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애완견에 '중독'된 중국인](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5/5636_1_e7-1.jpg)
중국인, 그 애완견 사랑의 비밀 1979년 '한 자녀 낳기' 인구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 중국의 가족 형태는 '4명의 할아버지-할머니, 2명의 부모, 1명의 아이' 라는 이른바 '4-2-1구조'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한 자녀'는 현재 약 7천만 명에 달한다. 그들의 부모가 하나뿐인 자녀의 외로움을 달래주면서 유년 시절의 안정적인 자아형성을 돕고 정서적으로 또다른 가족을 느끼게 해줄 요량으로 애완견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노인은 또 어떠한가. 중국은 2000년에 접어들면서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억3천만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직장에서 퇴직한 수많은 노인이 사랑을 베풀 손자는 없고 그 적적함과 무위를 견디는 방편으로 애완견을 기르게 되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애완견을 기르는 것이 노인의 고혈압이나 우울증, 심장질환에 효과가 있어서 평균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은 중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에 힘입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중칭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형 애견 인구의 증가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애정 본능을 가진 젊은 세대가 군말없이 자신을 따르고 배신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키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딩커쭈'(丁克族, DINK:Double Income No Kids)라는 젊은 맞벌이부부가 자신들의 인생을 즐기기 위해 아이 출산을 거부하는 대신 집에 애완동물을 기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월드리포트]애완견에 '중독'된 중국인](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5/5636_2_e7-2.jpg)
중국의 애완견 양육에 관한 엄격한 규제 중국 정부는 1994년 11월 30일 '베이징시 애완견 양육에 대한 엄격한 제한 관리 규정'을 공포하여 그야말로 엄격하게 애완견 양육을 규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도심 지역 8개구(區) 내에서 개를 사육할 때 양육허가서와 검역 합격증을 발부받아야 하고 처음 등록비 5,000위안(우리 돈 75만원 상당)과 매년 등록갱신비 2,000위안을 납부해야만 한다. 이 조치로 21만3천2백 마리이던 등록 애완견의 수는 8만5천59마리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상의 감소가 결코 실제 애완견 양육 감소를 의미하진 않았다. 영화 〈카라는 내 강아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인에게 애완견은 경제적인 여건을 떠나 이미 그들의 가족 테두리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베이징에서만 2002년까지 해당기관에 등록된 애완견 수는 14만여 마리에 이르고 등록되지 않은 불법 애완견은 등록된 애완견 수의 최소 5배에서 10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전국적으로 개-고양이-새-귀뚜라미 등을 포함한 전체 애완동물이 약 1억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1억5천 마리에 버금가는 숫자로 애완동물 양육이 이미 중국인에게 여가활동과 문화생활로 자리잡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최근 관계 법령을 새롭게 개정 정비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지난 9월 5일 '베이징시 애완견 양육관리규정'을 통과시키고 오는 10월 15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는 애완견 양육에 관한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5,000위안이던 처음 등록비를 1,000위안으로, 그리고 매년 내는 등록갱신비를 2,000위안에서 500위안으로 경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많은 애견인은 여전히 규제투성이인 관계법령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들의 요구는 등록비의 경감이 아니라 애완견을 좀더 자유롭고 떳떳하게 키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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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애완견을 키우고 있다는 장(張)씨 할머니는 주말에 개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교외의 시골마을뿐인데 그것도 개가 멀미를 해서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제도적인 규제가 아니라 주위 사람의 애완견 양육에 대한 편견과 적대적인 언행이라고 말했다. 애완견이 자신에게는 정말 하나뿐인 친구이자 사랑스러운 가족인데 주위 사람이 함부로 자신의 개를 욕하거나 백안시할 때 정말 견디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완견 양육으로 인한 아파트 내의 소음 문제나 아파트 공원 내의 환경오염 문제 등을 거론하며 애완견 양육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 왕징아파트 공원 일대에서 변봉투를 들고 자신의 애완견 변을 회수하는 주인은 그리 많지 않다. 관리 규정에는 이를 위반하면 50위안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공원잔디밭은 그야말로 개똥밭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 있다.
중국의 경제발달에 따른 생활방식의 서구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노령인구의 증가와 무자녀부부, 독신자의 증가 등으로 앞으로 중국의 애완동물 양육은 날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36%가 여건이 된다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현재 중국의 애완산업 시장 규모는 1백50억위안에 달하고 있으며 그 성장 가능성 또한 어마어마한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사스와 애완동물은 상관없다는 신문보도가 발표되고 상하이에 애완동물학교가 들어서고 광저우에는 애완동물용 화장실이 시내 곳곳에 들어서기도 했다. 애완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각종 규제의 철장 속에 갇힌 중국의 애완동물이 언제쯤 그 무거운 굴레를 벗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우리에게 텐안먼광장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페키니즈'의 모습을 볼 날이 과연 있을까.
베이징/김대오 통신원 dae5555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