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집을 찾은 정모씨는 아버지의 쩔뚝거리는 발걸음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앓는 소리를 냈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불편해하셨다. 오랜만에 온 아들 가족이 반가운 것도 잠깐, 절뚝거리면서도 밭일을 하신다며 나가는 뒷모습에 괜스레 울컥했다.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바쁜 농사철에 아버지가 스스로 병원을 찾을 리가 없어 보여 병원 예약을 했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정씨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 연골이 닳아 그동안 무릎 통증이 심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건강설계]부모님 불편한 걸음걸이, 무릎건강 ‘적신호’](https://img.khan.co.kr/newsmaker/1279/1279_67.jpg)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에 손상이 생겨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한국인에게 흔한 만성질환이며, 주요 발생 원인은 반복적인 작업이나 생활습관 등에 의한 무릎의 과사용이다. 우리나라의 좌식생활 문화는 퇴행성 관절염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특히 오랫동안 농사일을 하는 경우 무릎 관절 손상은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으면 서 있을 때보다 무릎에 7~8배의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무릎 통증을 노동에 의한 혹은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더구나 연골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다 닳아 없어져 뼈끼리 부딪치기 전까지는 통증과 호전을 반복한다.
초기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약물 치료, 주사 치료, 체중 조절 등 보존적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퇴행성 관절염 중기 정도라면 자신의 연골 일부를 떼어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연골 이식술을 시행하거나 연골을 배양한 후 결손 부위에 재이식하는 자가연골배양이식술 등 가능한 한 자신의 연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이런 보존적 치료방법으로도 효과가 없을 만큼 연골 손상이 심할 때에는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관절로 대체해주는 인공무릎 관절 치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나빠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아무리 인공관절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건강한 내 관절보다 좋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식들이 걱정할까 싶어 ‘괜찮다. 괜찮다’ 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에 안도하지 말고, 부모님의 발걸음이 불편하지 않은지 살펴보자.
<글·송동익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