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하는 아들 내외 대신 2년째 손주를 돌보는 황모씨(64·여)는 최근 부쩍 심해진 허리 통증에 허리를 똑바로 펴기가 힘들었다. 청소며 빨래, 식사 준비 등 집안일에 아이가 보채기라도 하면 업고, 안고 일을 하다 보니 매일 저녁이면 녹초가 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허리 통증이 생긴 지는 한참 됐지만 근육통인 줄 알고 파스를 붙이거나 찜질을 하며 버텼다. 장을 보러 갔다가 걷기가 힘들 정도의 통증으로 쉬다 걷다를 반복하다 다른 중요한 약속에 늦는 일까지 종종 벌어졌다. 아들의 성화에 병원을 찾은 황씨는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척추관 협착증은 주로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나타나는데, 육아를 맡고 있는 노년층이 가장 흔하게 겪는 질환 중 하나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안거나 업는 일이 잦고, 허리나 어깨·무릎·손목 등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아이를 안은 채 앉을 때 허리에는 가만히 서 있을 때와 비교해 약 4배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한다. 아이의 몸무게를 15㎏이라고 가정했을 때, 아이를 안고 일어서거나 앉을 때 허리에는 60㎏의 부담이 가해지는 셈이다.

박성준|정형외과 전문의
척추관 협착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퇴행이지만 척추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50~6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이 줄면서 뼈와 관절이 쉽게 약해져 척추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이 탓으로 여겨 방치하곤 하지만 심한 경우 보행 장애까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관 협착증 초기에는 운동을 제한하고 약물치료·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자신의 뼈와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 침습적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기존 수술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위치로 접근하여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고, 수술 후 흉터가 작아 회복 속도가 빠른 ‘2포트 척추 내시경’이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고령의 환자나 만성 질환자들에게도 안전한 수술이다.
척추 건강을 위해 아이를 안아야 할 때는 최대한 가슴에 가깝도록 밀착하고, 안고 일어설 때는 무릎을 굽혀 서서히 일어나야 허리에 가해지는 충격이 최소로 줄어든다. 또한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굳은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글·박성준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