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 폭염’에 고역···집배원 ‘업무 중지권’ 확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절기상 입추지만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8월 7일 서울 종로구 거리에 한 어린이가 더위에 지쳐 누워 있다. / 한수빈 기자

절기상 입추지만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8월 7일 서울 종로구 거리에 한 어린이가 더위에 지쳐 누워 있다. / 한수빈 기자

김세훈 경제부 기자 ksh3712@kyunghyang.com

“도시 전체가 ‘습식 사우나’가 된 거 같아요.”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온열질환 환자는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8월 3일까지 1546명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명 많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8월 5일까지 14명이다.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는 올해 들어 지난 8월 4일까지 총 12일로 집계돼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불린 2018년의 기록(9.5일)을 넘어섰다.

집배원, 건설노동자, 택배기사 등 더위를 피하기 힘든 옥외 노동자들에게 폭염은 특히 고역이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경보가 내려지거나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경우 매시간 15분씩 그늘에서 쉬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옥외작업을 중지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강제 규정이 아니라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157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 가이드라인이 지켜진다고 응답한 비율은 18.5%뿐이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업무 정지권 활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나섰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지난 7월 31일 대전대덕우체국을 방문해 폭염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폭염과 폭우 등 기상급변에 따라 집배원 스스로 업무 정지를 결정하는 ‘집배 업무 정지권’을 활용하고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6월 ‘집배 업무 우편물 이용 제한 및 우편 업무 일부 정지에 대한 고시’ 개정안이 시행됐다.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면 집배 업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집배원은 온열질환 자각증상 점검표에 업무 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체감온도가 35~38도일 경우에는 이륜차 배달업무가 단축되고 고령자, 유질환자 등 온열질환 민감군은 옥외작업이 제한된다. 업무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순차 배달, 송달기일 연장 등 방안도 마련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5월 10일부터 오는 9월 말까지를 ‘우정사업종사원 안전보건 특별관리기간’으로 정하고 온열질환 예방수칙 준수 등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폭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지난 8월 4일 중기예보에서 8월 14일까지 낮 기온이 30~36도로 평년 기온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전 세계 지표면 평균기온은 17.09도로 1940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연속 월간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폭염 속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자가 폭염이나 한파 등으로 생명과 안전이 위협될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사업주가 노동자의 작업 중지 요청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작업 중지로 인한 손실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우정 이야기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