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주로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과 짧은 대화 정도만 하기 때문에 감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술을 논하기에는 부족하다. 머리 회전도 빠른 편이 아니어서 대화의 주도권도 대부분 상대방이 가지는 편이다. 이런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언급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인간의 본질을 몰라 가정이나 직장에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을 모르는 어리석음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어리석음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말을 자꾸 가로채면 돈을 빼앗긴 것보다 훨씬 기분 나빠 할 수 있다. 궤변으로 자기 의견만 주장하거나 트집잡는 것도, 근거를 말하지 않고 결론을 짓는 것도 피할 일이다. 그리고 투덜거리기만 해서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것도 의사소통을 잘 되지 않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커뮤니케이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서로 인정하는 마음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를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서로 인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면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인한 오해와 갈등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성격과 취향,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스포츠카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트럭으로 태어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전거로 태어난다. 여기에 커뮤니케이션의 비밀이 숨어 있다. 스포츠카로 태어난 사람에게 시속 20㎞로 달리라고 하면 어떨까. 자전거로 태어난 사람에게 시속 200㎞로 달리라고 하면 어떨까. 아마 둘 다 괴로울 것이다. 스포츠카 인생은 자전거 인생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자전거 인생은 스포츠카 인생의 위험천만한 질주가 꽤 무모하게 보일 것이다.
이런 원리를 모르는 남이라면 상관없을 수 있지만 가족이나 친지, 직장 동료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부분 직접적인 충고나 교육의 형식을 빌려 그 타고난 개성을 바꾸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인 ‘상대 인정하기’가 무너졌기 때문에 그 어떤 달변이나 진심 어린 말도 상대에게 가닿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마음에 상처만 남을 뿐이다.
그렇다면 자전거 인생은 영원히 자전거로 살아야 하고 스포츠카 인생은 변함없이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변화하고자 노력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성격과 개성은 교육이나 타인의 충고로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자발적인 노력과 강한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 혹은 서서히 변화해서 멋진 인생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각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열린 마음가짐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의사소통의 부재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신경순 양산 이좋은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