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근무하는 황도민씨(45-가명)는 요즘 자주 휴대전화를 놓고 다닌다. 출근할 때나 취재원을 만날 때 수시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 황씨는 그럴 때마다 "치매 징조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집에 놓고 올 때는 아내가 회사 앞까지 와서 가져다주곤 했다. 아내는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더니 너무 자주 반복되자 은근히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압력을 넣는다. 할 수 없이 황씨는 병원을 찾았다. 심각한 표정의 황씨에게 의사는 건망증이니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의사는 치매는 나이 들어 생기는 것으로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런 현상이 치매로 진행되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의사들은 건망증은 나이가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의 하나라고 말한다. 뇌세포 기능 변화로 유발되는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다는 것이다.
2020년 치매 환자 60만 명 예상
서울 진관내동에 사는 주부 이상희씨(가명-46)는 5년간 치매를 앓고 있는 85세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식구를 잘 알아보다가도 갑자기 못 알아보고 심할 때는 대변을 벽에 바르기도 한다. 밥을 금방 먹고도 밥 안 준다고 김씨에게 욕을 하기도 한다. 치매환자를 수용하는 곳에 보내려 해도 남편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버텨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야 '지옥 같은 삶'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할 정도다.
노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치매는 뇌의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계속 악화되는 증상이다. 환자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각종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인간의 인지기능을 포함한 고위 대뇌기능이 감퇴하는 복합적인 임상증후군으로서, 한 가지 질환이라기보다는 증상복합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널리 알려진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이다. 서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혈관성 치매의 일종인 다발성 뇌경색이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이 일어나 뇌조직이 괴사돼 생기는 것이다. 일단 뇌조직이 죽으면 현대 의학으로 재생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혈관성 치매를 막기 위해서는 뇌경색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혈관 건강과 관계가 깊은 질환인 고혈압-당뇨병-심장병-고지혈증, 그리고 흡연 등이 뇌경색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치매 증상은 기억력 및 언어 장애, 시-공간 판단 장애, 실행증, 행동장애 및 인격장애 등으로 나타난다.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물건 값 계산을 할 수 없거나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는 일이 잦으면 기억력 및 언어장애 초기 증상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친한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갑자기 많아지거나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를 처음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치매 증상이 더 심해지면 시-공간 판단 장애가 나타난다. 계절과 날짜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고 외출했다가 집을 찾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집안에서 화장실과 방을 구분하지 못해 아무 장소에서나 대-소변을 보는 증상도 나타난다.
적절한 시기 치료하면 완치 가능
감각 및 운동기관이 정상임에도 목적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행증이라는 증상이다. 초기에는 운동화 끈을 매거나 담뱃불을 붙이는 동작에 장애를 보이다가 점차 진행하면 수저질이나 옷을 입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에도 장애가 온다.
행동장애와 성격-인격 변화도 나타난다. 자기 자신과 주위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어져 친척이나 친구가 와도 반가워하지 않고 외부 출입도 하지 않게 된다. 가족과도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 반대로 망상이나 환각 등이 나타나 갑자기 난폭해지기도 한다. 가족을 포함해 남을 의심하는 행동장애도 자주 나타난다. 때로는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숨기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쓰레기를 주워 와 자신의 방에 쌓아놓기도 한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치매가 불치병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치매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 치료다. 김 교수는 "가능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고지혈증-비만 등 성인병을 치료해야 치매가 예방된다"고 충고한다. 이외 정기적인 건강체크와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하다. 자신에게 심한 건망증이 있다면 절주나 금연이 절대적이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후에 여성 호르몬을 투여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고농도의 지방질인 오메가-3이 많은 등푸른 생선을 자주 먹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손가락 운동으로 치매잡기
a. 손가락 스트레칭
좌우의 손가락을 펴 엄지손가락과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과 집게손가락 등 같은 손가락의 지문 부위를 밀착시킨 다음 서서히 밀어 손가락을 부채꼴로 펴서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 끝이 수평으로 일직선이 되게 한다. 10초씩 3회한다.
b. 손가락 눌러주기
각 손가락의 전면과 후면을 동시에, 엄지손가락은 3점을, 다른 손가락은 4점을 지압한다. 이 경우 왼손 손가락을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아래 위에서 잡는 듯이 하고 손가락 뿌리 쪽에 있는 지압점부터 3초씩 누른다. 각 손가락 끝의 압점을 누를 경우는 지압을 하면서 손가락을 잡아당긴다. 이것을 1회 실시한다. 손가락의 위와 아래 부분을 지압한 다음 각 손가락의 압점의 좌우 옆 부분을 마찬가지로 3초씩 눌러 나간다. 손가락 끝은 앞으로 잡아당긴다. 이것을 1회한다.
c. 손가락 잡아당기기 운동
각 손가락을 엇갈리게 잡아 고리를 만든 뒤 잡아당긴다. 5초씩 되풀이한다.
d. 손가락 끝 두드리기 운동
손톱 밑의 부분을 직각으로 세워 소리가 나도록 세게 두드린다. 탁자 위에서 손톱 밑의 부분을 직각으로 세워 큰 소리가 나도록 빠르게 두드린다. 이것을 20회 연속한다.
e. 손가락 깍지 끼워 누르기
양손을 위로 향하게 손가락을 끼운 상태에서 지긋이 눌러준다.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도움말: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