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혹은 감옥…대선이 결정할 트럼프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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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미국의 역대 전·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기소됐다. 이어 석 달 뒤 ‘기밀문건 불법 유출’ 사건으로 또 기소됐다. 지난 8월 1일 이번엔 ‘대선 불복’ 사건으로 세 번째 기소됐다.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조지아주 선거 개입’ 혐의로 14일 또 기소됐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전직 대통령 기소가 지난 몇 달새 트럼프에게 4번이나 발생한 셈이다.

트럼프는 현재까지 벌써 4개의 개별 형사사건에서 91건의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회계부정, 명예훼손 등 아직도 수많은 법적 의혹이 남아 있다.

이제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숱한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지지율은 굳건하다. 그는 여전히 공화당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지지층 결집과 후원 모금을 호소한다. 지난 3월 첫 기소 이후 그의 지지율은 오히려 더 올랐다.

백악관이냐, 감옥이냐

백악관과 교도소. 2024년 대선 결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내년 미 대선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트럼프를 감옥에 보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와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에게 내년 대선의 승리는 권력, 자존심, 명예 회복, 국가의 미래,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전직 백악관 대변인이자 오랫동안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한 아리 플라이셔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 개인의 자유에 관한 것일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감옥에 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선은 트럼프의 ‘감옥행’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수감될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패배할 경우 그의 여러 중대한 혐의를 고려할 때 감옥에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앞으로의 트럼프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이 수차례 기소된 일은 이미 미국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피고인’ 트럼프는 유죄 판결에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까

미국 헌법은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한 미국 태생의 시민권자라는 기본 요건 외에는 대통령 출마 자격을 따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가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원칙적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설령 그가 수감되더라도 대통령 출마나 취임을 막을 근거는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헌법에는 기소되거나 형을 복역 중인 사람의 대선 출마나 대통령 취임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남북전쟁 뒤에 발효된 수정헌법 제14조는 내란에 관여하거나 미국 헌법을 위협하는 적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상·하원 3분의 2의 찬성 없이는 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하거나 어떠한 공직, 군대의 직책도 맡을 수 없도록 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트럼프의 취임을 저지하려는 소송이 쏟아질 수 있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트럼프 본인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미국은 각각의 주별로 투표 자격 규정 등이 다른데, 그가 유권자로 등록돼 있는 플로리다주는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투표권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만일 뉴욕 등 다른 곳으로 유권자 등록을 변경한다면 투표가 가능해질 수도 있지만, 미국 대다수의 주에서는 수감자의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

수감된 상황에서 대선 승리하면 어떻게 되나

만약 트럼프가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유례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는 수감되더라도 대통령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 해석 등을 두고 법적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수정헌법 제25조는 대통령이 그 직책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부통령과 내각 또는 의회의 과반수가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의 ‘충신’인 최측근들을 내각에 임명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셀프 사면’ 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을 ‘셀프 사면’하거나 감형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엔 대법원이 대통령의 셀프 사면에 대해 합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의 셀프 사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시도한 전례가 없다. 일부 학자들은 셀프 사면이 그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일부 학자들은 대통령의 사면 권한이 헌법에 매우 광범위하게 명시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사면권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후임자나 의회가 되돌릴 수도 없다. 미 헌법은 “대통령은 탄핵의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에 대한 범죄에 대해 유예 및 사면을 부여할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법절차 진행 중에 당선된다면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떻게 될까. NYT는 이에 대해서도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법무부는 국가의 법률과 사법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으로, 사실상 행정부의 일부다. 또 미국 대통령은 미국 최고의 연방법 집행관 역할을 한다. 따라서 미국 법무부는 수십 년 동안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그가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트럼프의 혐의를 철회하고 사건을 종식할 수도 있다.

트럼프와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보였던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 있다. 바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다.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던 보우소나루의 경우 ‘대선 불복 폭동’과 관련해 권한을 남용하고 심각한 허위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향후 8년 동안 공직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브라질 법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이고 신속하게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의 운명을 유권자의 손에 맡긴 채 다소 느린 사법절차를 밟고 있다.

다다음 대선까지 출마 자체가 막힌 보우소나루와 달리 트럼프는 여전히 당내 압도적 지지율 1위다. 둘은 서로 꼭 닮은 정치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다. 트럼프가 끝까지 보우소나루와 달리 ‘해피엔딩’에 이를 수 있을지 내년 미 대선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서은 국제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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