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는 질주 ‘월드클래스’
“베트남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귀국 인터뷰에서 손흥민(27)이 자랑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수 손흥민이 12월 15일(현지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과의 2019~2020 EPL 1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공을 잡으려 점프하고 있다. / 연합/EPA
특히 올해는 기록 행진을 이어가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작은 지난 11월 7일(현지시간)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2득점을 올리며 유럽무대 통산 123골을 기록했다. ‘차붐’ 차범근(66)의 한국인 유럽무대 득점기록(121골)을 갈아치운 것이다.
손흥민은 이어 2019 발롱도르 투표에서 역대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높은 22위에 올랐다. 발롱도르는 세계적 권위의 축구잡지 <프랑스풋볼>이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축구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각국 언론인으로 구성된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는데 인기투표 취급을 받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보다 훨씬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지난 12월 8일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16라운드 번리전에서는 수비수 8명을 제치고 70여m를 단독 돌파해 골을 넣어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했다.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손나우두’ 같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은 12월 22일 현재 올해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합쳐 21경기에서 19개의 공격포인트(10골 9도움)를 올렸다. 최근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21-18-20-10)을 올렸다. 손흥민은 팀의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지난 11월 17일 손흥민을 최근 10년간 토트넘 최고의 영입 선수로 꼽을 정도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스피드와 결정력으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손흥민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두 배 이상의 몸값은 쉽게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팀 내 활약상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7월 1일~12월 10일까지 유럽 5대리그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의 경기력을 평가한 결과 손흥민은 환산점수 82점(100점 만점)을 받아 토트넘 선수 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득점 기회 창출, 돌파, 슈팅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델레 알리가 77점으로 팀 내 2위였고, 간판스타인 해리 케인은 75점에 그쳤다. CIES는 개인별 점수에 팀 경기력에 미친 영향력 점수를 합산해 각 팀별 한 명씩 최우수선수(MVP)를 선정했는데 손흥민은 팀 MVP로도 선정됐다.
CIES는 지난 12월 10일 유럽 35개 프로축구리그 소속 선수 전체의 경기력 분석 결과를 발표할 때도 손흥민을 유럽 톱클래스로 분류했다. 평점 337점으로 유럽리그 전체 선수 중 17위,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 중 7위였다. 성실함과 재능을 겸비한 그에게 동료들은 최고라는 평을 아끼지 않는다. 해리 케인은 손흥민에 대해 “최고의 선수에게 필요한 기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에도 새로운 기록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