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두 ‘허씨’ 감독, 같은 고민 다른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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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시즌을 앞두고 두명의 허씨가 감독 자리에 올랐다. 롯데는 허문회 감독(49)이 지휘봉을 잡았고, 삼성은 허삼영 감독(49)의 부임을 알렸다. 1972년생 두 감독은 닮은 점이 많았다. 둘 다 현역 시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허문회 감독은 경성대를 졸업한 뒤 1994년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01~2002년 ‘고향팀’ 롯데에서 뛰고 2003년 LG에서 현역 생활의 마무리를 찍었다. 통산 성적은 523경기 타율 0.269, 20홈런, 129타점이었다. 2007년 LG 타격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왼쪽)과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왼쪽)과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 연합뉴스

적극적 전력보강 삼성

허삼영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1991년 삼성 고졸 연고구단 자유계약선수로 입단해 5년간 현역으로 뛰었다. 1군 통산 성적은 4경기 2.1이닝 평균자책 15.43이었다. 입단 시 강속구 투수로 주목받았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활이 길지 않았고, 성실함을 인정받아 1996년 훈련 지원요원으로 입사했다. 1998년 이후에는 전력분석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고 코치 경력이 없었다.

허문회·허삼영 감독 모두 데이터 야구를 중시하는 지도자들이다. 허문회 감독은 “커피전문점을 개업하기 전에 고객의 이동 경로 등을 조사하지 않나. 이제는 ‘빅데이터’가 대세다. 현대 삶에 있어서 데이터는 기본적”이라며 “데이터는 승리에 대한 확률을 높이는 데 쓰일 것”이라고 했다. 허삼영 감독은 삼성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 2018시즌부터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든 걸 데이터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데이터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야심 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결국 가을잔치에는 참가하지 못했다는 점도 같다. 롯데는 정규시즌을 7위로 마무리했다. 삼성은 8위에 자리했다. 롯데는 2018시즌부터 3년 연속, 삼성은 최근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 두명의 ‘허씨’ 감독은 2년차를 맞이한다. 첫 시즌이 초보 감독으로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이제는 자신들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때다. 하지만 새 시즌을 바라보는 두명의 감독은 처지가 약간 다르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지난해 시즌 내내 타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지난 시즌 삼성의 선발 라인업은 137개로 정규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141개) 다음으로 타순 변화가 컸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부터 4번 타자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원석, 타일러 살라디노 등이 4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으나 그 자리를 온전히 채우지 못했다. 삼성 4번 타순의 타율은 0.260으로 한화(0.234)에 이어 가장 낮았다. 게다가 시즌 중에도 줄부상이 이어져 완전한 전력을 갖춘 날이 손에 꼽혔다. 허삼영 감독은 “매일 타순 짜기가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곤 했다. 이 같은 여파로 삼성은 팀 타율 8위(0.268), 홈런 7위(129개), 타점 8위(658타점), 득점권 타율 8위(0.272) 등을 기록했다.

삼성은 스토브리그가 열리자마자 본격적으로 보강에 들어갔다. 자유계약선수(FA) 오재일 영입에 들어가 4년 최대 총액 50억원이라는 계약 조건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재일은 라이온즈파크 개장 후 통산 타율 0.320, 12홈런, 33타점, 장타율은 0.699로 강한 면모를 보였기에 영입과 동시에 4번 타자로 낙점받았다. 지난해 15승(7패)을 기록하며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을 달성한 데이비드 뷰캐넌과 재계약했다. 벤 라이블리와도 계약한 삼성은 일본프로야구 경험이 있는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도 데려왔다. 덕분에 삼성은 중심 타선에 대한 고민을 덜고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롯데, 조용한 스토브리그

구단의 움직임은 선수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안겨줬다. 지난 시즌 마운드에서 젊은 피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삼성이기에 타선 보강은 전력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됐다. 허삼영 삼성 감독에게도 드디어 힘이 실렸다. 허 감독은 이제 라인업 고민을 하느라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된다.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면서 자기 반성을 했던 허 감독은 “데이터 야구를 할 때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은 표본이 적다 보니까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다음 시즌에는 데이터를 좀 더 세분화해 적용해 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심 타선에 대한 고민을 덜면서 다음 시즌에는 더 발전된 리더십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허 감독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본을 잊지 않고 원칙을 지키면서 부상 관리 등에서 지난해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롯데는 지난해 스토브리그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다. 한화와 트레이드로 포수 지성준을 영입했고, 외부 FA 계약으로 안치홍을 ‘깜짝’ 영입했다. 이번 겨울은 다르다. 스토브리그에 좋은 매물이 많이 나왔지만, 롯데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최근 계열사인 롯데캐피탈로부터 50억원 대출을 받아 경영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사기도 했다.

전력에서도 누출이 생겼다. 주전 외야수 민병헌이 뇌동맥류 수술로 이탈하게 됐다. 민병헌은 22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대에 올랐고 복귀 시기도 불투명하다. 허문회 감독은 민병헌의 투병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타까움도 잠시, 허문회 감독은 다음 시즌을 위해 민병헌의 빈 자리를 채울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후보군은 정훈, 김재유, 강로한, 최민재 등이 있다.

지난 시즌 가장 많이 중견수로 나선 선수는 정훈이다.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정훈은 지난 시즌 소화한 410타수 중 187타수를 중견수로 소화했다. 민병헌이 벤치에 앉아 있던 시즌 중후반에는 거의 정훈이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 밖에 김재유도 가끔 외야진의 한 자리를 채웠다. 김재유는 주로 백업으로 출전하며 지난 시즌 68경기 타율 0.259를 기록했다.

허문회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옥석을 가려볼 계획이다. 그는 “정훈과 2군에 있는 선수 중 후보를 추려 해볼 것”이라고 예정을 밝혔다. 민병헌은 지난 시즌 주장을 맡아 팀의 정신적 지주의 역할도 했기에 그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허 감독의 두 번째 스프링캠프는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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