 수는 있지만 일반 담배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식약처 발표 이후에도 여전하다. 많은 흡연자들이 엇갈리는 주장과 정보에 혼란스러워 하면서 일반 담배를 다시 갖고 다니며 병용하는 경우나, 아예 일반 담배로 역주행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민의 금연을 유도하는 측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무리하게 부각시키려다 수분량을 보정하지 않은 타르의 총량만을 강조한 결과가 빚은 후유증이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유해성 판단을 위해서는 화학분석에서 그치지 말고 해외 사례처럼 독성연구와 이것이 인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실험하는 임상연구까지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단순히 유해성분만 나열하면서 ‘특정 물질’의 높은 함유량만 강조한 점은 국민을 불완전한 정보 앞에 일방적으로 노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식약처 ‘시험분석평가위원회’ 신호상 위원장(공주대 환경교육학과 교수)은 “담배회사도 어떤 첨가제를 얼마나 사용하였고 이들 첨가제가 가열형에서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면서 “많은 연구자료가 가열형에서의 유해물질을 규명하고, 많은 자료가 생산될 때에 어떤 것이 더 유해하고 덜 유해한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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