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중국인은 월드컵에서 한국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계기로 그들이 평소 한국과 한국인에게 갖고 있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원래 중국인은 속마음 드러내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당시는 달랐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감정이 폭발이라도 하듯 분출했던 것이다.
중국인 가운데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관계없이 한국을 역사적으로 그들의 변방 속국쯤으로 여겨왔고 현재도 그렇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런 중국인에게 '단군 이래 처음으로(?)' 중국보다 잘 살게 된 한국인이 중국으로 몰려들자 그들은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지금도 그렇지만 1992년 수교 직후 택시운전사를 포함해 만나는 중국인은 입만 열면 한국의 경제 발전을 거론하며 칭찬해 마지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칭찬하는 것은 따지고보면 겉치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속으로는 '너희들이 언제 그리 잘 살게 됐느냐. 과거를 생각해봐라' 하는 생각을 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아직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매년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인이 급속히 늘어나고 관광객만 해도 연간 몇백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한국인이 중국에서 중국인에게 보여주는 행동거지는 중국인의 잠재의식을 감정으로 촉발시킬 위험성이 크다.
필자가 보기에 대부분의 한국인은 중국에 오면 중국인이 우리보다 못산다는 데 적이 안도감을 갖는 것 같다. 한국인 가운데 특히 일부 젊은이는 현재의 중국이나 중국인의 낮은 생활 수준을 전부인 양 다소 오만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필자 같은 세대만 해도 과거 우리가 못살던 시절을 알기 때문에 중국의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중국인이 불결하다는 점만 해도 그렇다. 필자가 1990년대 초 중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중국인은 목욕을 자주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말쑥한 사람들이 활보하는 베이징 거리를 보면 실로 격세지감을 금할 길이 없다. 중국의 경제적 발전은 중국인의 청결과 복장과 문화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중국인이 한국인을 '졸부'로 간주하고 한국인의 '졸부근성'에 대고 감정을 표출한대도 이상할 것은 없다. 어디 민족감정이란 것이 그리 고상하게 표출되라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월드컵 때처럼 계기만 잡으면 언제든지 표출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인이 반한감정을 품는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간에 그것을 푸는 뾰족한 방법은 따로 없다. 되도록 중국인에게 겸손하고 그들을 되도록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베이징/신영수〈베이징저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